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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오젬픽’, 장점 배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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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오젬픽’, 장점 배로 증가한다
GLP-1 약물이 당뇨, 체중감량 이외에도 중독증부터 파킨슨병까지 다양한 질환을 앓는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이에, 과학계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한 가설을 늘리고 있다.
By Emily Mullin, WIRED US

누군가의 극적인 체중 감량 성공 사례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체중 감량 약물로 알려진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의 활성 재료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체중 15% 감량 효과가 있다.

GLP-1 작용제(GLP-1 agonist)로 알려진 오젬픽과 위고비는 체중 조절 이외도 여러모로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심장 건강 향상, 신장 보호, 수면 무호흡증 개선, 특정 비만 관련 암 발병 위험성 완화 효과가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은 중독 증상 치료 효과와 치매와 함께 발생하는 인지 감퇴 속도 저하 효과도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여러 연구팀이 GLP-1 작용제가 여러 질환에 도움이 될 만한 효과를 시험하는 동시에 신체에서 정확히 효력을 발휘하는 방식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가설이 등장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심장병 전문의인 하란 크룸홀츠(Harlan Krumholz)는 “의학계에서 많은 이들이 GLP-1 작용제를 체중 감량 약물이나 비만 억제제가 아닌 건강 개선 약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2024년 3월,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는 체중 감량 약물 중 최초로 심혈관 질환 환자의 중증 심장 질환 예방 약물로 승인받았다. 전 세계 과체중 혹은 비만 환자 1만 7,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를 투약하자 피실험자의 주요 심장 질환 위험성이 줄어들었다. 이후 연구팀은 피실험자의 건강 상태를 3년간 추적한 뒤 위고비를 투약한 환자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기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20%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라이릴리(Eli Lilly)도 티르제파이드(tirzepatide)를 개발하여 젭바운드(Zepbound) 활용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2024년 8월 1일, 일라이릴리는 자사 체중 감량 약물이 비만인 심부전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여 입원율을 38%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매년 미국 내 사망자 네 명 중 한 명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며, 비만이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과체중은, 비만은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원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성이 더 상승한다. 체중 증가는 심장 근육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쳐 심부전 질환 위험성을 높인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약물이 심장 건강 개선 효과도 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체중 감량 이외에 다른 요인도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다.

크룸홀츠 교수는 “처음 임상시험 결과를 확인했을 때 단순히 체중감량과 관련이 있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체중을 더 많이 감량한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다”라고 전했다.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심장 박동수, 심장 염증 감소 효과를 보인 뒤 피실험자의 체중 감량 수준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약물은 체중 감량 수준을 떠나 주요 심장 질환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전 환자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이 부분에서 크롬홀츠 교수는 위고비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심혈관 체계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가설로 제시했다. 크롬홀츠 교수는 “중요한 의문점이다. 위고비는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약효를 발휘하나?”라고 말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모두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호르몬인 GLP-1의 활동을 모방하면서 제 역할을 한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는 식사 후 췌장에서 GLP-1 수용체 역할을 하여 인슐린을 분비한다. 이 과정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GLP-1 수용체를 뇌에서 묶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여 식사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과학계는 심장 건강 개선을 포함하여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의 다른 연쇄 효과도 이해하고자 한다. GLP-1 수용체가 심장 세포와 혈관, 간, 신장에도 존재하여 GLP-1 수용체 약물이 직접 장기에서 효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원 신장병학 임상 교수인 캐더라인 터틀(Katherine Tuttle)은 “GLP-1 수용체가 체내 여러 부분에 존재하는 것으로 입증됐다”라고 전했다.

최근, 터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신장 보호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너무 많은 탓에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 연구팀은 2형 당뇨와 신장 질환을 모두 앓는 환자 3,500명 이상을 피실험자로 모집했다. 피실험자 약 50%는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입했다. 나머지는 위약을 투약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피실험자 집단은 평균 3년 6개월간 약을 투약한 뒤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상태 등 주요 신장 질환 증상 발생 확률이 24% 줄었다.

보통 임상시험은 약물의 약효를 판단할 의도로 설계되지 않는다. 사실, 현재 유통되는 약물 다수는 약효가 나타나는 방식이 전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터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염증 감소로 신장 보호 효과를 보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GLP-1 약물은 뇌 염증 완화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어 치매,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었다. 염증은 치매와 파킨슨병 발병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알츠하이머 증상이 경미한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을 때 GLP-1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가 기억, 학습, 언어, 판단력을 조절하는 뇌 영역 축소 속도를 최대 50%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52주간 매주 리라글루타이드를 꾸준히 투약한 피실험자는 약물 투약 1년 후 인지 기능 감소 속도가 위약을 투약한 이들보다 18% 더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 비만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으나 영국 임상시험은 비만 환자만 피실험자로 모집하지 않았다. 리라글루타이드가 비만이 아닌 다른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Association)의 연례 콘퍼런스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리라글루타이드가 뇌의 염증 감소, 인슐린 저항성 완화 등 몇 가지 방식으로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츠하이머 협회 의학 및 과학 관계 부사장 헤더 스나이더(Heather Snyder)는 더 많은 인원을 모집하여 리라글루타이드의 건강 보호 효과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으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흥미롭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완화 측면에서 개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첫 번째 연구이다”라고 언급했다.

신경 보호 효과는 파킨슨병으로 확대된다. GLP-1의 일종에 해당하는 기존 당뇨 치료제인 릭시세나티드(lixisenatide)는 프랑스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파킨슨병 증상 진화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4월 발표된 연구 논문은 파킨슨병 초기 환자가 릭시세나티드를 1년간 투약했을 때 떨림, 균형 유지 어려움, 속도 저하, 결림 등과 같은 증상이 전혀 악화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같은 실험에서 위약 효과 확인 대상이 되었던 피실험자 집단의 증상은 악화되었다.

GLP-1 약물이 뇌와 상호작용하면서 식욕을 저하한다는 점에서 과학계는 GLP-1 약물이 중독 증상 억제에도 도움이 될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음식 섭취 행동에 개입하는 뇌 영역은 알코올, 약물 복용 활동에도 개입한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 실험 단계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투약된 실험 쥐의 알코올 섭취량과 과도한 음주 수준이 줄어들었다. 간혹 세마글루타이드와 다른 GLP-1 약물을 투약한 인간도 음주, 흡연량 감소를 보고하기도 했다.

2019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GLP-1 약물이 마취제 일종인 오피오이드 복용 장애 환자의 과다 복용 수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두고 동물 실험을 하면서 GLP-1이 펜타닐을 찾는 행동과 헤로인 중독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거주 치료 시설에서 생활하는 피실험자 20명을 모집했다. 그중 절반은 GLP-1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를, 나머지 절반은 위약을 받았다. 약물 과다 복용을 측정하는 일이 까다롭기 때문에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하루 4차례 약물 복용량과 감정, 스트레스 수준을 묻는 고정 알림을 보냈다.

연구팀은 3주간 임상시험을 마치고, GLP-1 약물을 투약한 피실험자의 오피오이드 복용량이 위약을 투약한 피실험자보다 40%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실험자가 거주 시설을 떠난 뒤 피실험자에게 추가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GLP-1 약물이 오피오이드 복용 문제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초기 중독 경험에서 회복한 이들 다수는 중독 현상이 재발되었기 때문에 약물 투약 중단 후 효과도 중요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신경 및 행동과학 교수 패트리샤 그릭손(Patricia Grigson) 교수는 GLP-1 약물이 음식 섭취 후나 중독 증상 발생 시 분비되는 뇌 신호를 차단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릭손 교수는 “GLP-1 약물이 보상 신호를 막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2024년 초반 미국과학진흥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콘퍼런스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릭손 교수 연구팀은 앞으로 오피오이드 중독 증상을 치료 중인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 효과를 실험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2024년 가을 중으로 피실험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체중 감량 목적으로 GLP-1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건강상 장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더 나아가 GLP-1 약물의 약효가 나타나게 되는 과정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릭손 교수는 티르제파타이드 등 비교적 새로 개발된 GLP-1 약물과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이 기존 GLP-1 약물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릭손 교수는 “다른 GLP-1 약물의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조만간 더 나은 GLP-1 약물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Benefits of Ozempic Are Multip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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