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스포츠 경기 공백을 옛날에 대한 향수와 넌센스로 채웠다.
By Amit Katwala, WIRED UK
토요일 오후가 되면 영국 최대 민영 스포츠 라디오 방송인 토크스포츠(talkSport)는 예정된 축구 경기에 관한 진부한 해설과 시사평을 쏟아낸다. 그러나 지난 주말은 달랐다.
각 팀의 뉴스나 선수들의 이적 루머 대신, 수백만의 청취자는 잉글랜드 팀 수비수였던 스튜어트 피어스(Stuart Pearce)가 선곡한 혼란스러운 펑크 음악을 들어야만 했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 중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프리미어리그와 축구연맹은 적어도 4월 3일까지 모든 프로축구 경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관련 전화 참여 프로그램, 인터뷰, 실시간 방송으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구성했던 토크스포츠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스포츠 경기가 없는데 어떻게 스포츠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을까?
토크스포츠 2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샘 엘라드(Sam Ellard)는 “굉장히 특이한 상황이다”며 “오전에 사무실에 출근해 자리에 앉은 뒤 되짚어 봐야 할 축구 경기가 없고 그 어떤 경기도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월요일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물론 스포츠 뉴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 많은 경기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스포츠 관련 소식은 더욱 줄어들 운명이다. 이번 프리미어 시즌의 운명이 정해지면, 경기와 관련된 각종 추측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 ‘위크엔드 스포츠 브랙퍼스트(Weekend Sports Breakfast)’를 진행하는 조지 빙햄(Georgie Bingham)은 “축구 경기가 없으면 보통 선수들의 이적 기간(transfer window)에 관해 몇 시간이고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의 국내 시즌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축구선수들이 언제 팀을 옮길 수 있을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누가 어디로 옮길 지도 불투명하다. 빙햄은 “이게 가장 이상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취소된 경기들을 대체할 콘텐츠를 방송하고자, 프로듀서들은 창의적으로 대응 중이다. 엘라드는 매일 신문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스포츠와 관련이 있건 없건 기획으로 쓸만하거나 이야기가 될만한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서 크리켓 해설자 데이비드 로이드(David Lloyd)가 생일날 자가 격리 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엘라드는 사람들이 보낸 최악의 생일에 대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청취자들에게서 전화로 걸려온 이야기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엘라드는 “우리가 시도하고 실행하는 모든 행동은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토크스포츠 방송을 틀면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중순 경, 토크스포츠는 비디오 게임 ‘풋볼 매니저’를 가장 잘하는 방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가까운 시일에 집에 격리될 수백만 명에게 유용한 소식이다.
동일한 패턴이 다른 스포츠 미디어 채널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유로 채널인 비티스포츠(BT Sport)는 전에는 보통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와 프리미어십 럭비 경기를 송출했지만 최근 방송 일정은 많이 먹기 대회와 2019년 클래식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십 재방으로 영상으로 구성했다.
스카이스포츠뉴스(Sky Sports News)에서는 스포츠 뉴스 기자들이 선수들의 이적 뉴스에서 사용할 법한 추측성 어조로 잘 알지도 못하는 집단 면역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예를 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첼시의 훈련장 밖에서 발견됐다!’라는 식이다. 지난 17일 밤, 필자는 유럽 최강의 축구 클럽을 결정하는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생중계 대신 블랙풀과 카디프가 치룬 10년 전 경기를 봤다 (3-2의 아슬아슬한 경기로 나쁘지 않았다).
과거에 대한 향수도 유용하게 쓰인다. 지난 9개월 간 영국 축구 미디어를 강타한 구독형 스포츠 웹사이트 디 애틀레틱(The Athletic)은 1998/1999 축구 시즌 해설과 보도자료를 되짚어 보는 기사들을 '재부팅(Rebooted)'이라는 코너를 통해 연이어 게재했다.
기사들은 마치 이전 경기들이 지금 치뤄지는 것처럼 보도했다. 영국판 디 애틀래틱 편집국장 알렉스 케이젤스키(Alex Kay-Jelski)는 “사람들이 뉴스에서 벗어나 우리가 운영하는 앱에 방문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우리의 임무는 방문자들이 근심과 걱정을 잠시 내려 놓고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며 “매일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만 읽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비참한 기분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4월 말까지 축구경기 재개가 연장된 탓에 기자회견과 경기보도 준비로 인해 한 켠에 미뤄두었던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케이젤스키는 “이 시간을 특집 기사와 같은 기사를 작성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토크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빙햄과 그의 방송 프로듀서는 단일 축구시즌을 넘어서는 소재 거리를 담은 긴 목록을 작성했다. 예시로는 ‘어떻게 피파(FIFA)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UEFA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등이 그것이다.
라디오에서는 방송 패널을 스튜디오에 앉히는 대신 전화 인터뷰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전화 인터뷰로는 패널과 유대감을 형성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방송 진행자들은 다른 직원들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스튜디오에 출근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도 필요하다면 집에서 방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방송 프로듀서의 고충을 조금 줄여줄 한 가닥 희망이 존재한다. 빙햄은 “모든 사람들이 고립돼 있어 다들 지루해 한다. 그러므로 패널 섭외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청난 방송 중계권 거래 비용을 조달하는데 값 비싼 월 시청료에 의존하는 방송국들에게는 더 큰 문제가 곧 발생할 듯싶다. 스카이스포츠와 비티스포츠 모두 경기가 생중계 되지 않는 동안 고객이 원한다면 유료 시청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프로축구 팀들은 국내 시즌을 끝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유럽축구선수권 대회(Euro 2021) 연기가 영국 국내 시즌 조기 종료를 위한 길을 터줬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축구 선수의 연봉과 계약금과 같은 비용 대부분은 시청료로 충당된다. 특히, 경기장에 팬들이 찾지 않아 입장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때 시청료는 더욱 중요하다. 만약 여름이 지나고도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면, 스포츠 업계는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문재호 에디터)
<기사원문>
The weirdness of being a talkSport presenter when there’s no s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