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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우는 아기, 털복숭이 로봇 인형이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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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우는 아기, 털복숭이 로봇 인형이 달랜다
닛산이 새로 개발한 로봇인 이루요는 양방향 카메라와 마이크, 각종 귀여움을 동원하여 뒷좌석 카시트에 있는 아기와 운전자가 소통하도록 연결한다.
By ELISSAVETA M. BRANDON, WIRED US

필자는 약 2년 전 친구와 친구의 갓난아이와 함께 차에 탄 적이 있었다. 친구가 운전하고, 필자는 친구의 10개월 된 아들을 카시트에 앉히고 돌보았다. 한동안 원활하게 이동하다가 갑자기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필자와 친구는 대다수 보호자와 같은 방식으로 아기를 달래려 했다. 필자는 얼굴을 찌푸려 가장 웃긴 표정을 지었고, 필자의 친구는 귀에 쏙 들어오는 밝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결국, 친구는 차를 세우고 아기를 안았다.

뒷좌석에 아기 보호자의 친구가 앉은 것을 제외하면, 혼자 아기를 태우고 운전하는 많은 부모에게 익숙한 상황이다. 바로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이 뒷좌석에서 우는 아기를 달랠 기이한 인형을 개발한 이유이다. 인형은 일본어로 “나 여기 있어”라는 의미를 지닌 이루요(Iruyo)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엘모와 비슷한 느낌인 보송보송한 베이비시터 인형인 이루요는 사실 인형 두 개로 구성되었다. 하나는 아기와 마주 보도록 뒷좌석 등받이에 고정하는 ‘대형 이루요’이다. 나머지 하나는 운전자의 컵홀더에 배치할 용도로 제작된 ‘소형 이루요’이다. 대형 이루요가 아기를 달래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부모의 특정 음성 명령에 따라 대형 이루요는 손을 흔들고 눈을 가리고 까꿍 놀이를 하거나 부모가 부르는 노래에 맞추어 박수를 치기도 한다.
 
[사진=Nissan]
[사진=Nissan]

어린아이를 위한 로봇
뒷좌석 아동용 카시트는 앞면보다 훨씬 더 안전하지만, 운전 중 아기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운전 도중 아기 얼굴을 보도록 대형 이루요에 카메라가 내장된 이유이다. 아기가 3초 이상 눈을 감으면, 대형 이루요는 아기가 잔다고 생각하고는 소형 이루요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형 이루요는 아기의 모습을 따라 눈을 감는다. 아기가 눈을 다시 뜨면, 소형 이루요도 눈을 뜬다. 마치 아기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따라하는 첨단 기술 게임 같다.

이루요는 도쿄 광고 대행사 TBWA/Hakuhodo가 일본 최대 아동용품 전문 체인 매장 운영사 중 한 곳인 아카찬 혼포(Akachan Honpo), 닛산과 협력하여 설계한 로봇이다. 이루요 개발 프로젝트는 닛산이 주행 보조 시스템에 사용하는 감지 기술 마케팅 캠페인에서 시작했다. 아리야(Ariya)가 레이더 센서와 전면 카메라 조합을 활용하여 주변 환경을 계속 평가하면서 운전 상황을 일부 자동화하여 핸들과 페달에서 손, 발을 떼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도록 돕는 것을 홍보하고자 한 것이 그 예시이다.

이루요도 주행 보조 시스템과 비슷한 카메라로 아기 얼굴을 평가하면서 운전 중 아기를 돌보는 일을 돕는다. TBWA/Hakuhodo는 필자에게 로봇 카메라가 눈 움직임만 감지하여 전체 표정을 포착할 가능성과 관련한 프라이버시 우려를 완화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TBWA/Hakuhodo는 닛산이 처음에는 이루요 인형을 상용화할 계획이 없었으나 초기 공개 광고가 큰 성공을 거두어 닛산 마케팅 담당경영진이 이루요 다음 단계 개발과 시장 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루요 초기 광고 노출로 23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창출했다.) TBWA/Hakuhodo는 이루요를 2025년 중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닛산 차량을 구매하지 않았어도 사용할 수 있다.
 

동반자 로봇
동반자 로봇의 일종인 로봇 보모는 수년간 인간의 모습을 모방했다. 최근 들어 로봇 공학과 감지 기술의 발전이 동반자 로봇 인기 상승을 촉진하였다. 2017년, 토요타는 사용자에게 차량 연료 부족을 안내하는 등의 소통 능력을 갖춘 ‘소통 파트너’라고 설명한 작은 로봇인 키로보 미니(Kirobo Mini)를 출시했다. (키로보 미니는 출시 시점에 크게 주목받았으나 출시 1년 뒤 판매가 중단되었다. 판매 중단 사실은 로봇이 마케팅 홍보 목적으로 등장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2020년, 텔레토비를 닮은 모습으로 자녀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한다는 목표로 출시된 귀여운 20인치 로봇 목시(Moxie)가 등장했다. 그리고 2021년, 유령 이모지처럼 보이면서 사용자가 각종 기능 중 자녀의 일정한 취침 주기를 맞춤 설정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로봇 친구인 스노블(Snorble)이 세상에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로봇을 포함한 여러 동반자 로봇은 인간의 온정과 지혜, 동반자 감정과 절대로 경쟁할 수 없다. 하지만 이루요는 설계 단계에서 적어도 아동에게 조금 더 즐겁고, 부모에게는 스트레스를 줄일 만한 차량 탑승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TBWA/Hakuhodo와 아카찬 혼포는 부모의 기본적인 우려 사항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자 일본 부모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약 60%가 주 1~2회 아이를 혼자 뒷좌석에 앉도록 한 채로 운전한다고 답변했다. 80%는 운전 중 아이를 돌볼 수 없어 불안하다고 답변했다.

TBWA/Hakuhodo와 아카찬 혼포, 닛산은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의 카와이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로봇 시제품을 개발했다. 개발 과정은 18개월 미만 영아의 인지 행동 심리학 전문가인 기타사토대학교 보건 과학 교수진과 협력하였다. 기타사토대학교 연구팀은 생애 초기 몇 달간 아기의 눈 움직임이 완벽히 완성도를 갖추고, 서서히 개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루요가 크고 동그란 눈과 밝은 빨간색 털로 조합된 외모와 팔을 멋지고 크게 움직일 능력을 갖추게 된 이유이다.

TBWA/Hakuhodo 수석 창의성 책임자 스즈키 겐시로(Kenshiro Suzuki)는 “이루요 사용자는 아기이다. 따라서 아기가 이루요를 좋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루요의 첫 번째 버전에는 입과 작은 송곳니도 있다. TBWA/Hakuhodo 혁신 사장 요네자와 교코(Kyoko Yonezawa)는 “당시 이루요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아카찬 혼포 매장의 차 안에서 이루요 시제품을 사용한 1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단계에서 이루요 초기 모델의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후 TBWA/Hakuhodo는 이루요의 손을 더 길게 만들고, 팔을 움직이는 동작도 더 크게 변경하였다. 그리고 입을 없앴다. 헬로 키티 얼굴에 입이 없어도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았는데, 이루요라고 못할 것이 있는가?

현재 소형 이루요와 대형 이루요 시제품은 물리적 선을 통해 서로 연결되었으나 무선 소통을 목표로 한다. TBWA/Hakuhodo는 이루요로 수집한 데이터를 파일로 저장하지 않으며, 이루요는 최신 프라이버시 보안 표준을 충족한다고 전했다.

닛산의 털복숭이 인형이 한부모 가구 사이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동반자가 되거나 양육 도중 발생한 작은 사고 기록으로 무의식 속에 스며들게 될 가능성은 사용자의 이루요 사용 실험 선호도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 운전 도중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차량 액세서리 관련 엄격한 규제 요구사항을 고려하면, 이루요가 시장에 정식 출시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이르다. TBWA/Hakuhodo는 충돌 실험을 시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닛산 대변인은 시스템 안전 검증 테스트를 수행한 뒤 대형 이루요가 후면 거울 시야를 차단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운전자의 집중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과소비 시대에 이루요의 필요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운전 도중 아기를 돌보아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부모는 울음이 터진 아기를 달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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