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REGORY BARBER, WIRED US
재난 지원금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사업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은행에서 직접 예금을 받는 식으로 재난 지원금을 수령할 것이다. 그러나 벤모(Venmo)나 캐시앱(CashApp) 등 2020년 내내 현금 서비스 발전을 약속하면서 재난 지원금 수령을 위해 경쟁해온 결제 앱으로도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결제 앱으로 재난 지원금을 수령한다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 결제 앱을 이용한 재난 지원금 수령 과정은 느리며, 주로 일부 기업이 수수료를 받고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따라 재난 지원금을 다루는 서비스는 전형적인 미국의 경쟁 혹은 약탈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2020년 봄, 1차 재난 지원금 지급 논의가 이루어질 당시 일부 진보 성향의 국회의원이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 달러로 직접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고자 했다. 디지털 달러를 지급할 시, 별도로 물리적 화폐를 직접 발행하거나 동전 주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또, 우편으로 수표를 보낼 필요도 없었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방준비제도에서 직접 계좌를 개설하고자 했다. 해당 계좌는 지방 은행이나 우체국의 도움 없이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계좌이다.
대중이 다루는 화폐 대부분이 거의 전자 형태로 유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달러로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개념은 다소 이상하다. 그러나 벤모의 재정과 신용카드 빚은 실제 화폐가 아닌 은행이 다루거나 소유하고 있는 화폐 대안의 형태이다. 계좌 잔고를 확인해 현금을 인출하거나 게임스탑(GameStop) 주식을 구매할 때, 은행은 장부 기록을 변경하고 간혹 물리적 화폐를 은행과 고객 사이에서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경험할 수 있는 때는 미국 달러가 물리적 화폐를 통해 유통된다는 본질이 적용될 때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달러는 물리적 화폐와 똑같은 본질적 가치를 지닌다. 디지털 달러는 물건 자체가 될 수 있으며, 다른 무언가를 나타내지 않는다. 디지털 화폐는 여러 형태를 지닐 수 있다. 디지털 화폐를 가장 쉽게 시각화할 수 있는 한 가지 형태로 휴대폰에 저장된 디지털 토큰이나 직불 카드와 같은 하드웨어를 언급할 수 있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 계산원에게 물리적 화폐를 건네는 대신 판매자에게 전자 형태로 토큰을 전송한다. 혹은 디지털 화폐는 계좌 기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거래 과정에 연방준비제도 계좌와 직접 연결된 신용 카드 및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중국과 스웨덴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화폐 사용을 실험 중이다. 바하마는 이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샌드 달러(Sand Dollar)를 발행했다. 또, 수십 개 국가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사용 실험을 고려 중이다. 미국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 제안은 2020년도 경기 부양책에서 끝나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과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도 향후 몇 개월 이내에 디지털 달러 발행 개념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발행을 위해 수많은 세부 사항을 다루어야 한다. 누가 디지털 화폐 발행 과정을 감독할 것인가? 디지털 달러를 민간 은행, 결제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디지털 달러 사용을 고려할 이가 있을까?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의 경제학자 피터 보핑거(Peter Bofinger) 박사는 “디지털 달러는 다른 결제 시스템만큼 훌륭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달러가 다른 결제 시스템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디지털 결제가 민간에 유지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은행 계좌와 신용 카드를 이용한 결제 방식을 고안했을 때, 거래 내역을 기업이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 편리함을 누린다는 파우스트식 거래가 이루어졌다. 매번 이루어지는 거래는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우리의 정보 보안 계층이 법률 집행기관 때문에 적어도 몇 단계 사라진 사실을 알고 있다. 정부 관료조차도 이를 없애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편리함을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없애는 것은 특히 미국에 달갑지 않은 문제이다. 이는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중국에서는 관료가 디지털 위안 발행을 위해 ‘통제 가능한 익명성’ 개념을 만들어냈다. 통제 가능한 익명성은 거래 당사자 모두 서로 익명성을 유지한 채로 거래하지만,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각국 정부가 거래를 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바로 개인 거래 시스템과 더 발전된 암호화 과정을 형성해 정부에 공유되는 정보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보장이 어렵다. 실제 대면 현장에서 유통되는 물리적 화폐와 다르며, 대부분 익명성을 지닌 채로 거래된다.
2020년 봄을 포함해 여러 차례 디지털 달러 발생 제안을 위해 협력한 윌라메트대학교 로한 그레이(Rohan Grey) 법학 교수는 “은행 계좌가 없는 이를 돕는 것이 동정심이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최종 결과는 은행 계좌 시스템 감시가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갑자기 모든 거래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미국 사회 통계를 강화하는 통화 제도 수립을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거래 감시 우려는 디지털 화폐 개념만큼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1994년, 와이어드 기자 스티븐 레비(Steven Levy)는 암호학 전문가 겸 디지털 형태의 화폐인 전자 캐시 전문가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종이 및 동전 형태의 화폐 대신 직불카드나 전자 열쇠처럼 생긴 전용 기기에 저장된 디지털 토큰을 들고 다니거나 디지털 토큰을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을 원하리라 생각했다. (스마트폰 보급 전에 제시된 의견이다) 차움은 초기에 암호화 제어를 통해 거래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게 할 방법을 우려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가 발행한 디지털 화폐는 카드 형태가 아니었다. 레비는 당시 “연방준비제도 대변인에게 연락해 전자 캐시 발행을 요청하라고 말하자, 차움은 비웃었다. 마치 환율장을 UFO와 바꾸는 것을 문의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작성했다.
페이팔과 같은 결제 앱과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이었으며, 또 페이스북이 현재 디엠(Diem)이라고 알려진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이었다. 모두 광범위한 디지털 성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간 화폐 형태 발행을 약속했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 부문에서 훨씬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기 전이었다. 일례로 중국은 알리페이, 위챗 페이와 같은 민간 결제 시스템이 거의 보편화됐다.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는 기존 은행과 같은 경쟁 기관이 등장해, 결제 시스템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잠재적으로 중국 정부가 국가 경제를 더 지켜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디지털 화폐 발행 부문 경쟁의 또 다른 여파는 물리적 화폐 사용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정부 관료는 전자 크로나를 물리적 화폐를 유통하기 어려운 곳에도 화폐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식료품 구매와 은퇴 후 연금 수령, 복지 지원금 수령 모두 민간 금융 네트워크가 얼마나 탄탄한가에 달려있다는 의미이다. 화폐가 대중의 눈에서 사라지더라도 공공 화폐는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지원 수단의 형태로 제공된다. 코로나19 시기에 현금을 사용하는 이가 감소했으나 실제 전체 화폐 유통량은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ATM에서 현금을 거액 인출했기 때문이다. 현금은 안전한 자산이며, 위험성이 없다. 단, 안전하게 보관할 곳을 찾기만 하면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할 것인가? 2020년 게재된 ‘현금과 같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On the Possibility of a Cash-Like CBDC)’이라는 논문을 통해 스웨덴 중앙은행 소속 연구원들은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프라이버시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디지털 화폐의 제작 방식을 떠나 누군가가 거래 내역을 추적해 일종의 디지털 화폐 위조인 이중 결제 문제를 막을 것이라고 작성했다. 즉, 디지털 거래는 일종의 장부를 사용해 추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절대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어렵다. 거래 상세 내역이나 거래 과정에 개입된 당사자의 신원을 가리더라도 절대적인 프라이버시 보장은 어렵다. 아주 작은 단위라도 항상 백도어가 숨어 있거나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론상 어떠한 중앙화된 시스템에도 전혀 연결되지 않은 채로 디지털 달러를 유통하고 거래하는 보안 하드웨어 형태를 사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스턴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 달러 원형 제작 연구를 하는 연구팀을 이끄는 MIT의 디지털 화폐 계획(Digital Currency Initiative) 총괄 네하 나루라(Neha Narula)는 현재의 보안 하드웨어는 오류 증명을 하지 않아, 보안 우려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어떤 거래 시스템이든 프라이버시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완벽한 설정을 목표로 한다면, 헛된 기대를 갖게 될 수 있다. 나루라 총괄은 “디지털 캐시 형태로 디지털 화폐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는 현금을 넘어서거나 현금을 대체하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연구한 적이 있는 코넬대학교 암호학 전문가 아리 주엘스(Ari Juels) 박사는 훌륭한 프라이버시 수준을 지닌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프라이버시 수준을 얼마나 허용하고, 프라이버시 보장을 대가로 얼마나 많은 효율성과 보안이 약화될 것인가가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다. 주엘스 박사 연구팀은 최근 게재한 논문을 통해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등 다양한 프라이버시 보존 기술을 광범위하게 대중화된 결제 방식에 사용할 때의 잠재적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평가 과정에 지캐시(zCash)와 같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용했다. 프라이버시 보존 기술 수단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조작이나 해킹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사용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엘스 박사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한 결제 기술의 등장을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보호 조치는 정부가 민간 은행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에 무제한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막는 법률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프라이버시 논의는 금융 수단으로써의 현금의 중요성과 유일함을 강조한다. 그레이 교수는 “지갑 속의 동전이 거래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술적 장애물이 있는데도 계속 대면 공간에서 익명성을 지닌 디지털 캐시를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레이 교수의 표현을 빌어 ‘거의 충분한 상태만 되어도 충분하다’라는 전략은 정부가 디지털 화폐에 상응하는 물리적 화폐를 발행한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주어, 디지털 화폐와 물리적 화폐의 차이를 묻는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레이 교수는 “누군가의 실명을 공개할 수 있는 거래 내역이 있는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을 없앨 수 있는가? 대중이 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연방준비제도에 개인의 거래 이력을 저장하는 것과 관련, 스웨덴 중앙은행 연구원들의 주장이 옳다고 말한다. 디지털 화폐를 현금이라고 부르지 마라.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s Digital Currency’s Popularity Rises, So Do Privacy Fears
재난 지원금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사업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은행에서 직접 예금을 받는 식으로 재난 지원금을 수령할 것이다. 그러나 벤모(Venmo)나 캐시앱(CashApp) 등 2020년 내내 현금 서비스 발전을 약속하면서 재난 지원금 수령을 위해 경쟁해온 결제 앱으로도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결제 앱으로 재난 지원금을 수령한다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 결제 앱을 이용한 재난 지원금 수령 과정은 느리며, 주로 일부 기업이 수수료를 받고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따라 재난 지원금을 다루는 서비스는 전형적인 미국의 경쟁 혹은 약탈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2020년 봄, 1차 재난 지원금 지급 논의가 이루어질 당시 일부 진보 성향의 국회의원이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 달러로 직접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고자 했다. 디지털 달러를 지급할 시, 별도로 물리적 화폐를 직접 발행하거나 동전 주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또, 우편으로 수표를 보낼 필요도 없었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방준비제도에서 직접 계좌를 개설하고자 했다. 해당 계좌는 지방 은행이나 우체국의 도움 없이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계좌이다.
대중이 다루는 화폐 대부분이 거의 전자 형태로 유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달러로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개념은 다소 이상하다. 그러나 벤모의 재정과 신용카드 빚은 실제 화폐가 아닌 은행이 다루거나 소유하고 있는 화폐 대안의 형태이다. 계좌 잔고를 확인해 현금을 인출하거나 게임스탑(GameStop) 주식을 구매할 때, 은행은 장부 기록을 변경하고 간혹 물리적 화폐를 은행과 고객 사이에서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경험할 수 있는 때는 미국 달러가 물리적 화폐를 통해 유통된다는 본질이 적용될 때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달러는 물리적 화폐와 똑같은 본질적 가치를 지닌다. 디지털 달러는 물건 자체가 될 수 있으며, 다른 무언가를 나타내지 않는다. 디지털 화폐는 여러 형태를 지닐 수 있다. 디지털 화폐를 가장 쉽게 시각화할 수 있는 한 가지 형태로 휴대폰에 저장된 디지털 토큰이나 직불 카드와 같은 하드웨어를 언급할 수 있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 계산원에게 물리적 화폐를 건네는 대신 판매자에게 전자 형태로 토큰을 전송한다. 혹은 디지털 화폐는 계좌 기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거래 과정에 연방준비제도 계좌와 직접 연결된 신용 카드 및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중국과 스웨덴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화폐 사용을 실험 중이다. 바하마는 이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샌드 달러(Sand Dollar)를 발행했다. 또, 수십 개 국가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사용 실험을 고려 중이다. 미국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 제안은 2020년도 경기 부양책에서 끝나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과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도 향후 몇 개월 이내에 디지털 달러 발행 개념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발행을 위해 수많은 세부 사항을 다루어야 한다. 누가 디지털 화폐 발행 과정을 감독할 것인가? 디지털 달러를 민간 은행, 결제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디지털 달러 사용을 고려할 이가 있을까?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의 경제학자 피터 보핑거(Peter Bofinger) 박사는 “디지털 달러는 다른 결제 시스템만큼 훌륭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달러가 다른 결제 시스템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은행 계좌가 없는 이를 돕는 것이 동정심이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최종 결과가 은행 계좌 시스템 감시라면 어떨까?”
로한 그레이, 윌라메트대학교 법학 교수
로한 그레이, 윌라메트대학교 법학 교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디지털 결제가 민간에 유지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은행 계좌와 신용 카드를 이용한 결제 방식을 고안했을 때, 거래 내역을 기업이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 편리함을 누린다는 파우스트식 거래가 이루어졌다. 매번 이루어지는 거래는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우리의 정보 보안 계층이 법률 집행기관 때문에 적어도 몇 단계 사라진 사실을 알고 있다. 정부 관료조차도 이를 없애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편리함을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없애는 것은 특히 미국에 달갑지 않은 문제이다. 이는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중국에서는 관료가 디지털 위안 발행을 위해 ‘통제 가능한 익명성’ 개념을 만들어냈다. 통제 가능한 익명성은 거래 당사자 모두 서로 익명성을 유지한 채로 거래하지만,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각국 정부가 거래를 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바로 개인 거래 시스템과 더 발전된 암호화 과정을 형성해 정부에 공유되는 정보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보장이 어렵다. 실제 대면 현장에서 유통되는 물리적 화폐와 다르며, 대부분 익명성을 지닌 채로 거래된다.
2020년 봄을 포함해 여러 차례 디지털 달러 발생 제안을 위해 협력한 윌라메트대학교 로한 그레이(Rohan Grey) 법학 교수는 “은행 계좌가 없는 이를 돕는 것이 동정심이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최종 결과는 은행 계좌 시스템 감시가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갑자기 모든 거래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미국 사회 통계를 강화하는 통화 제도 수립을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거래 감시 우려는 디지털 화폐 개념만큼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1994년, 와이어드 기자 스티븐 레비(Steven Levy)는 암호학 전문가 겸 디지털 형태의 화폐인 전자 캐시 전문가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종이 및 동전 형태의 화폐 대신 직불카드나 전자 열쇠처럼 생긴 전용 기기에 저장된 디지털 토큰을 들고 다니거나 디지털 토큰을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을 원하리라 생각했다. (스마트폰 보급 전에 제시된 의견이다) 차움은 초기에 암호화 제어를 통해 거래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게 할 방법을 우려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가 발행한 디지털 화폐는 카드 형태가 아니었다. 레비는 당시 “연방준비제도 대변인에게 연락해 전자 캐시 발행을 요청하라고 말하자, 차움은 비웃었다. 마치 환율장을 UFO와 바꾸는 것을 문의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작성했다.
페이팔과 같은 결제 앱과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이었으며, 또 페이스북이 현재 디엠(Diem)이라고 알려진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이었다. 모두 광범위한 디지털 성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간 화폐 형태 발행을 약속했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 부문에서 훨씬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기 전이었다. 일례로 중국은 알리페이, 위챗 페이와 같은 민간 결제 시스템이 거의 보편화됐다.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는 기존 은행과 같은 경쟁 기관이 등장해, 결제 시스템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잠재적으로 중국 정부가 국가 경제를 더 지켜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디지털 화폐 발행 부문 경쟁의 또 다른 여파는 물리적 화폐 사용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정부 관료는 전자 크로나를 물리적 화폐를 유통하기 어려운 곳에도 화폐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식료품 구매와 은퇴 후 연금 수령, 복지 지원금 수령 모두 민간 금융 네트워크가 얼마나 탄탄한가에 달려있다는 의미이다. 화폐가 대중의 눈에서 사라지더라도 공공 화폐는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지원 수단의 형태로 제공된다. 코로나19 시기에 현금을 사용하는 이가 감소했으나 실제 전체 화폐 유통량은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ATM에서 현금을 거액 인출했기 때문이다. 현금은 안전한 자산이며, 위험성이 없다. 단, 안전하게 보관할 곳을 찾기만 하면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할 것인가? 2020년 게재된 ‘현금과 같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On the Possibility of a Cash-Like CBDC)’이라는 논문을 통해 스웨덴 중앙은행 소속 연구원들은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프라이버시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디지털 화폐의 제작 방식을 떠나 누군가가 거래 내역을 추적해 일종의 디지털 화폐 위조인 이중 결제 문제를 막을 것이라고 작성했다. 즉, 디지털 거래는 일종의 장부를 사용해 추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절대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어렵다. 거래 상세 내역이나 거래 과정에 개입된 당사자의 신원을 가리더라도 절대적인 프라이버시 보장은 어렵다. 아주 작은 단위라도 항상 백도어가 숨어 있거나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론상 어떠한 중앙화된 시스템에도 전혀 연결되지 않은 채로 디지털 달러를 유통하고 거래하는 보안 하드웨어 형태를 사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스턴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 달러 원형 제작 연구를 하는 연구팀을 이끄는 MIT의 디지털 화폐 계획(Digital Currency Initiative) 총괄 네하 나루라(Neha Narula)는 현재의 보안 하드웨어는 오류 증명을 하지 않아, 보안 우려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어떤 거래 시스템이든 프라이버시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완벽한 설정을 목표로 한다면, 헛된 기대를 갖게 될 수 있다. 나루라 총괄은 “디지털 캐시 형태로 디지털 화폐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는 현금을 넘어서거나 현금을 대체하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연구한 적이 있는 코넬대학교 암호학 전문가 아리 주엘스(Ari Juels) 박사는 훌륭한 프라이버시 수준을 지닌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프라이버시 수준을 얼마나 허용하고, 프라이버시 보장을 대가로 얼마나 많은 효율성과 보안이 약화될 것인가가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다. 주엘스 박사 연구팀은 최근 게재한 논문을 통해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등 다양한 프라이버시 보존 기술을 광범위하게 대중화된 결제 방식에 사용할 때의 잠재적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평가 과정에 지캐시(zCash)와 같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용했다. 프라이버시 보존 기술 수단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조작이나 해킹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사용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엘스 박사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한 결제 기술의 등장을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보호 조치는 정부가 민간 은행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에 무제한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막는 법률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프라이버시 논의는 금융 수단으로써의 현금의 중요성과 유일함을 강조한다. 그레이 교수는 “지갑 속의 동전이 거래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술적 장애물이 있는데도 계속 대면 공간에서 익명성을 지닌 디지털 캐시를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레이 교수의 표현을 빌어 ‘거의 충분한 상태만 되어도 충분하다’라는 전략은 정부가 디지털 화폐에 상응하는 물리적 화폐를 발행한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주어, 디지털 화폐와 물리적 화폐의 차이를 묻는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레이 교수는 “누군가의 실명을 공개할 수 있는 거래 내역이 있는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을 없앨 수 있는가? 대중이 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연방준비제도에 개인의 거래 이력을 저장하는 것과 관련, 스웨덴 중앙은행 연구원들의 주장이 옳다고 말한다. 디지털 화폐를 현금이라고 부르지 마라.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s Digital Currency’s Popularity Rises, So Do Privacy F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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