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통신망사업자(MVNO)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년 연속 순수 이탈자가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알뜰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반전을 만들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번호이동을 한 이용자는 70만 5090명이다. 2018년(69만 2352명)보다 1만3천여 명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사람은 42만 8561명으로 전년에 기록한 56만 4501명보다 10만 명 이상 줄었다. 이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사람들이 이동통신 3사로 서비스사를 바꾼 셈이다. 알뜰폰 전체 번호이동 이용자는 27만 6529명 순수 감소했다.
순감폭도 2배 이상 늘었다. 서비스 이후 계속 순증하던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2018년 처음으로 12만 7861명이 감소했다. 알뜰폰 전체 가입 회선 수도 2019년 11월 기준 786만 9230명으로 1월(803만 2267명)보다 16만 3037명 줄었다.
지난해 알뜰폰이 크게 고전한 데에는 이동통신 3사가 보편요금제 수준으로 요금제를 개편한 점, 그리고 '불법보조금 대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최신 스마트폰이 대부분 5G 전용으로 출시되면서 4세대(LTE) 망 위주로 서비스 중인 알뜰폰 시장에선 악재로 작용했다. 이동통신 3사는 5G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쳤다. 갤럭시 S10, LG V50 씽큐 등의 5G 스마트폰이 '공짜폰' 수준으로 판매되는 등 과열 양상이 심화됐다.
지난해 7월에는 LG U+가 SKT와 KT의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한 실태조사 요청 신고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방통위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과 관련해 사실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5G 중저가 요금제와 망 도매대가 인하, 중저가폰 출시가 긍정적인 요소
고전 중인 알뜰폰의 타개책 역시 5G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기영 과학정보기술통신부 장관은 지난 22일 세종시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월 3만~4만 원 수준의 5G 중저가 요금제가 나오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장관은 "5G 중저가 요금제가 통신사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5G 대중화와 품질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며 "알뜰폰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조기 출시를 유도하고 이동통신사도 맞춤형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출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과 KT엠모바일 등의 알뜰폰 사업자가 5G 요금제를 제공하지만 이동통신 3사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에 내야 하는 망 도매대가가 비싸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 망을 빌릴 때 내는 금액을 말한다. 정부는 망 도매대가를 인하하도록 해 알뜰폰 사업자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LG헬로비전(구 CJ 헬로)을 인수한 LG U+가 알뜰폰 사업자에 유무선 결합상품을 LU U+와 동등한 조건으로 제공하고 망 도매대가를 할인하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여기에 5G를 지원하는 중저가폰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막혀있던 알뜰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