흔히 철도를 녹색교통 수단으로 부른다. 올 설 연휴에도 어김없이 기차표 예매 전쟁이 벌여졌고, 만일 예매에 성공했다면 당신은 지구환경 개선에 일조한 셈이다. 표 예매에 실패했더라도 누군가 당신이 누렸어야 할 영광을 대신했겠지만, 기차가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기차가 친환경 이동 수단인 이유는 막강한 수송능력과 에너지 효율성에 있다.
◆ 유럽에서 유행한 '플라이그스캄', 항공기를 멀리하라!
철도의 수송 능력은 항공기의 4.5배, 승용차 대비 무려 353배에 이른다. 1인 수송할 때 ㎞당 에너지 소모량은 승용차의 1/8(철도 63.5kcal/인km, 승용차 532.1kcal/인km)에 불과하다. 또 1톤을 수송한다면 ㎞ 당 에너지 소비량은 화물차의 1/14(철도 109.4kcal/톤km, 화물차 1,554.1kcal/톤km)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다른 운송 수단과 철도간 얼마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이를 보일까?
유럽 전역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여행자들은 비행기 대신 기차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 운동은 스웨덴에서 시작됐고, '플라이그스캄'(flygskam) 캠페인으로 불린다. 플라이그스캄은 비행기를 타게 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반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상황을 뽐내는 용어인 ‘태그스킬트(tagskyrt)’가 소셜 미디어서 유행하고 있다. ㎞당 100g의 CO2를 발생시키는 항공기에 비해 ㎞당 15g의 CO2를 발생시키는 기차를 통해 스웨덴인 20%는 비행을 멈추게 하거나 최소한 그들이 타는 항공기의 수를 줄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해 4월 스웨덴의 플라이그스캄 운동가 그레타 툰버그가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자 기차를 타고 로마에서 런던으로 이틀간 이동한 사실이 큰 화제가 됐다. 철도 관광 웹사이트 ‘더 맨 인 싯 식스티원(The Man in Seat Sixty-One’)을 운영하는 마크 스미스는 지난 20년 동안 국제 열차여행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 사이트를 만들었던 2001년 당시 만해도 비행기 대신 기차로 여행을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소공포증이나 건강 문제를 안은 이들이었다. 그는 "최근 기차여행에 관심이 급증한 이유로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저가 항공사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 기차로 여행하는 것이 정말 지구에 이로울까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육상교통수단의 환경성 비교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비율은 철도가 도로의 1/80, 소음 등 환경비용은 1/40로 나타났다.
1인 수송할 때, ㎞당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승용차의 1/6(철도 26.1g/인km, 승용차 150.7g/인km)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또 화물 1톤을 수송할 때, ㎞당 CO2 배출량은 화물차의 1/13에 불과(철도 35.6g/톤km, 화물차 474.9g/톤km)했다.
만일 당신이 이번 설명절에 자가용 대신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면 소나무 11그루를 심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간 1인당 CO2 배출량은 철도가 11kg, 승용차는 66kg이다. 55kg은 소나무 1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CO2 량과 같다.
사실 이러한 여정에 의해 생기는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 양은 이동수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태웠는지, 경제속도를 유지했는지와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차는 종종 실을 수 있는 수용 인원 이하로 운행된다. 특히 여행객이 흔히 이용하는 시간대인 한낮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져 자연스럽게 승객 당 CO2 평균 배출량을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열차가 사용하는 연료가 전기인지, 아니면 디젤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전기로 열차가 운행된다면 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도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많은 양의 전기가 원자력발전소에서 공급되고 대부분의 기차는 전기로 운행된다. 프랑스에서 기차로 여행하는 일은 디젤 중심의 영국보다 더 친환경적인 행동이 될 것이다. 비록 디젤 기관차로 여행한다고 해도 비행기보다 84% 적은 온실가스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차여행은 지구환경에 이로운 행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부교수인 체스터 교수는 "모든 운송 수단은 차량의 이동을 넘어서는 과정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이러한 공정은 기반시설의 건설과 운영, 차량의 제조와 정비, 그리고 자동차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 관련 배출량의 절반 이상은 건설, 선로 배치, 낙뢰 관측소, 동력 에스컬레이터 등의 기반시설 활동에서 발생한다. 물론, 이 정도로는 기차 배기가스가 항공기 배출량을 넘어서지는 않지만 고속철도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홍보될 때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이기도 하다.
KE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철도의 연간 사회적 비용은 도로의 2.4% 수준(도로 48.4조원, 철도 1.2조원)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차는 상대적 친환경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더 친환경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인원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저가항공사와 대항할 더 나은 가격정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서울과 제주, 부산 등 국내 도시를 오가는 저가 항공기와 고속열차의 요금차는 거의 없거나 탄력적 요금제 적용시 오히려 항공기가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다. '좀 더 착한' 교통수단을 찾아가는 이용자 인식 개선과 캠페인을 통해 철도 운송율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조기사 및 링크>
Is holidaying by train really that much better for the environment?
The Green New Deal's Trains and EVs Won't Work for Everyone
The Real Challenge for the Green New Deal Isn’t Poli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