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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AI, 도전에 직면한 '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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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AI, 도전에 직면한 '의술'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한 AI, 의료윤리 다시 생각할 때

'의료 윤리'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비단 면허를 가진 의사가 지녀야할 도덕적 의무감이나 행동 외 오늘날 다른 형태로 이 윤리적 규범은 강조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윤리적 기준은 멀티미디어와 IT기술의 발달과 결부돼 있다. 다양한 의료정보를 담은 영상이 인터넷망을 타고 유포 중이며, 인공지능이 환자의 초급 처방을 내리는 사회에 도달해 있다.  


◆'좋아요' '클릭 수'가 권위를 가지는 사회

의사의 권위는 사라진 것일까. 강아지 구충제 펜벨다졸 복용으로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에서는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품절되는 사태를 빚고 있다.

벤벨다졸 효능은 유튜브 '월드 빌리지 매거진 TV'라는 채널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2017년 1월, 미국 오클라호마에 거주 중인 조 티펜스는 말기 폐암 환자였다. 그는 암 판정 이후 생존 기한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텍사스 MD앤더슨암센터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당시 한 수의사로부터 과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후 펜벨다졸을 복용, 암을 완치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서는 검증되지 않은 이 사실이 '기적의 항암제'로 알려지며 복용 사례가 늘어났다.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 씨를 비롯한 유튜브에서는 펜벨다졸을 먹고 증세가 호전됐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2018년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산하 온라인 저널에 실린 논문 내용을 퍼다 나르며 맹신을 키웠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펜벤다졸'을 암 환자가 복용하는 일은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는 만큼 위험한 일"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또 네이처 논문은 단순히 약효를 내는 원리를 설명한 것일 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돼 있다고 만류했다. 

그럼에도 이 동물용 구충제를 구하려는 시도는 품절 행렬을 낳았다. 유튜브 상에는 더 이상 펜벨다졸을 구할수 없게 되자 사람용 구충제 성분인 알벤다졸을 대체 투약하기 시작했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인터넷 미디어 발달은 정보의 취사 선택권을 선물했으나 그것이 올바른 일인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단계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10여 년 전만 해도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사 처방만이 유효하게 인식되던 것과는 대조적 변화다. 


◆유튜브가 의술을 선도(?)하는 세상

인터넷 미디어 발달은 환자의 인식 변화를 불렀다. 그런데 의사 역시 수술절차를 배우고자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5일 미국 CNBC는 일부 의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수술과정을 학습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우려를 표했다. CNBC는 실제 아이오와 대학 (University of Iowa)이 4학년 의대생과 외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튜브는 수술 준비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디오 소스 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탠포드병원 혈관 외과의사인 올리버 알라 미 박사 (Oliver Aalami)는 "어떤 영상이 유효한 정보이고, 가짜 정보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들은 요골 골절 질환과 관련한 6만8000여개의 유튜브 동영상을 검토한 결과, 16개 영상 외 나머지는 실제 의사가 진행한 시술인지 자격증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유튜브의 알고리즘 역시 이 자격증명 절차를 방기하고 미자격 영상을 재생 목록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유튜브가 컨텐츠 심사와 영상 배열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또한 유효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윤리와 맞다 있기에 의료계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런던 유튜브 오피스 쇼룸을 장식한 영상. 유튜브는 다양한 의견의 집합체이다. [사진=와이어드 코리아]
런던 유튜브 오피스 쇼룸을 장식한 영상. 유튜브는 다양한 의견의 집합체이다. [사진=와이어드 코리아]

 

◆AI 의사가 당신의 주치의라면

의료계 IT기술의 진화는 AI(인공지능)가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단계로 이르렀다. AI 분야 전문가들은 의료계 인공지능 도입 필요성을 질병에 대한 대단위 데이터를 빠르게 검사해 의사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찾고 있다.

24일 미국의 뉴스통신사 AP는 인공지능 사회에 의사가 처한 윤리적 고민을 소개했다. 하버드 의과 대학의 아이작 코 하네 박사는 "인공 지능은 의사가 치료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모든 것을 처리 할 수 없다"면서 "여기에는 환자의 고통에 대한 관용 또는 자녀의 결혼식이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몇 개월 더 살려는 욕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좋은 의사는 인간으로서 우리의 목표를 이해하는 의사"라면서 AI가 지니지 못한 덕목에 대해 언급했다. 아이작 코 하네 박사의 지적처럼, 우리는 인공지능이 예기치 못한 변수나 환자의 감정, 고통 등을 분석하는 공감능력을 가지기에 부족한 미완의 4차혁명기를 걷고 있다 볼 수 있다. 때문에 AI 기술은 의사의 판단력을 보조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사를 대면하기 어려운 일부 환자나 비용 문제로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초기 원격진료 범주서 제한적 시행을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나라도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 속에 의료분야에서 첨단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5G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해 SK텔레콤은 용인세브란스 병원과 KT는 연세세브란스 병원, LG유플러스는 을지재단과 연계해 AI기반 솔루션과 인프라 제공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이미 의료 분야 AI 시스템인 미국 IBM 슈퍼컴퓨터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 병원도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3곳에 이른다.

AI 기술이 미래 의료서비스의 핵심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없다.  이제 사회적 논의 속에서 진단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 Al 엔지니어나 사용자 보호장치, 환자 안전과 관련한 제도 등에 대한 공감대 마련에 나설 때이다.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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