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등 기술이 발전하며 기기와 기기, 기기와 사람을 하나로 묶는 초연결의 중요성은 현 시대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결할 게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글로벌 IT기업이 '양자컴퓨팅'에 도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양자컴퓨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3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MS의 양자컴퓨팅 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활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소개했다. 발표는 한국MS 최고기술임원(NTO) 신용녀 이사가 맡았다.
◆양자컴퓨팅 연구소 자체 운영, 독자적인 '양자컴퓨팅 언어' 확보'
MS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양자컴퓨터 연구소를 활용해 양자 안정화 작업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MS는 지난 2004년 첫 양자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현재 전 세계 8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 이사는 "양자컴퓨팅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 개수를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큐비트를 안정화시켜 오류를 줄이는 것"이라며 "그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양자에 특화된 자신만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갖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MS는 지난 2017년 자체적인 양자컴퓨팅 프로그래밍 언어 '큐샵'(Q#)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에서 큐샵으로 프로그래밍을 체험할 수 있는 프리뷰 서비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MS의 프로그래밍 툴 '비쥬얼 스튜디오'에서도 큐샵을 활용할 수 있다. MS는 개발자들이 양자컴퓨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깃허브에 개발킷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MS는 사용자가 고객들이 양자컴퓨팅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꾸준히 깃허브에 샘플코드를 공개해 보다 많은 개발자가 양자컴퓨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신 이사는 "아직 애저에서 큐샵으로 양자컴퓨팅을 연구한 국내 사례는 존재하지 않으나, 앞으로 기술이 발전되면 충분히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MS는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기업인 만큼 다른 회사와 다른 측면에서 양자컴퓨팅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팅, 어떤 점이 다를까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로 구성된 '비트'를 기본 단위 인식하고 정보를 저장한다. 데이터가 많아지면 컴퓨터가 처리해야 하는 계산도 그만큼 늘어나고,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기준을 사용한다. 0 또는 1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소자다. 이 기본단위를 '큐비트(Qubit)'라고 부른다. 한 번에 여러 경우의 수를 동시에 비교하고, 확률에 따라 0이나 1, 둘 중 하나를 골라 값을 정한 다음 연산에 들어간다.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면 현재 쓰이는 컴퓨터에 비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고, 연산 속도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는 100만개의 연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70~100개의 큐비트를 가진 컴퓨터는 현재 쓰이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쓰임새는 기존 컴퓨터와 달라 상호 보완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 MS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의료분야와 기후 예측을 주목했다.
신 이사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분자 단위에서 항암 치료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으며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기상 관측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날씨를 탐지할 수도 있다.
신 이사는 AI 개발과정에도 양자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를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머신러닝 등으로 모델링을 하고 그걸 투입해 AI를 트레이닝 시켜야 한다"면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수백만개에서 수천만개에 이르는 실제 데이터를 빠르게 투입해 트레이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붙는 양자컴퓨팅 기술 경쟁
AI와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많은 기업이 양자컴퓨팅에 도전하는 추세다. IBM,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미 양자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IBM은 지난 2012년 양자컴퓨팅과 관련한 연구개발 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IT 및 가전기기 전시회 CES2019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양자컴퓨터 'Q시스템원'을 공개하기도 했다. Q시스템원은 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로 기업들이 IBM 클라우드에 접속해 Q시스템원을 연산에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자사가 발명한 양자 프로세서 '시카모어'로 슈퍼컴퓨터가 1만 년 이상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풀어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영국 네이처에 기재됐다. 시카모어는 54큐비트를 갖고 있다.
당시 구글 관계자는 "구글이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처음으로 달성했다"고 말했다. 양자 우위란 양자 컴퓨터의 성능이 일반 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서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구글은 큐비트 개수를 늘리는 등 양자컴퓨팅 기술을 발전 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행사를 열고 양자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을 선보였다.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으나, 양자컴퓨팅 솔루션 전문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기술을 클라우드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 브라켓은 리게티, 디웨이브, 이온큐의 양자컴퓨터를 고객들이 클라우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