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라는 의미가 처음 등장한 1956년 다트머스 회의 이후 AI는 눈 부신 변화를 거듭해 왔다. 한국에서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바둑대결 이후로 AI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부상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인간 최고 고수와의 대국에서 승리하는 모습에서 전 세계는 '우리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각성을 하게 됐다.
다시 4년이 지난 지금 AI 기술은 사업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즈니스 그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해 AI 기술이 발전되고, 또 AI 자체가 사업이 되는 세상을 만난 것이다. 2020년 글로벌 기업들의 '인공지능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 인텔, AI 기술 적용에 적합한 새 프로세서 양산
인텔은 이번 'CES 2020'에서 AI, 모바일, 접는 컴퓨팅 등 혁신 기술을 공유했다. 밥 스완(Bob Swan) 인텔 최고경영자는 교통흐름을 자연스럽게 뚫고 가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데모를 선보였다. 이들은 AI와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택시를 만들었다.
현재 아이스 레이크 (Ice Lake)라고 불리는 인텔의 최신 코어 프로세서는 AI 친화적인 기능을 갖춘 PC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장치는 인텔 딥 러닝 부스트 (Deep Deep Boost)로, 장치 내 추론을 가속화해 알고리즘이 훈련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를 해석해 내는 프로세스이다.
또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 신제품인 코드명 '타이거 레이크(Tiger Lake)'를 공개하고 CES2020에서 시연했다. 타이거 레이크는 중앙처리장치(CPU), AI 가속기 등에서 기존 제품 보다 성능을 높였다. 인텔이 CES 기조연설서 밝혔듯 이 프로세서는 두 자리수의 성능 향상, 통합형 썬더볼트(Thunderbolt 4), 새로운 그래픽 아키텍처 등 기능이 AI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상반기 출시될 3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도 기대작이다. 이 프로세서는 AI 학습 가속화 내장을 위해 인텔 DL 부스트(Intel® DL Boost)를 지원한다. 학습 성과는 인텔 DL 부스트로 이전 제품보다 60%가량 항상될 전망이다.
인텔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총괄 책임자인 그레고리 브라이언트(Gregory Bryant)는 "인공 지능은 이제 플랫폼에서 중요한 자원의 일부분이 됐다"며 "로드맵과 혁신, 연구 개발, 엔지니어링, 개발자와의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면에서 1등 자원이다"며 그 중요성을 부각했다.
◆ 애플, '저전력' '이미지 개선' AI로 디바이스 업그레이드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과 AI 기업 인수전에서 승리하며 AI 기술 확대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올해 1월 인수한 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애플은 디바이스 카메라 인식 외 자율주행차 연구와 프로세서 에너지 효율 향상 부문에서 큰 성능 향상을 기대하게 됐다.
엑스노어(Xnor.ai ) 인수는 애플의 최근 기업 인수 중 최대 규모인 2억 달러(한화 2300여 억원)에 달한다. MS 창업자인 폴 앨런이 설립해 저전력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엑스노어는 2016년 독립했다. 이후 엑스노어는 2019년 와이즈(Wyze) 캠의 대표적인 기능인 사람 감지 기능을 구현해 냈다.
글로벌 기술 기업의 전장으로 변모한 핵심 인공지능(AI) 분야에서 20달러 이하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과 동물, 물건을 감별하는 AI 센서를 보유하게 된 애플은 스마트 폰, 스마트 워치 외 자율주행차 관련 스마트기기서 더 많은 인텔리전스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또 인수 기술은 아이폰 카메라의 이미지 인식률을 높이는 효과는 물론 로봇 공학, 자율 주행 및 자연어 인식 분야에서도 활용돼 애플의 사업영역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엑스노어는 초소형 배터리만으로 여러 해 동안 사용 가능한 인공지능 칩을 개발해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애플은 클라우드에서 엣지 컴퓨팅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수 과제였던 저전력 다이렉트 데이터 전송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애플은 드라이브(Drive.ai), 실크랩스, 풀스트링, 투리 등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한 전력이 있다.
◆ AI기업으로 변신한 맥도날드, '드라이버스루' 혁신 시도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대명사격인 맥도날드는 지난해 10월 AI 기업 어프렌트(Apprente)을 인수하면서 기술 기업이라는 메뉴를 추가하게 됐다. 지난 3월 AI 벤처기업 ’다이내믹 일드‘(Dynamic Yield)를 3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두 번째 결실이다.
어프렌트는 사람의 음성을 바로 해석하는 의미화(Sound to meaning)’ 기술을 보유 중이다. 다른 음성 AI 모델과 차이점은 음성을 텍스트화(speech-to-text)하지 않고 음성을 측정해 곧바로 컴퓨터에 전송한다는 점이다. 차에 올라탄 채 인터폰 대화로 메뉴를 주문하는 기존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매장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의미 전달 향상을 불러와 주문 오류 현상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맥도날드가 인수한 ’다이내믹 일드‘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맥도날드는 이를 바탕으로 날씨, 시간, 요일, 계정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개인별 드라이브 스루 메뉴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올해 미국 현지 체인점의 드라이브스루 메뉴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고, 차례로 다른 주요 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맥도날드는 올해 셀프서비스 키오스크와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AI 기술을 기반해 차차 개선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암 잡아내는 구글', 헬스케어 사업 가속화
'AI 천국'으로 불리는 구글의 기술은 이제껏 자율주행이 주 관심 대상이 돼 왔다. 하지만 구글은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어, 올해 사업화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헬스의 스콧 마이어 매키니 연구팀은 '네이처'지 1월 1일자에 AI가 유방암 조기 진단 정확도에서 방사선 전문의를 능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AI가 전문의와 비교해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판단한 비율은 영국 여성의 영상은 5.7%, 미국 여성은 1.2% 각각 낮았다. 반대로 암에 걸렸는데 암이 아니라고 판단한 비율도 9.4%와 2.7% 낮았다.
구글은 지난해 5월에도 AI가 폐암 진단에서 최고 94.4%의 정확도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바 있다.
또 구글의 알파벳 인공 지능 연구소 딥마인드(DeepMind)는 급성 신장 손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70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딥마인드의 알고리즘은 최대 48시간 전에 급성 신장 손상을 미리 경고했으며, 9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였다. 급성 신장 손상은 환자의 신장이 갑자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발견이 어렵고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가 충분히 일찍 개입한다면 최대 30%까지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팀은 AI 진단이 빠르게 의료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모바일 의료 보조 프로그램인 '트림스(Streams)'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딥마인드는 이 앱이 임상의들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환자 관리를 개선해 급성 신장 손상 사례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헬스케어 AI 알고리즘은 각국의 의료 데이터 관련 규제로 실제 보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가 질병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증명됨에 따라 AI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AI 특허 왕국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플랫폼 고도화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기업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화 한 때는 2018년이다. 구글, 애플 등 IT 공룡들이 선점한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늦은 스타트인 것은 사실이나 MS라는 빅플레이어의 움직임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특허 건수이다. 아이플리틱스 자료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주요 IT기업들의 AI특허 보유 수는 MS 1만8365건, IBM 1만5046건, 삼성전자 1만1243건, 퀄컴 1만178건, 구글 9536건, 필립스 7023건, 지멘스 6192건, 소니 5526건, 인텔 4464건, 캐논 3996건 순이었다. 이미 MS는 사업화 이전인 2014년 자체 인공지능 기술 '샤이오스'를 기반으로 해 시집을 중국에서 출판한 전력이 있다.
MS가 2018년 인수한 시맨틱 머신즈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챗봇(채팅로봇)과의 대화에 문맥을 가미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그러나 프로세서 부문 최강자 MS의 AI 부문 진가는 역시 플랫폼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CES를 통해 LG전자와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을 체결하면서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애저가 지원하는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GPU(Graphic Process Unit) 등 연산력을 이용하면 인공지능 자율주행 SW를 학습시키는 데에 투입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CES에서는 MS와 LG전자 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빌딩관리시스템(BMS, Building Management System) 등 B2B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주목할 점은, 작년 하반기 MS는 이 AI 클라우드 애저 기반의 Microsoft VDI 서비스인 'Windows Virtual Desktop(이하 WVD)'를 론칭했다. WVD를 사용하면 애저에서 Windows 데스크톱 및 애플리케이션을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에서도 몇 분 안에 배포하고 확장할 수 있다. 특히, MS의 WVD는 다중 세션 Windows 10 환경과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유일한 서비스로 MS는 올해 WVD 라이선스 확대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 전 세계로 파견 중인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구글과 전 세계 AI 플랫폼 시장 90%를 양분해온 기업이다. AI는 비즈니스의 필수 영역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서 아마존의 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우주 사업까지 확장 중인 아마존 AI 비즈니스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지난 2016년 이미 독일에 인공지능 허브 ‘사이버 밸리(Cyber Valley)’를 출범한 아마존은 로봇, 머신러닝, 머신비전 등 AI의 핵심 분야 연구를 진행하며 막대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7년 인공지능(AI) 카메라 딥 렌즈(Deep Lens)를 공개 했고, 온라인 쇼핑 알고리즘을 토대로 개발한 AI 비서 알렉사(Alexa)는 이미 기술력을 검증받은 초일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2017년 1월에 개최된 CES2017에서 세계의 주요 전자업체들은 알렉사를 자사 제품에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가전 업계에선 LG전자가 냉장고, 월풀은 오븐이 알렉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올해 CES 2020에서 아마존은 자사 AI 비서를 사용할 수 있는 차량 확대를 위해 람보르기니, 리비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부터 가전은 물론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알렉사 차량 사용 확대에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포드, 아우디, BMW, 토요타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에보 스포츠카와 리비아의 전기차량 R1S SUV나 R1T 등에서도 알렉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은 지난 연말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AI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 ‘에코닷’, 스트리밍 서비스 기기 ‘파이어 TV 스틱’, 디스플레이가 달린 스마트 스피커 ‘에코 쇼 5’ 등을 판매량 최고 상품에 목록을 올렸다. 2020년 역시 아마존은 이 음성 비서를 기반으로 'IoT 가전'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번 CES2020에서 국내 최대 렌탈가전 업체인 웅진코웨이도 공기청정기 제품에 알렉사 연동한 '대시(DASH)'를 장착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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