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와이어드코리아] 박정호 SK텔레콤(SKT) 사장이 본사와 자회사를 포함한 총체적 변화를 예고했다. 회사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사명까지 새롭게 변경하며 같은 듯 다른 조직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이동통신 관련 매출이 전체의 60% 이하인 반면 다른 매출(미디어, 보안, 커머스) 비중이 40%를 넘어 50%에 이르는 점을 들어 회사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조직의 형태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이름으로, 자회사는 상장 추진
박 사장은 이를 위해 "자회사들을 포함한 현재의 SK텔레콤 조직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사명도 다른 것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바꾸고자 하는 사명은 아직 정해진 바 없으나 초연결(하이퍼 커넥트, hyper connect) 개념이 포함된 것을 원하고 있다. 가급적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재편의 내용과 형태 역시 아직 정해진 바 없으나 "현재의 SK텔레콤 조직을 하나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서 큰 틀의 재편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운영 중인 4개의 사업부가 각각의 독립 법인이고 사업 내용도 지금의 텔레콤 이름으로는 포괄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미래 방향성을 고려해 보아도 단순한 통신 회사가 아닌 ICT 복합 기업으로 재평가 받아야 하고 기업 정체성에 걸맞게 사명 변경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종합적인 조직 재편 대상 회사는 5개다. 박 사장은 "5개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했고 "직원들은 일하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실제 변화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며 "회사가 상장을 하게 되니까"라는 말로 자회사들의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5개 기업이 어느 곳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과 연관 비즈니스가 높고 통합 테두리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곳들이 유력하다. SK브로드밴드와 ADT캡스, 11번가, 인수 합병 작업이 진행 중인 티브로드를 후보로 놓을 수 있다.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와 한몸으로 가정할 경우엔 플로와 웨이브를 후보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MNO 사업부를 비롯, 미디어사업부(SK브로드밴드), 보안사업부(ADT캡스), 커머스 사업부(11번가) 등 4개로 조직을 구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ADT캡스, 11번가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고 티브로는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박 사장은 상장에 소요되는 시간은 "2~3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지만 "빠른 곳은 내년 초에 상장할 수도 있다"며 물밑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도 암시했다. 진행 순서는 "3 플러스 2가 되지 않겠냐"는 언급으로 미뤄 볼 때 3개 회사에 대한 재편 작업을 먼저 진행한 후 나머지 2개 회사도 재편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간 협력하는 ‘초협력’ 강조
이날 박 사장은 글로벌 기업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기업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서로 힘을 합치는 ‘초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협력 방안을 다듬고 추진해 초협력 중심에서 ‘하이퍼 커넥터’(Hyper Connector) 역할을 맡겠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전날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과 만나 AI 분야 초협력을 제안했고 고 사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SKT는 이미 카카오와 지분 스와프를 통해 긴밀한 협력을 합의했고 그 과정에서 AI협력 방안도 논의 중이다.
대표적인 초협력 사례로는 지상파 방송과 손잡은 통합 OTT(Over The Top) 플랫폼 ‘웨이브’를 꼽았다. 박 사장은 "함께 손잡고 시너지를 냈던 웨이브의 사례처럼 AI분야에서도 초협력 논의들이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SK텔레콤이 다양한 ICT 기업들에게 초협력을 제안하고 있으며 후속 논의도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도이치텔레콤, 싱클레어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맺고 제반 영역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 시간)부터 진행된 세계 가전 및 IT 박람회 CES 2020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만나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논의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바이톤과의 협력도 같은 맥락의 사업이다. 박 사장은 “최근 자율주행차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강화해 모빌리티 분야를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환경 내에 포함되는 지도, 음악, 영상, AI, 5G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바이톤과 제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바이톤은 전기차 분야에서의 협력을 골자로 8일(현지 시간) 사전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논의가 잘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까지도 검토 중이다.
◆ ‘듀얼 운영체제'로 MNO + 새로운 ICT 기업가치 극대화
박 사장은 “기존의 주 사업분야인 이동통신사업(MNO)과 뉴 ICT를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는 ‘듀얼OS’ 경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업의 경우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용 사례를 선보이고 B2B 사업도 강화한다는 전략. 고객들이 5G를 생활 속에서 더 친숙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 ICT 사업 비전으로는 △유료가입자 1천 만의 종합 미디어 회사 △연 매출 1조 클럽 넘어선 ICT 융합보안 회사 △국내외 협력 통한 커머스 업계 게임 체인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