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스 레이저와 전광 샘플링 기법을 이용해 수소 원자 2개 크기보다 작은 거리 측정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고속, 초정밀 펄스비행시간(TOF) 센서 기술을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180pm(55억분의 1미터) 수준의 위치 차이도 200분의 1초 만에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 측정 기술은 현재 보안, 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라이다(LiDAR)'나 반도체 공정 등 각종 산업 분야와 지진 감지, 중력파 검출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된다.
거리 측정의 분해능, 속도 및 범위 성능이 개선되면 기존 응용기술의 성능 개선뿐 아니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물리 현상의 측정도 가능해진다.
기존의 펄스비행시간 기술은 미터 이상의 긴 측정 거리를 갖지만 그만큼 분해능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간섭계 기술은 나노미터 수준의 좋은 분해능을 갖지만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좁은 측정 범위를 갖는다. 두 기술 모두 측정 속도가 느리다는 공통적인 한계도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센서를 제안했다. 펄스 레이저에서 발생한 빛 펄스와 광다이오드로 생성한 전류 펄스 사이의 시간 차이를 전광 샘플링 기법을 이용해 측정했다.
이때 빛 펄스와 전류 펄스 간 시간 오차가 100 아토초(1경분의 1초) 정도로 매우 적어 빠른 속도로 나노미터 이하의 거리 차이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전류 펄스의 길이가 수십 피코초 이상으로 길어 밀리미터 이상의 측정도 동시에 가능하다.
연구팀은 새로운 펄스비행시간 기술을 이용해 고분해능 3차원 형상 이미징 기술을 시연하고 지진파나 화산 활동 측정과 같이 미세한 변형을 측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고정밀 변형률 센서도 구현했다.
또한 초고속 측정에서도 높은 분해능을 갖는다는 장점을 이용해 100㎒ 이상의 속도로 변화하는 물체의 위치도 나노미터 분해능으로 실시간 측정 가능함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서로 멀리 떨어진 다수 지점의 펄스비행시간을 동시에 정밀하게 측정하는 특징을 활용하면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환경에서 하나의 레이저와 광섬유 링크를 이용해 다지점, 다기능성 복합센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을 개발한 김정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는 관측하지 못했던 마이크로 소자 내에서의 비선형적인 움직임과 같은 복잡하고 빠른 동적 현상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규명하는 것이 다음 연구 목표"라고 말했다.
나용진 박사과정 학생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2월 10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