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egan Molteni, WIRED US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언제나 혼란을 불러온다.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등장했나? 어떻게 퍼졌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0주 만에 이러한 질문에 답할 만한 정보가 확보됐다. 과학자들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기침을 할 때 튀는 비말(침방울)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평균적으로 2.2명을 감염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중 3.4%가 사망했다. 다만 감염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전체 환자군에서 집계되지 않았으므로 사망률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난 지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하나 남았다. 어린이 코로나19 확진자는 어디 있는가?
최근 존스 홉킨스 연구팀과 중국발 확진자 7만 2000명을 분석한 결과 10세 미만 아동은 전체 감염자의 1% 미만에 불과했다. 1023명의 사망자 중 어린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상대적으로 어린이 발병 사례가 거의 없다"며 "그 이유를 파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밴더빌트 대학 의학 센터의 전염병 소아과 의사인 버디 크리치는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크리치 박사는 "대부분의 호흡기 병원균에 의한 치사율은 전통적으로 U자형 곡선을 형성한다. 이는 (호흡기 질환이) 어린이와 노인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가 발달 중이거나 약해져 가는 사람에게 쉽게 감염된다.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4가지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도 여기에 해당되며, 이들은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더 많이 발견된다. 크리치 박사는 "코로나19는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추세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드디어, 새로운 상세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확인 결과 어린이는 코로나19에 면역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가 나쁘지 않을 뿐이었다.
선전의 하얼빈 공과 대학원 및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전염병학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저스틴 레슬러는 "어린이도 성인 못지않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개된 확진 사례에 관한 데이터로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은지 확인할 수 없다. 우리 외에 그 누구도 코로나19에 노출된 사람 중 어느 집단이 감염됐는지 여부에 대한 데이터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몇 주 전 레슬러는 현재 중국에서 일하는 존스 홉킨스 대학 동문으로부터 선전 CDC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한 질병 모델링 협력에 관한 연락을 받았다. 자료를 살펴본 후 그는 이것이 바이러스가 연령대별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될 것임을 깨달았다.
지난 1월 7일 선전 CDC는 지역 내 코로나19 첫 확진자를 발견했으며, 700마일 떨어진 바이러스의 진원지 후베이성에서 오는 여행자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몇 주간 선전 CDC는 병원과 지역 클리닉에서 고열이 있는 사람을 검진하면서 감시를 확대했다. 그 결과 보건 당국은 391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이들과 밀접 접촉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1286명을 파악했다. 비록 증상이 없어도 병에 걸렸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9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다른 연령대만큼(7~8%)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나이 든 집단에서 보이는 심각한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훨씬 적었다. 실제로 많은 어린이들이 전혀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지난 4일 분석 자료를 메드아카이브(medRxiv) 논문 자료 서버에 게재했다.
해당 자료는 왜 어린이들의 병세가 약한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코로나19의 바이러스 SARS-CoV-2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지난 2002년 사스(SARS) 발병의 원인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린이보다 어른의 피해가 컸다. 전 세계적으로 사스 사망자는 774명이었으며, 감염자 10명 중 한 명은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24세 미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스는 심할 경우, 환자가 처음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동안 바이러스가 환자의 폐에서 빠르게 복제됐다. 약 일주일 후 환자는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졌지만, 이후 2단계에 들어서면서 이전보다 상태가 훨씬 악화됐다. 75명의 사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홍콩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2단계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면역체계가 폭주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특히 노약자와 병든 사람은 염증을 억제하지 못해 면역 세포와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이 폐로 밀려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은 질병의 가장 심각한 증상인 폐렴, 호흡곤란, 장기손상 등을 야기했다.
아이오와 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이자 소아 감염병 전문가 스탠리 펄먼은 "사이토카인은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겐 지나치게 과다하게 나와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몇 가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의사들은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궁금해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에 따르면 후베이 우한대 중난 병원의 의사들은 환자의 약 절반에 면역 반응을 약화하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 이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엔 사례가 제한적이었으나 연구자들은 그 어떤 치료법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했다.
펄먼은 일부 사람이 왜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이가 들면 폐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스의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더 심하게 앓았다. 펄먼은 "우리는 폐 상태가 이러한 유형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을 알고 있다"며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폐 상태가 변한다. 꽃가루나 공해가 들어오면 몸은 염증으로 반응한다. 이전 염증 내력은 몸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의 가벼운 증상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크리치는 말했다. 그는 "염증이 없는 폐는 바이러스가 뿌리내리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고 말한다. 다음 연구 단계는 천식 이력이 있거나 조산 등의 이유로 폐 안에 산소 포집 물질이 부족한 어린이가 대상이다. 만약 이들이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을 겪는다면 '깨끗한 폐' 이론은 성립한다.
크리치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 어린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이전 감기로 인한 면역 반응을 이용하는 것을 제기했다. 크리치는 "개개인마다 외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다르다"며 "최근 코로나19에 노출된 어린이 중에 이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상호반응을 보이는 항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까지 그런 현상이 일어난 증거는 없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어린이에게 덜 치명적인지에 대한 이유를 밝히려면 몇 년의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레슬러의 연구는 현재 공중보건 확립에 확실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아이들이 감염되더라도 그들은 증상이 가벼워 질병을 더 확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레슬러는 "만약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휴교는 찬성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료는 휴교가 코로나19 전파를 막는데 중요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보건당국은 지역 발병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전략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제 어린이들을 집에 머물도록 해야 할 시점일지도 모른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문재호 에디터)
<기사원문>
Kids Can Get Covid-19. They Just Don't Get That S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