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EREMY WHITE, WIRED US
기아가 레인지로버(Range Rover)와 경쟁하고자 한다. 농담이 아니다. 기아가 진지하게 구상한 계획이다. 기아가 캘리포니아에서 주관한 언론 발표 현장에서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는 고급 SUV 브랜드인 레인지로버와 기아의 신차를 긍정적으로 비교한 내용이 가득 작성됐다. 브리핑 자료에 작성된 내용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기아의 신형 차량 내부 공간은 2023년형 레인지로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두 번째 열은 2024년형 레인지로버 차량보다 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2023년형 레인지로버 P400 SE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조용하다는 특징도 있다. 가속은 메르세데스 EQS 450, 레인지로버 P400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모두 사실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보고 의심을 지우지 못한 이들을 위해 추가로 설명하자면, 기아는 EV9이 좌석 3열을 배치하고, 1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출시된 다른 고급 SUV 차량보다 우수한 차량이 되도록 제작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물론, 기아가 경쟁을 예고한 고급 차량 중에는 2023년형 레인지로버 P400 SE도 있다. 기아가 랜드로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기아는 EV6 후면에 소비자의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 윤곽 디자인을 적용했으나 EV6 기본형과 GT 버전 모두 우수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EV6는 성공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할 만한 차량이었다. 몇 가지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시장에 지금까지 등장한 차량 중 최고 수준의 충전 기술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훌륭한 주행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아는 EV9는 모든 측면에서 지금까지 자동차 시장에 출시된 최고의 차량을 출시하면서 2024년을 시작하고자 한다. 순수 전기차인 EV9는 새로운 소비자층과 일반적으로 랜드로버를 선호하던 부유층 소비자 모두 기아 차량에 입문하도록 유도할 도박을 위해 개발한 대형 7인승 SUV 차량이다.
기아는 고급 SUV 차량과 견줄만한 차량을 두고 시장 경쟁에서 자매사인 현대를 제친 사실에 기뻐했다. 기아 차량과 같은 구성을 바탕으로 설계된 현대 아이오닉 7은 2024년 후반까지 출시되지 않을 예정이다. 또, 현대는 의도적으로 출시를 앞둔 차량 정보를 대거 공개하지 않는다. EV9과 아이오닉 7 모두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택한 전략임이 확실하다. 기아가 현대를 향한 시장의 관심을 어느 정도 빼앗을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먼저, 기본 모델을 자세히 살펴보자. EV9은 길이 5m이며, 좌석을 3열로 배치하기 충분한 공간을 갖추었다. 외관은 확실히 SUV 차량처럼 보이면서 과감한 윤곽이 두드러지는 선과 거대한 휠 아치가 특징이다. 기아는 EV9 디자인과 함께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자 한다. 배터리는 99.8kWh 팩과 76.1kWh 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모터 구성은 출력 200bph, 토크 350Nm인 싱글모터 후륜 구동 차량과 출력 380bph, 토크 700Nm인 듀얼모터 전륜구동 차량 중 원하는 구성으로 선택할 수 있다.
EV9 기본 모델 가격은 5만 4,900달러(영국 출고가 6만 5,025파운드, 영국 출시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더 넉넉함. 국내 출고가 7,337만 원)부터 시작한다. 19인치 합금과 LED 헤드라이트, 차체 색상과 같은 플러시 도어 핸들(flush door handle), 앞 좌석 파워 시트,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대와 중앙 5.3인치 기후 제어 패널로 구성된 트리플 스크린 대시보드, USB-C 소켓 총 6개, 스피커 8대를 장착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었다. 기아에 예의를 갖추어 평가하자면, 같은 가격 대비 기아 차량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EV9의 가격과 스펙 조건을 들었다면, 다수 소비자가 말도 안 된다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이제는 아니다. 게다가 기아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차량보다 저렴하다.
비교적 더 비싼 EV9 GT-라인 S(GT-Line S)은 미국 시장 판매가 7만 3,900달러(국내 최고 가격 8,397만 원)이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스피커 14대를 탑재한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Meridian audio system)을 갖추고, 세 번째 열을 제외한 좌석에는 선루프를 장착했다. 두 번째 열에는 180도 뒤집어 뒷좌석과 마주 보도록 배치할 수 있는 좌석 2개를 갖추어 원할 때는 6인승 차량으로 변경할 수 있다. 물론, 트렁크도 크다. 트렁크 공간은 333리터이며, 전면에는 52리터짜리 프렁크도 추가로 적용됐다. (아직 프렁크라는 표현이 생소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때이다.)
배터리 성능의 훌륭함을 이야기하자면, 기아는 800V 충전 아키텍처 덕분에 EPA 평가 기준 1회 충전 시 장거리 주행 모델의 주행거리 304마일(약 489.2km)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단, 라이트 RWD 모드의 주행거리는 230마일(약 370.1km)이다.) 배터리가 10% 남은 상태일 때는 적합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찾는다면, 24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AWD 버전 기준 출력값은 무게 2.6t인 전기 SUV 차량의 0~62mph 가속이 4.5초로 짧은 편이다. GT-라인의 최대 속도는 124mph이다.
차량 내부 공간
EV9 내부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으로 구성됐다. 필자는 EV9이 레인지로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저소음 타이어와 어쿠스틱 글래스의 부분적인 영향 덕분에 주행 속도가 80mph일 때까지는 도로 소음이 크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GT-라인 모델로 주행한다면, 빠른 속도로 주행 속도 80mph까지 기록할 수 있다.
화면 세 대가 장착된 대시보드는 기존 기아 차량보다 성공적으로 개선하였음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차량 디스플레이에 새로 적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더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메뉴의 복잡한 구성이 완화되었다. 따라서 주행 속도와 주행 정보를 확인할 때 컴퓨터 게임을 실행하듯 오랜 시간 화면을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존 디스플레이 디자인에서 변경된 사항에 익숙해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디스플레이 변경 사항의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 기후 제어 패널을 장착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와 관련하여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은 기아도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분명한 메뉴 설정 옵션 구성 능력이 훌륭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주요 기능은 메뉴 옵션을 1~2회 선택한 뒤 접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 자체의 반응 수준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다. 운전자는 메뉴를 살짝 눌러도 확실히 반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원한다. 하지만 기아는 디스플레이를 더 강력하게 눌러야 한다는 점에서 가벼운 터치에도 신속하게 반응하는 마법을 파괴했다. 이상한 핸들 디자인도 기아가 실패한 부분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대와 기아 차량 모두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독 성가신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EV9과 함께 드디어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추가됐다. EV9은 기아 차량과 현대 차량 모두 통틀어 최초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중 하나를 선택하여 무선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차량이다. 그동안 기아와 현대 모두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에, 필자는 CES 2024 현장에서 송창현 현대모터그룹 소프트웨어개발 본부장 겸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추가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송 사장은 과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송 사장은 필자의 질문에 공감하면서 2021년 취임 당시 최우선 과제로 지정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결국, 송 사장의 목표대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추가했다.
그러나 EV9의 흥미로운 점은 앞좌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찾을 수 있다. 기아는 EV9을 의도한 바와 같이 7인승 차량으로 제작했다. 차량 전체 크기 덕분에 5피트 1인치(약 155.4cm)인 필자도 몸을 숙이지 않고 편안하게 세 번째 좌석 열에 탑승할 수 있었다. 차량에 탑승한 아이들을 관리하기 적합하고, 성인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두 번째 좌석 열은 앞뒤로 밀어서 다리를 뻗을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몸 전체를 편안하게 뻗을 수 있어, 다른 탑승자 위에 앉은 것과 같은 불편함을 느낄 일이 없다. EV9 좌석 모두 매우 편안하다. 맨 뒷좌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의 머리 받침대도 훌륭하다.
전력을 이야기하자면, EV9은 기아 차량이므로 V2L 기술을 지원한다. 즉, 가전제품을 차량에 연결하고, 차량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V9는 차량 전력을 가전제품으로 공급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가전제품의 전력을 차량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기아 EV9의 전력은 정전 시 가정에 이틀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집안 전체에 공급할 정도로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 않다면, 각각의 좌석 열마다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의 출력값을 지원하는 2개씩 배치된 USB-C 소켓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EV9 USB-C 소켓으로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했다.) 차량 내 와이파이 기능은 빌트인 SIM 카드가 제대로 신호를 받기만 한다면, 매우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선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로 전환하면, 와이파이 연결이 중단된다는 점에서 짜증 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거리 주행 시 EV9의 뒷좌석에서는 완벽한 연결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차량
EV9이 빠르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V9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거대한 SUV 차량 중 빠른 속도를 지원하지만 빠른 속도에서 멈출 때는 무서울 수도 있다. EV9의 속도와 주행거리 모두 0.28이라는 낮은 저항 계수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 거대한 전기차인 EV9의 공기역학 수준은 재규어 i-페이스(Jaguar i-Pace)보다 나은 수준이면서도 놀랍게도 람보르기니 우라칸 GT3(Lamborghini Huracán GT3)와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EV9의 가속은 많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 정도로 훌륭하지만 레이싱을 하듯 고속 주행을 하기에는 적합한 차량이 아니다. 산길을 따라 형성된 도로 코너에서 너무 빠른 속도를 내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 물리적 특성은 속일 수 없다. EV9이 무거운 편이라는 사실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탑승감 자체는 훌륭하다는 의미이다. 편안하면서도 도로 범프는 매우 원활하다. 에어 서스펜션(air suspension)이나 액티브 댐퍼(active damper)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부분이다.
핸들 움직임도 충분히 정확하게 반영되는 편이다. 모두 장거리 주행이나 도로 주행 시 사용하기 이상적인 전기 SUV를 구성하는 부분이다. EV9은 정확히 장거리 주행이나 도로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를 위한 차량으로 제작됐다. EV9은 소형 차량을 주행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하며, 멋진 인테리어 덕분에 차량의 환상을 더한다. 하지만 주차나 U턴을 시도할 때는 즉시 EV9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기아 언론 발표회 현장에서 EV9의 오프로드 주행 기회가 주어진 점이 아쉬웠다.
실제 주행 시 배터리 사용 관련 사항을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일반 주행 모드 기준 자유로와 시골길 모두 열심히 주행할 때 169마일(약 271.9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필자는 평균 2.9 miles/kWh로 주행했을 때 95%였던 배터리가 35%까지 남은 것을 확인했다. EV9이 홍보한 3.1 miles/kWh의 효율과 꽤 비슷한 수준이며, 매일 100% 충전할 때는 300마일(약 482.8km) 이상 주행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역대 기아 차량 중 최고의 차량
EV9에서도 문제점을 확실히 찾아볼 수 있다. 7인승 좌석을 지원하지만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 실행 시 볼륨을 높일 때는 문의 마찰음도 들린다. 인테리어 소재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편이지만, 그동안 고급 SUV 차량을 탑승한 소비자가 기대할 만한 수준의 최고급 소재는 아니다. 그리고 최악의 기어 스틱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EV9을 추천할 만한 요소도 많으므로 앞서 언급한 단점 모두 무시할 수 있다. 박스 형태이면서도 매력적인 차량 외관과, 동굴과 같이 멋지고 넓은 내부 공간, 성인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세 번째 열 좌석,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무선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추가 성공,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800V 전 시스템, 매우 편안한 탑승감이라는 장점을 모두 고려하면, EV9은 언젠가 미국에서 세금 포함 7,50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우수한 전기 SUV 차량이 될 것이다. (양방향 충전 기능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1년간 집안 전기세를 1,000~1,500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구성 대비 저렴한 가격이 EV9의 최대 장점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EV9이 기아의 역대 차량 중 가장 비싼 차량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아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기본 모델 가격은 레인지로버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로 기아는 EV9 사전 예약금을 결제한 고객 다수가 랜드로버 등 다른 고가 SUV 브랜드 차량과의 보상 판매 조건으로 구매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고가 SUV 브랜드 차량 대신 EV9을 선택하면, 큰돈을 아낄 수 있다. 동시에 여전히 세련된 모습과 고급스러움을 유지하여 기아가 지금까지 출시한 차량 중 가장 훌륭한 차량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 BMW, 리비안,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가 차량 브랜드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충분한 조건이 아닌가? 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Review: Kia EV9 2024
장점 |
빠른 속도와 편안한 탑승감 거대한 공간 세번째 열의 적당한 공간 무선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 지원 고급 차량과 같은 품질 최고의 전기차 아키텍처 같은 종류의 차량 중 훌륭한 가치 선사 |
단점 |
기아 차량 중 비싼 가격 뒷좌석용 후면 엔터테인먼트 기능 부재 볼륨을 높였을 때 문의 마찰음이 들리는 음향 시스템 최악의 기어 스틱과 전혀 아름답지 않은 핸들 코너 핸들감의 아쉬움 |
총점(10점 만점) |
9점 |
기아가 레인지로버(Range Rover)와 경쟁하고자 한다. 농담이 아니다. 기아가 진지하게 구상한 계획이다. 기아가 캘리포니아에서 주관한 언론 발표 현장에서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는 고급 SUV 브랜드인 레인지로버와 기아의 신차를 긍정적으로 비교한 내용이 가득 작성됐다. 브리핑 자료에 작성된 내용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기아의 신형 차량 내부 공간은 2023년형 레인지로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두 번째 열은 2024년형 레인지로버 차량보다 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2023년형 레인지로버 P400 SE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조용하다는 특징도 있다. 가속은 메르세데스 EQS 450, 레인지로버 P400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모두 사실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보고 의심을 지우지 못한 이들을 위해 추가로 설명하자면, 기아는 EV9이 좌석 3열을 배치하고, 1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출시된 다른 고급 SUV 차량보다 우수한 차량이 되도록 제작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물론, 기아가 경쟁을 예고한 고급 차량 중에는 2023년형 레인지로버 P400 SE도 있다. 기아가 랜드로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기아는 EV6 후면에 소비자의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 윤곽 디자인을 적용했으나 EV6 기본형과 GT 버전 모두 우수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EV6는 성공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할 만한 차량이었다. 몇 가지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시장에 지금까지 등장한 차량 중 최고 수준의 충전 기술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훌륭한 주행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아는 EV9는 모든 측면에서 지금까지 자동차 시장에 출시된 최고의 차량을 출시하면서 2024년을 시작하고자 한다. 순수 전기차인 EV9는 새로운 소비자층과 일반적으로 랜드로버를 선호하던 부유층 소비자 모두 기아 차량에 입문하도록 유도할 도박을 위해 개발한 대형 7인승 SUV 차량이다.
기아는 고급 SUV 차량과 견줄만한 차량을 두고 시장 경쟁에서 자매사인 현대를 제친 사실에 기뻐했다. 기아 차량과 같은 구성을 바탕으로 설계된 현대 아이오닉 7은 2024년 후반까지 출시되지 않을 예정이다. 또, 현대는 의도적으로 출시를 앞둔 차량 정보를 대거 공개하지 않는다. EV9과 아이오닉 7 모두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택한 전략임이 확실하다. 기아가 현대를 향한 시장의 관심을 어느 정도 빼앗을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먼저, 기본 모델을 자세히 살펴보자. EV9은 길이 5m이며, 좌석을 3열로 배치하기 충분한 공간을 갖추었다. 외관은 확실히 SUV 차량처럼 보이면서 과감한 윤곽이 두드러지는 선과 거대한 휠 아치가 특징이다. 기아는 EV9 디자인과 함께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자 한다. 배터리는 99.8kWh 팩과 76.1kWh 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모터 구성은 출력 200bph, 토크 350Nm인 싱글모터 후륜 구동 차량과 출력 380bph, 토크 700Nm인 듀얼모터 전륜구동 차량 중 원하는 구성으로 선택할 수 있다.
EV9 기본 모델 가격은 5만 4,900달러(영국 출고가 6만 5,025파운드, 영국 출시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더 넉넉함. 국내 출고가 7,337만 원)부터 시작한다. 19인치 합금과 LED 헤드라이트, 차체 색상과 같은 플러시 도어 핸들(flush door handle), 앞 좌석 파워 시트,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대와 중앙 5.3인치 기후 제어 패널로 구성된 트리플 스크린 대시보드, USB-C 소켓 총 6개, 스피커 8대를 장착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었다. 기아에 예의를 갖추어 평가하자면, 같은 가격 대비 기아 차량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EV9의 가격과 스펙 조건을 들었다면, 다수 소비자가 말도 안 된다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이제는 아니다. 게다가 기아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차량보다 저렴하다.
비교적 더 비싼 EV9 GT-라인 S(GT-Line S)은 미국 시장 판매가 7만 3,900달러(국내 최고 가격 8,397만 원)이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스피커 14대를 탑재한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Meridian audio system)을 갖추고, 세 번째 열을 제외한 좌석에는 선루프를 장착했다. 두 번째 열에는 180도 뒤집어 뒷좌석과 마주 보도록 배치할 수 있는 좌석 2개를 갖추어 원할 때는 6인승 차량으로 변경할 수 있다. 물론, 트렁크도 크다. 트렁크 공간은 333리터이며, 전면에는 52리터짜리 프렁크도 추가로 적용됐다. (아직 프렁크라는 표현이 생소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때이다.)
배터리 성능의 훌륭함을 이야기하자면, 기아는 800V 충전 아키텍처 덕분에 EPA 평가 기준 1회 충전 시 장거리 주행 모델의 주행거리 304마일(약 489.2km)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단, 라이트 RWD 모드의 주행거리는 230마일(약 370.1km)이다.) 배터리가 10% 남은 상태일 때는 적합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찾는다면, 24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AWD 버전 기준 출력값은 무게 2.6t인 전기 SUV 차량의 0~62mph 가속이 4.5초로 짧은 편이다. GT-라인의 최대 속도는 124mph이다.
차량 내부 공간
EV9 내부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으로 구성됐다. 필자는 EV9이 레인지로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저소음 타이어와 어쿠스틱 글래스의 부분적인 영향 덕분에 주행 속도가 80mph일 때까지는 도로 소음이 크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GT-라인 모델로 주행한다면, 빠른 속도로 주행 속도 80mph까지 기록할 수 있다.
화면 세 대가 장착된 대시보드는 기존 기아 차량보다 성공적으로 개선하였음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차량 디스플레이에 새로 적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더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메뉴의 복잡한 구성이 완화되었다. 따라서 주행 속도와 주행 정보를 확인할 때 컴퓨터 게임을 실행하듯 오랜 시간 화면을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존 디스플레이 디자인에서 변경된 사항에 익숙해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디스플레이 변경 사항의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 기후 제어 패널을 장착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와 관련하여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은 기아도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분명한 메뉴 설정 옵션 구성 능력이 훌륭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주요 기능은 메뉴 옵션을 1~2회 선택한 뒤 접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 자체의 반응 수준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다. 운전자는 메뉴를 살짝 눌러도 확실히 반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원한다. 하지만 기아는 디스플레이를 더 강력하게 눌러야 한다는 점에서 가벼운 터치에도 신속하게 반응하는 마법을 파괴했다. 이상한 핸들 디자인도 기아가 실패한 부분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대와 기아 차량 모두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독 성가신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EV9과 함께 드디어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추가됐다. EV9은 기아 차량과 현대 차량 모두 통틀어 최초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중 하나를 선택하여 무선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차량이다. 그동안 기아와 현대 모두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에, 필자는 CES 2024 현장에서 송창현 현대모터그룹 소프트웨어개발 본부장 겸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추가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송 사장은 과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송 사장은 필자의 질문에 공감하면서 2021년 취임 당시 최우선 과제로 지정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결국, 송 사장의 목표대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추가했다.
그러나 EV9의 흥미로운 점은 앞좌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찾을 수 있다. 기아는 EV9을 의도한 바와 같이 7인승 차량으로 제작했다. 차량 전체 크기 덕분에 5피트 1인치(약 155.4cm)인 필자도 몸을 숙이지 않고 편안하게 세 번째 좌석 열에 탑승할 수 있었다. 차량에 탑승한 아이들을 관리하기 적합하고, 성인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두 번째 좌석 열은 앞뒤로 밀어서 다리를 뻗을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몸 전체를 편안하게 뻗을 수 있어, 다른 탑승자 위에 앉은 것과 같은 불편함을 느낄 일이 없다. EV9 좌석 모두 매우 편안하다. 맨 뒷좌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의 머리 받침대도 훌륭하다.
전력을 이야기하자면, EV9은 기아 차량이므로 V2L 기술을 지원한다. 즉, 가전제품을 차량에 연결하고, 차량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V9는 차량 전력을 가전제품으로 공급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가전제품의 전력을 차량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기아 EV9의 전력은 정전 시 가정에 이틀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집안 전체에 공급할 정도로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 않다면, 각각의 좌석 열마다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의 출력값을 지원하는 2개씩 배치된 USB-C 소켓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EV9 USB-C 소켓으로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했다.) 차량 내 와이파이 기능은 빌트인 SIM 카드가 제대로 신호를 받기만 한다면, 매우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선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로 전환하면, 와이파이 연결이 중단된다는 점에서 짜증 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거리 주행 시 EV9의 뒷좌석에서는 완벽한 연결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차량
EV9이 빠르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V9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거대한 SUV 차량 중 빠른 속도를 지원하지만 빠른 속도에서 멈출 때는 무서울 수도 있다. EV9의 속도와 주행거리 모두 0.28이라는 낮은 저항 계수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 거대한 전기차인 EV9의 공기역학 수준은 재규어 i-페이스(Jaguar i-Pace)보다 나은 수준이면서도 놀랍게도 람보르기니 우라칸 GT3(Lamborghini Huracán GT3)와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EV9의 가속은 많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 정도로 훌륭하지만 레이싱을 하듯 고속 주행을 하기에는 적합한 차량이 아니다. 산길을 따라 형성된 도로 코너에서 너무 빠른 속도를 내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 물리적 특성은 속일 수 없다. EV9이 무거운 편이라는 사실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탑승감 자체는 훌륭하다는 의미이다. 편안하면서도 도로 범프는 매우 원활하다. 에어 서스펜션(air suspension)이나 액티브 댐퍼(active damper)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부분이다.
핸들 움직임도 충분히 정확하게 반영되는 편이다. 모두 장거리 주행이나 도로 주행 시 사용하기 이상적인 전기 SUV를 구성하는 부분이다. EV9은 정확히 장거리 주행이나 도로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를 위한 차량으로 제작됐다. EV9은 소형 차량을 주행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하며, 멋진 인테리어 덕분에 차량의 환상을 더한다. 하지만 주차나 U턴을 시도할 때는 즉시 EV9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기아 언론 발표회 현장에서 EV9의 오프로드 주행 기회가 주어진 점이 아쉬웠다.
실제 주행 시 배터리 사용 관련 사항을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일반 주행 모드 기준 자유로와 시골길 모두 열심히 주행할 때 169마일(약 271.9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필자는 평균 2.9 miles/kWh로 주행했을 때 95%였던 배터리가 35%까지 남은 것을 확인했다. EV9이 홍보한 3.1 miles/kWh의 효율과 꽤 비슷한 수준이며, 매일 100% 충전할 때는 300마일(약 482.8km) 이상 주행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역대 기아 차량 중 최고의 차량
EV9에서도 문제점을 확실히 찾아볼 수 있다. 7인승 좌석을 지원하지만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 실행 시 볼륨을 높일 때는 문의 마찰음도 들린다. 인테리어 소재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편이지만, 그동안 고급 SUV 차량을 탑승한 소비자가 기대할 만한 수준의 최고급 소재는 아니다. 그리고 최악의 기어 스틱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EV9을 추천할 만한 요소도 많으므로 앞서 언급한 단점 모두 무시할 수 있다. 박스 형태이면서도 매력적인 차량 외관과, 동굴과 같이 멋지고 넓은 내부 공간, 성인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세 번째 열 좌석,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무선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추가 성공,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800V 전 시스템, 매우 편안한 탑승감이라는 장점을 모두 고려하면, EV9은 언젠가 미국에서 세금 포함 7,50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우수한 전기 SUV 차량이 될 것이다. (양방향 충전 기능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1년간 집안 전기세를 1,000~1,500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구성 대비 저렴한 가격이 EV9의 최대 장점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EV9이 기아의 역대 차량 중 가장 비싼 차량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아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기본 모델 가격은 레인지로버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로 기아는 EV9 사전 예약금을 결제한 고객 다수가 랜드로버 등 다른 고가 SUV 브랜드 차량과의 보상 판매 조건으로 구매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고가 SUV 브랜드 차량 대신 EV9을 선택하면, 큰돈을 아낄 수 있다. 동시에 여전히 세련된 모습과 고급스러움을 유지하여 기아가 지금까지 출시한 차량 중 가장 훌륭한 차량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 BMW, 리비안,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가 차량 브랜드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충분한 조건이 아닌가? 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Review: Kia EV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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