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대식 고층 빌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유리로 지은 외관이다. 롯데월드타워, 63빌딩, 코엑스 무역센터 등 한국의 초고층 빌딩 역사를 써 내려간 거의 모든 건물이 같은 형태이다.
유리가 외장재로 각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외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공사 기간을 줄이고, 무엇보다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리 건물을 짓는 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햇빛은 건물 내부로 무제한 들어오지만 빠져나갈 수 없기에 거대한 유리온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 거대한 유리온실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건물 냉각에 사용되는 에너지 양은 2000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 만약 우리가 에어컨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사용량은 다시 두 배로 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리 건물은 냉방을 필요치 않는 기후조건에서도 온실 효과를 불러와 에어컨 사용을 부추긴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상쇄하고자 대안형 건축자재 사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태양의 이동경로에 맞춰 각도가 자동 조절되는 블라인드나 로이(LOW-E) 코팅 유리 등이 그것이다.
로이 공법은 유리 자체에 코팅막을 입혀 햇빛의 투영을 막아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방지해 준다. 반대로 겨울철 내부 난방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한다.
그렇다고 이것을 진정한 친환경 공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코팅막은 언젠가 수명을 다할 것이고, 그만큼의 건축 폐기물을 양산하는 문제가 있다. 또 효율면에서도 공조기 사용량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건축가들은 더 많은 창을 설계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일정 규모의 햇빛 차단이나 자연환기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유리는 외부를 투시하는 창문의 재료로서 훌륭할 뿐이지 목재와 같은 생물학적 기반 재료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실례로 목재는 냉난방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자체 습도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집의 일부로 쓰이며 철거 후에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날 목조 건축은 친환경 사회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다. 2016년 캐나다 밴쿠버에 건축된 18층짜리 목조 기숙사는 높이에 대한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한 제로 섬 빌딩으로 진화해 이번에는 40층 높이로 건축 중이다.
환경 문제를 다룬 사회적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측면에서도 고층 유리 건물에 대한 제재는 한 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영국 은행은 2년 안에 기후문제에 대한 투자위험도를 평가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발생도가 높은 건물에 대해 투자를 원치않는 고객에게 이를 알리겠다고 의도이다.
또 마천루를 대표하는 도시 뉴욕의 빌 더블라시오 시장은 올해 초 완전한 유리 외관의 초고층빌딩은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유리로 덮인 빌딩이 너무나 많은 에너지 손실을 일으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 건물은 유리 창문을 필연 적으로 가지는 구조이기에 그 규모를 축소하는 쪽에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핵심 요소는 유리 외장재 사용을 억제해 외관 면적의 최대 40%를 넘지않는 일이다. 그렇게 줄어든 면적은 더 친환경적인 재료로 채우면 된다.
우리가 고층건물 설계를 구상 중이라면, 그 결과물이 100년 동안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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