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AVID COX, WIRED US
2024년 4월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전역의 진료소와 주립 보건부의 전체 수신함에 단신 경고를 전송했다. 해당 메시지는 텍사스주의 어느 한 목장 근로자가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종인 동물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중 하나인 H5N1에 감염된 사실을 알렸다. H5N1은 전 세계에 확산 중인 질병 중 하나인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질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목장 근로자는 목장의 가축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CDC는 미국 전역 전문의에게 항상 주의하고, 최근 동물과 접촉한 뒤 중증 호흡기 증상이나 안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모두 H5N1 감염 가능성을 고려할 것을 고려하도록 촉구했다.
세계 각지의 바이러스 전문가는 H5N1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 보고에 경각심을 드러냈다. 미국 내 H5N1이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는 2024년 두 번째로 보고되었다. 첫 번째 사례는 2022년, 콜로라도의 어느 한 양계장 근로자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전염된 사례가 포유류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이다.
시드니 커비연구소의 생물보안 프로그램 책임자인 레이나 맥인타이어(MacIntyre)는 H5N1 바이러스가 갈수록 포유류 전체 바이러스종으로 변형되면서 인간 사이에서 널리 확산되기 쉬운 변이 바이러스가 형성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언급했다. 지금까지 H5N1이 원인이 된 건강 위협 사례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인간의 코와 입의 세포로 바이러스가 손쉽게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H5N1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맥인타이어는 “H5N1은 인간 사이에서 전염되기 쉬운 바이러스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인간 사이 전염되는 대유행병이 바이러스와의 밀접한 관련성에서 인간 기도의 특정 수용체로 변형된 변이라는 사실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H5N1는 새로이 발견된 바이러스가 아니다. H5N1는 1959년 스코틀랜드에서 최초로 발견되고, 2003년부터 2023년 12월 사이 23개국에서 인간의 감염 사례 총 882건이 보고되었다. 사망률은 52%로 추산되었다. 텍사스 목장 근로자가 감염된 하위 바이러스인 2.3.4.4b는 지난 4년간 유례없는 규모로 널리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보고를 통해 2020년부터 가축과 야생 조류 수억 마리가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사망했으며, 26개국에서는 포유류가 H5N1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H5N1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세계 각지로 널리 확산되어 남극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여우부터 북극곰까지 감염 사례가 다양하다.
맥인타이어는 여러 동물 사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된 추세가 유례없는 사례라고 설명하며, 돼지나 흰담비 등 인간과 비슷한 수용체를 보유한 동물 사이에서 확산된 사례를 관찰하기 위한 감시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맥인타이어는 “1997년부터 H5N1 감염 사례를 조사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지금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과거, 조류 사이에서 널리 확산된 H5N1 감염 사례 발견은 불규칙적이었으며, 감염 사례 발생 시 감염된 일부 조류를 선택한 뒤 도살하였다. 2021년부터는 H5N1 전염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전보다는 넓은 범위로 확산되지는 않았으나 감염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였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새로운 포유류 종 여럿이 H5N1에 감염되었다. 맥인타이어는 “간혹 인간의 대유행병 변이 바이러스를 생성할 유전 혼합 운반체에 적합하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주간 미국 보건 당국 관료는 6개 주의 소 떼 16개 무리 사이에서 H5N1 확산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축의 조류 인플루엔자 전염 사례 중 전염 범위가 가장 큰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연구는 동물 젖의 바이러스 양이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H5N1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더 어려운 감염 경로인 공중 전파보다는 착유기와 같이 오염된 장비를 통해 확산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네게브벤구리온대학교 전염병학자 겸 공중 보건 전문가 나베드 다비도비츠(Nadav Davidovitz)는 “현재 H5N1이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었다고 해서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일상 속 동물의 바이러스 감염 실태 조사에 더 투자하고, H5N1 관련 데이터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유행병 피로가 심각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맥인타이어는 인간 사이에서 대규모 발병 사례가 발생한다면, 세계 각지의 공중 보건 체계가 SARS-CoV-2를 비롯하여 비교적 새로이 발생한 바이러스 확산 당시보다는 대응 수준이 더 나을 것으로 평가했다. 인플루엔자가 수십 년 동안 집중 연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깊이 주목하지 못한 사이에 즉시 대규모로 확산될 수 있는 H5N1 하위 유형에 해당하는 다양한 바이러스의 잠재적 백신 후보군 목록을 보유했다. CDC는 텍사스 목장 근로자에게서 별도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백신 후보군이 면역력을 갖출 수 있는 H5N1 변이바이러스 2가지와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맥인타이어는 “마지막으로 인간 인플루엔자 대유행병 발병 사례가 보고된 때는 2009년이다. 당시 첫 번째 감염 사례 보고 후 6개월 동안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할 6개월 치 백신을 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빠른 속도로 제조가 가능한 새로운 백신 기술을 여럿 확보했다. 또한, 모든 독감 바이러스 종류에 맞설 항바이러스를 보유했으며, 특정 바이러스에 정확히 대응할 필요는 없다. 계절성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일부 바이러스 감염 면역력을 형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팀은 H5N1이 조류 사이에서 가장 전염성이 높은 수준으로 변이된 바이러스이므로 텍사스주 목장 근로자의 고립된 전염 사례가 갑자기 인간이나 젖소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될 만한 위력을 갖추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Pirbright Institute) 조류 인플루엔자 연구팀을 이끄는 무니르 이퀴발(Munir Iqbal) 박사는 “바이러스 시퀀스 데이터는 H5N1가 조류 바이러스임을 나타내므로 장기간 가축 사이에서 나타날 확률은 낮다”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수의학대학 연구원 모리스 피트스카이(Maurice Pitesky)는 텍사스주 목장에서 인간 전염 사례 발생 당시 와이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최대 규모 상업 양계장 내 H5N1 감염 사례가 두 건 보고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달걀을 품은 암탉 400여 마리를 안락사했다고 전했다.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감염 사례가 발생하여 미국 정부는 양계장 운영자를 대상으로 5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여 결국에는 달걀값 인상으로 이어졌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복지, 경제, 식품 안정성 측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본 상업 양계장에 미친 영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하다. 조류 인플루엔자 피해를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며,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 가축에도 전파될 위험성과 계속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성 측면에서는 불안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가장 최근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이후 나타날 사례로 지난 수십 년간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돼지 콜레라 확산이 반복된 사례를 지목했다. 돼지 콜레라는 전 세계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 순위에서 돼지고기가 닭고기에 밀릴 정도로 돼지 사육 산업 차원에서 돼지를 대규모로 도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현재 각국 정부가 택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모델이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 여파로 금전적 지속 가능성이 없는 농부에게 가축 손실 보상금을 지원하는 데만 지나치게 집중된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감염 사례를 막도록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이 더 널리 분산되도록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날씨 레이더와 위성 이미지, 머신러닝을 결합하여 여러 농가의 가금류 행동 변화를 파악할 예측 모델 분석 작업을 한다.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수집한 정보로 미국의 상업화 양계장 5~6만 곳 중 조류 인플루엔자 대규모 확산 위험성이 가장 큰 곳을 파악하고는 해당 양계장 내 모든 가금류를 최대한 보호할 전략을 마련한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기술이 상업 양계장 내 바이러스 퇴치 경로를 제공할 수도 있다. 2023년 10월, 영국의 어느 한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는 유전자 편집 방식인 크리스퍼(Crispr)로 닭의 조류 인플루엔자 저항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닭 세포에 접근할 때 이용하는 닭의 단백질 ANP32A, ANP32B, ANP32E를 생성하는 유전자 편집으로 닭의 조류 인플루엔자 저항성을 형성할 수 있다.
크리스퍼로 발암성 바이러스 질환인 조류백혈증(avian leukosis)과 돼지 농가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 확산 주범인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orcine reproductive and respiratory syndrome)을 비롯한 여러 전염병 저항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크리스퍼를 이용한 가금류의 조류 인플루엔자 저항성 형성 가능성을 주장한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브리스틀대학교 연구원 아레워 이도코 아코(Alewo Idoko-Akoh) 박사는 “현재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엄격한 농가 생명보안, 일부 국가의 가금류 백신, 바이러스 전염 혹은 노출된 가금류 집단 대규모 안락사 등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재발을 막지는 못했다. 닭 유전자 편집으로 질병 저항성을 생성하는 방법을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이나 제한 방식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해당 논문이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전자 편입 닭고기 소비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중의 대대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유전자 편집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은 잠재력이 크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유전자 변형 닭고기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정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퀴발 박사는 현재 조류 인플루엔자를 통제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전 세계 동물 집단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감시 노력으로 H5N1 확산 방식과 확산 지역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퀴발 박사는 “조류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가 개선된다면, 비정상적인 확산 양상이 감지된 모든 전염병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다”라며, 미국 내 H5N1 확산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질병 감시 체계는 염소와 가축 무리의 전염병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질병 대규모 확산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질병으로 발전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감지할 때는 훨씬 더 많은 연구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ird Flu Is Spreading in Alarming New Ways
2024년 4월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전역의 진료소와 주립 보건부의 전체 수신함에 단신 경고를 전송했다. 해당 메시지는 텍사스주의 어느 한 목장 근로자가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종인 동물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중 하나인 H5N1에 감염된 사실을 알렸다. H5N1은 전 세계에 확산 중인 질병 중 하나인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질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목장 근로자는 목장의 가축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CDC는 미국 전역 전문의에게 항상 주의하고, 최근 동물과 접촉한 뒤 중증 호흡기 증상이나 안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모두 H5N1 감염 가능성을 고려할 것을 고려하도록 촉구했다.
세계 각지의 바이러스 전문가는 H5N1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 보고에 경각심을 드러냈다. 미국 내 H5N1이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는 2024년 두 번째로 보고되었다. 첫 번째 사례는 2022년, 콜로라도의 어느 한 양계장 근로자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전염된 사례가 포유류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이다.
시드니 커비연구소의 생물보안 프로그램 책임자인 레이나 맥인타이어(MacIntyre)는 H5N1 바이러스가 갈수록 포유류 전체 바이러스종으로 변형되면서 인간 사이에서 널리 확산되기 쉬운 변이 바이러스가 형성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언급했다. 지금까지 H5N1이 원인이 된 건강 위협 사례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인간의 코와 입의 세포로 바이러스가 손쉽게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H5N1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맥인타이어는 “H5N1은 인간 사이에서 전염되기 쉬운 바이러스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인간 사이 전염되는 대유행병이 바이러스와의 밀접한 관련성에서 인간 기도의 특정 수용체로 변형된 변이라는 사실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H5N1는 새로이 발견된 바이러스가 아니다. H5N1는 1959년 스코틀랜드에서 최초로 발견되고, 2003년부터 2023년 12월 사이 23개국에서 인간의 감염 사례 총 882건이 보고되었다. 사망률은 52%로 추산되었다. 텍사스 목장 근로자가 감염된 하위 바이러스인 2.3.4.4b는 지난 4년간 유례없는 규모로 널리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보고를 통해 2020년부터 가축과 야생 조류 수억 마리가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사망했으며, 26개국에서는 포유류가 H5N1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H5N1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세계 각지로 널리 확산되어 남극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여우부터 북극곰까지 감염 사례가 다양하다.
맥인타이어는 여러 동물 사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된 추세가 유례없는 사례라고 설명하며, 돼지나 흰담비 등 인간과 비슷한 수용체를 보유한 동물 사이에서 확산된 사례를 관찰하기 위한 감시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맥인타이어는 “1997년부터 H5N1 감염 사례를 조사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지금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과거, 조류 사이에서 널리 확산된 H5N1 감염 사례 발견은 불규칙적이었으며, 감염 사례 발생 시 감염된 일부 조류를 선택한 뒤 도살하였다. 2021년부터는 H5N1 전염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전보다는 넓은 범위로 확산되지는 않았으나 감염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였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새로운 포유류 종 여럿이 H5N1에 감염되었다. 맥인타이어는 “간혹 인간의 대유행병 변이 바이러스를 생성할 유전 혼합 운반체에 적합하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주간 미국 보건 당국 관료는 6개 주의 소 떼 16개 무리 사이에서 H5N1 확산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축의 조류 인플루엔자 전염 사례 중 전염 범위가 가장 큰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연구는 동물 젖의 바이러스 양이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H5N1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더 어려운 감염 경로인 공중 전파보다는 착유기와 같이 오염된 장비를 통해 확산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네게브벤구리온대학교 전염병학자 겸 공중 보건 전문가 나베드 다비도비츠(Nadav Davidovitz)는 “현재 H5N1이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었다고 해서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일상 속 동물의 바이러스 감염 실태 조사에 더 투자하고, H5N1 관련 데이터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유행병 피로가 심각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맥인타이어는 인간 사이에서 대규모 발병 사례가 발생한다면, 세계 각지의 공중 보건 체계가 SARS-CoV-2를 비롯하여 비교적 새로이 발생한 바이러스 확산 당시보다는 대응 수준이 더 나을 것으로 평가했다. 인플루엔자가 수십 년 동안 집중 연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깊이 주목하지 못한 사이에 즉시 대규모로 확산될 수 있는 H5N1 하위 유형에 해당하는 다양한 바이러스의 잠재적 백신 후보군 목록을 보유했다. CDC는 텍사스 목장 근로자에게서 별도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백신 후보군이 면역력을 갖출 수 있는 H5N1 변이바이러스 2가지와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맥인타이어는 “마지막으로 인간 인플루엔자 대유행병 발병 사례가 보고된 때는 2009년이다. 당시 첫 번째 감염 사례 보고 후 6개월 동안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할 6개월 치 백신을 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빠른 속도로 제조가 가능한 새로운 백신 기술을 여럿 확보했다. 또한, 모든 독감 바이러스 종류에 맞설 항바이러스를 보유했으며, 특정 바이러스에 정확히 대응할 필요는 없다. 계절성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일부 바이러스 감염 면역력을 형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팀은 H5N1이 조류 사이에서 가장 전염성이 높은 수준으로 변이된 바이러스이므로 텍사스주 목장 근로자의 고립된 전염 사례가 갑자기 인간이나 젖소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될 만한 위력을 갖추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Pirbright Institute) 조류 인플루엔자 연구팀을 이끄는 무니르 이퀴발(Munir Iqbal) 박사는 “바이러스 시퀀스 데이터는 H5N1가 조류 바이러스임을 나타내므로 장기간 가축 사이에서 나타날 확률은 낮다”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수의학대학 연구원 모리스 피트스카이(Maurice Pitesky)는 텍사스주 목장에서 인간 전염 사례 발생 당시 와이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최대 규모 상업 양계장 내 H5N1 감염 사례가 두 건 보고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달걀을 품은 암탉 400여 마리를 안락사했다고 전했다.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감염 사례가 발생하여 미국 정부는 양계장 운영자를 대상으로 5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여 결국에는 달걀값 인상으로 이어졌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복지, 경제, 식품 안정성 측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본 상업 양계장에 미친 영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하다. 조류 인플루엔자 피해를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며,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 가축에도 전파될 위험성과 계속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성 측면에서는 불안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가장 최근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이후 나타날 사례로 지난 수십 년간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돼지 콜레라 확산이 반복된 사례를 지목했다. 돼지 콜레라는 전 세계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 순위에서 돼지고기가 닭고기에 밀릴 정도로 돼지 사육 산업 차원에서 돼지를 대규모로 도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현재 각국 정부가 택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모델이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 여파로 금전적 지속 가능성이 없는 농부에게 가축 손실 보상금을 지원하는 데만 지나치게 집중된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감염 사례를 막도록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이 더 널리 분산되도록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날씨 레이더와 위성 이미지, 머신러닝을 결합하여 여러 농가의 가금류 행동 변화를 파악할 예측 모델 분석 작업을 한다.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수집한 정보로 미국의 상업화 양계장 5~6만 곳 중 조류 인플루엔자 대규모 확산 위험성이 가장 큰 곳을 파악하고는 해당 양계장 내 모든 가금류를 최대한 보호할 전략을 마련한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기술이 상업 양계장 내 바이러스 퇴치 경로를 제공할 수도 있다. 2023년 10월, 영국의 어느 한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는 유전자 편집 방식인 크리스퍼(Crispr)로 닭의 조류 인플루엔자 저항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닭 세포에 접근할 때 이용하는 닭의 단백질 ANP32A, ANP32B, ANP32E를 생성하는 유전자 편집으로 닭의 조류 인플루엔자 저항성을 형성할 수 있다.
크리스퍼로 발암성 바이러스 질환인 조류백혈증(avian leukosis)과 돼지 농가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 확산 주범인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orcine reproductive and respiratory syndrome)을 비롯한 여러 전염병 저항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크리스퍼를 이용한 가금류의 조류 인플루엔자 저항성 형성 가능성을 주장한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브리스틀대학교 연구원 아레워 이도코 아코(Alewo Idoko-Akoh) 박사는 “현재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엄격한 농가 생명보안, 일부 국가의 가금류 백신, 바이러스 전염 혹은 노출된 가금류 집단 대규모 안락사 등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재발을 막지는 못했다. 닭 유전자 편집으로 질병 저항성을 생성하는 방법을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이나 제한 방식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해당 논문이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전자 편입 닭고기 소비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중의 대대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트스카이 연구원은 “유전자 편집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은 잠재력이 크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유전자 변형 닭고기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정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퀴발 박사는 현재 조류 인플루엔자를 통제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전 세계 동물 집단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감시 노력으로 H5N1 확산 방식과 확산 지역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퀴발 박사는 “조류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가 개선된다면, 비정상적인 확산 양상이 감지된 모든 전염병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다”라며, 미국 내 H5N1 확산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질병 감시 체계는 염소와 가축 무리의 전염병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질병 대규모 확산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질병으로 발전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감지할 때는 훨씬 더 많은 연구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ird Flu Is Spreading in Alarming New 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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