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EL KHALILI, WIRED UK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국제 구조 기도부가 교회 앞으로 모여 교회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교회는 바하마 수도 나소 남부 지역의 잡초가 마구 자란 데다가 비가 오면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움푹 팬 구멍이 많은 길거리에 있는 어느 한 평범한 건물에 있다. 기도부 구성원은 대기 후 이름이 호명되면, 작은 분홍색 종이에 이름을 작성한다. 종이를 접고 박스 안에 넣고는 복권 당첨자 발표를 기다린다. 당첨자 30여 명은 물과 식량이 담긴 박스를 구호품으로 받는다.
해당 교회가 있는 나소 지역에서는 바하마를 언급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습과 같은 고급 리조트와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재정 문제 때문에 고급 리조트와 해안을 함께 볼 수 있는 풍경은 드물다. 구호품을 건넨 뒤 교회에 모인 이들은 크게 소리치고는 손뼉을 친다.
바하마 내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보컬 영상에서 노래하는 대주교로 알려진 대주교 로렌스 롤(Lawrence Rolle)이 이끄는 해당 교회는 기부금에 의존하여 매년 수천 명을 돕는 지역사회의 식량 지원 제도 자금을 충당한다. 2022년 초에는 한 차례 기부로 역사상 최고 금액인 5만 달러를 기부받은 적이 있다. 당시 기부금은 당시 바하마 사무실을 설립한 지 몇 달이 지난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건넨 금액이다. 당시 교회에 건넨 기부금은 FTX가 바하마 현지 비영리 단체에 수십 차례 기부한 사례 중 한 가지 사례에 해당한다. 롤은 “FTX는 축복이었다. 수많은 빈곤층 주민을 도와주었다”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 15일(현지 시각), 롤은 교회 신도를 초대하여 일요일 예배를 시작하고는 대중적인 신앙 고백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설교는 신의 치유나 지도를 감사하는 표현에서 시작하여 절정이 되었을 때는 설교자의 열정과 목소리가 커지는 방식으로 꾸준히 이어진다. 일부 설교자는 양팔을 위로 들어 올리고는 ‘할렐루야’라고 외친다. 혹은 무릎을 구부리고 갑자기 몸을 흔들기 시작하는 이도 있다. 몸을 흔들던 이 주변에 서 있던 검은색 옷을 입은 어느 한 여성은 떨어지는 이를 잡을 준비를 했다.
불과 며칠 전 뉴욕 맨해튼에서는 전혀 다른 증언이 이어졌다. FTX 창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2022년 11월 자로 발생한 FTX 파산과 관련하여 7가지 사기 혐의를 받아 재판에 출석했다. 법정은 검사 측 주요 증인인 FTX 자매사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 CEO이자 뱅크먼 프리드의 전 연인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슨은 FTX가 고위험 투자와 개인 대출, 부채 상환, 정치 기부금, 벤처 투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이미지 미화 목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롤의 교회에서 받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탈취되었다. 실제 자금 소유자는 FTX 고객이었다.
롤이 말한 바와 같이 FTX가 국제 구조 기도부에 기부한 자금은 오래전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FTX가 파산하면서 바하마에 오랫동안 이름을 남겼다. 마땅하다고 볼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볼 수도 있으나 바하마는 FTX와의 관계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었다. 롤을 비롯한 바하마 현지인은 한때 FTX의 기부 활동에 감사함을 느꼈으나 일각에서 FTX의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FTX의 탈취 혐의와 바하마에 미친 여파에 충격을 받는 등 갈등을 느끼게 되었다. FTX 파산 후 약 1년이 지났으나 이제는 악명이 높은 세 글자가 된 SBF(샘 뱅크먼 프리드)와 FTX는 바하마인만 직접 비판하는 것을 꺼린다. FTX와 샘 뱅크먼 프리드는 금지어가 되었다. 그런데도 삶을 관광산업에 의존하던 경제에 두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받은 가운데 바하마 정부는 즉시 암호화폐 기업 유치라는 계획을 추진했다.
바하마는 수십 년 동안 ‘국제 금융 중심지’라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알려졌다. 바하마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으므로 민간 은행이나 유령회사를 설립하기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자유주의 기반을 바탕으로 설립된 데다가 다른 국가에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직면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암호화폐 산업은 바하마 금융 서비스 약속의 또 다른 추가 약속 대상이 되면서 바하마의 암호화폐 산업 유치 과정에서 젊은 기업가를 끌어모았다. 2020년에는 암호화폐 기업의 바하마 이주를 독려하고자 새로운 암호화폐 규정인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 법안(Digital Assets and Registered Exchanges)’을 시행했다. 세계 최초로 마련된 명확한 암호화폐 규정 중 하나이다. 바하마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이었던 FTX는 바하마가 유치한 거물급 기업이었다. 2021년 9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었을 당시 FTX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엄격하게 다루던 홍콩에서 나소로 본사를 이전했다.
필립 데이비스(Philip Davis) 바하마 총리는 당시 공식 성명을 통해 “FTX는 바하마 정부가 유행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선택을 했다”라며, “바하마 정부는 추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의 더 많은 기업이 바하마를 이상적인 목적지로 판단하기를 바란다”라고 발표했다.
데이비스 총리는 FTX와 추후 바하마에 진출할 암호화폐 기업이 현지 채용 기회와 교육 프로그램 투자, 다른 자선 활동을 펼치면서 바하마 현지인의 삶을 개선할 것으로 확신했다. 바하마는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이다. 관광산업은 바하마 GDP 3/4을, 전체 채용의 1/2을 차지한다. 게다가 빈부 격차가 심각하다. 고급 리조트를 제외하면, 길거리에는 관리 상태가 열악한 건물이 대거 설립되었으며, 허리케인 시즌에는 수많은 건물이 피해를 보면서 건물 창문이 깨진다. 또, 도로에는 빈 병이 넘쳐난다. 바하마 국민 10~15%는 빈곤층으로 추산된다. 데이비스 총리는 경제 다각화와 바하마인의 부의 수준 향상을 암호화폐 기업 유치 목표로 삼았다.
이듬해 데이비스 총리와 뱅크먼 프리드는 FTX의 바하마 신규 본사 건설 현장과 2020년 FTX가 주관한 크립토 바하마스(Crypto Bahamas) 컨퍼런스를 통해 공개석상에서 만났다. 당시 행사에는 유명인과 스포츠 스타, 전직 정치계 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에 제출된 문건에도 데이비스 총리와 뱅크먼 프리드의 관계가 가깝다는 사실이 기술되었다. 미국 법무부가 입수한 메일 중 2022년 9월, 데이비스 총리가 뱅크먼 프리드에게 아들의 NFT 프로젝트 도움을 청하는 메일도 있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FTX를 중심으로 바하마 투자에 나섰다. 암호화폐 스타트업 육성과 바하마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행사를 주관하고자 나소에서 암호화폐 ATM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질리안 베델(Jillian Bethel)과 데이비니아 바인(Davinia Bain)이 크립토 아일스(Crypto Isle)라는 협력 기관을 설립했다. FTX는 현지 기업으로 초청돼 벤처 펀드 자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대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OKX는 바하마 계열사를 설립했다. 크립토 바하마스 컨퍼런스가 주관된 주에는 암호화폐 업계 유력 인사가 바하마를 찾으면서 바하마는 잠깐이나마 암호화폐 세계의 중심지처럼 보였다.
뱅크먼 프리드와 FTX 직원은 나소 반대편 지역인 뉴프로비던스섬 서쪽에 비공개 폐쇄적 커뮤니티인 알바니(Albany)를 설립했다. FTX는 뉴프로비던스 주택과 비슷한 주택 단지 구매 비용으로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 파산 신청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뱅크먼 프리드는 다른 경영진과 함께 4,000만 달러에 매입한 펜트하우스에 거주했다.
FTX와 FTX 경영진이 주택 7채를 보유한 아파트 단지인 원 케이블 비치에 거주하는 가상자산 기관인 팬텀 파운데이션(Fantom Foundation) CEO 마이클 콩(Michael Kong)은 “FTX 직원은 재산을 과시했다. FTX는 거액을 지출하면서 생활 방식을 과시하는 20대 청년으로 유명했다”라고 말했다. FTX 직원은 알바니 일대에서 FTX 브랜드 골프 카트를 무질서하게 끌고 다니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에 익숙했던 다른 주민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콩은 “무질서한 젊은이들이었다”라고 전했다.
간혹 FTX 직원이나 FTX 측 손님을 태운 적이 있는 택시 운전기사 드웨인 달링(Dwayne Darling)은 “FTX 직원은 파티광이었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했다. 대형 요트와 고급 리조트 스위트 룸을 빌리고는 엑수마섬 일대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는 했다. 모두 가격이 제법 나간다”라고 말했다. 또, 크립토 바하마스 컨퍼런스 참석차 바하마를 방문한 손님이 택시에 탑승할 때는 “운임은 FTX에 청구하라”라고 말한 사실도 덧붙였다.
칼리일 베델(Carlyle Bethel)은 학생이었을 당시 친구와 함께 핫포테이토(Hot Potato)라는 게임을 즐기고는 했다.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음악을 틀었을 때는 원 안에서 공을 상대에게 건네고, 음악이 멈출 때 공을 놓친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베델은 나소 부동산 투자 스타트업 에이커레이지(Akerage) 창립자이다. 베델은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암호화폐를 에이커리지 사업에 통합하여 부동산 일부를 소유할 수단으로 토큰을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중단했다. FTX 파산 당시 바하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2022년 11월 한 주간 FTX는 완벽히 무너졌다. FTX 고객은 연달아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 간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을 제기하고는 FTX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하려 했다. 하지만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 뱅크먼 프리드의 형사 기소 건에는 FTX가 고객 자산을 몰래 사용한 탓에 많은 고객이 자산을 인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기자가 이동했다. 바하마 금융 규제 당국인 바하마 증권위원회(SCB)는 FTX가 바하마에 등록한 계열사인 FTX 디지털 마켓(FTX Digital Markets) 자산을 압수하여 남은 자산 유용이나 해커 세력의 탈취를 막으려 했다.
2022년 11월 11일(현지 시각), FTX는 파산 선고와 함께 뱅크먼 프리드의 FTX 관리 권한을 박탈했다. 한 달 뒤 바하마 당국이 뱅크먼 프리드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인도하여 재판 과정에 돌입했다.
베델은 “FTX의 파산은 암호화폐 업계의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바하마인과 암호화폐 업계 전반으로 암울한 분위기가 확산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평범한 개인 투자자인 FTX 고객은 순식간에 총 수십억 달러를 잃었다. FTX 대출 자금과 자본 보유 기관은 개인 투자자보다 수억 달러 더 잃었다. FTX의 파산은 암호화폐 전반의 급락장과 여러 암호화폐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미국은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후 암호화폐 친화적 성향을 지닌 은행 기관 두 곳이 파산했다.
베델은 FTX 때문에 기록한 전체 손실 금액을 추산하려면, 사업 전망이 간접적으로 실추된 기업의 피해 금액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FTX 파산 여파로 심각한 역풍을 직면하게 된 사업 계획을 구상했다. FTX 고객이 큰돈을 잃었다는 쓰라린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FTX 사태의 손실 금액은 수십억 달러가 전부는 아니다. FTX 사태의 여파로 손실을 기록한 여러 기업의 손실 가치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OKX 모기업인 OK 그룹 정부 관계 사장 팀 변(Tim Byun)은 “FTX가 파산하자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OKX는 FTX의 파산 신청 소식이 알려지기 며칠 전 바하마 사업 운영 허가를 받았다. 변은 “FTX 사태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OKX는 바하마에서 계속 사업을 확장 중이며, 바하마 당국의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OKX는 바하마 암호화폐 업계에서 FTX를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한다. 이에, 변은 “OKX는 바하마 암호화폐 산업 지배 권력을 손에 쥐고자 하는 야망이 없다. 바하마에서 하루아침에 암호화폐 업계의 스타로 떠오르고자 하는 동기는 없다”라고 말했다.
명예 실추는 불분명한 데다가 정확히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다만, 바하마 현지 암호화폐 산업 종사자 사이에서 바하마는 FTX와의 관계와 FTX 파산 당시 바하마의 영향이 있다는 잘못된 묘사 때문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중해 일대 암호화폐 기술 채택 홍보 비영리 단체인 캐리비안 블록체인 동맹(Caribbean Blockchain Alliance) 회장 스테픈 델리복스(Stefen Deleveaux)는 “FTX 파산과 관련하여 바하마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바하마 암호화폐 업계 내부에서는 FTX 사태가 전형적인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델리복스 회장은 전 세계 언론의 파문 보도 시 일종의 인종차별적 설명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델리복스 회장은 FTX 사태의 이면에는 빈곤하면서 흑인 주민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바하마가 상황을 조작하고는 충돌 사태를 빚었다는 사고가 있다고 본다. 그는 “FTX 사태로 바하마가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는 느낌은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바하마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바하마인 중 간혹 오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FTX 파산 당시 바하마 당국의 행동도 혼란을 유발했다. FTX 트위터 계정에 게재된 트윗은 암호화폐 매체에 보도된 바와 같이 바하마 증권위원회가 뱅크먼 프리드에게 바하마 고객에게만 인출 서비스를 재개하도록 요청했다는 소문을 낳았다. 그 외에 바하마 증권위원회가 FTX에 신규 토큰을 발행하고, 수백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건네도록 요청했다는 소문도 보도되었다.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2022년 12월, 500페이지 분량의 공식 성명을 통해 언론 보도로 확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후 바하마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기에는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계속 이어지는 상황 추즉을 피하고자 FTX 사태 관련 의견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크립토 아일스 창립자이자 전직 OKX 바하마 지사 CEO인 질리안 베델은 바하마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해외 언론에서 바하마를 묘사하는 보도 내용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델은 “FTX가 비호감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FTX가 비호감이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2023년 10월,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이 2주 이상 진행된 가운데, 바하마 정부는 FTX 사태 이후 첫 번째 암호화폐 컨퍼런스인 D3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필자는 D3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FTX 파산 여파를 일주일간 조사했다. (바하마 정부는 컨퍼런스 참석자의 교통편과 숙박을 제공하지 않았으나 이 기사의 편집 내용을 통제할 권한은 없다.) D3 컨퍼런스는 초기에 2023년 1월 중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FTX 파산 사태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 나소 북쪽 지역인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리조트에서 개최된 D3 컨퍼런스 현장에서 밝힌 의도는 “바하마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 세계 중심지가 되고자 한다”라는 의도를 공식 발표했다.
2022년, 미식축구 스타 톰 브래디(Tom Brady), 슈퍼모델 지젤 번천(Gisele Bunchen),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유명 인사가 대거 연설자로 참석했던 FTX가 주관한 컨퍼런스와 달리 D3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 컨퍼런스 개최지는 여전히 고급스러운 시설이었다. 컨퍼런스가 개최된 고급 리조트에서 만타가오리를 비롯한 여러 해양 생물 종이 개방된 아쿠아리움 곳곳을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자수 나무를 따라 형성된 해안가의 물은 매우 맑았다. 호텔은 규모나 고급스러움을 고려했을 때 라스베이거스 열대 지역과 같은 만화 속 배경처럼 보였다. 그러나 컨퍼런스 안건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마사지 휴식, 해돋이 장면과 함께하는 요가, 자만심을 드러내는 대화, 뱅크먼 프리드가 보유한 지식 운동을 접하던 시절은 갔다. 모두 규제 대상이 되었다.
D3 컨퍼런스 전날 데이비스 총리는 노부 지역의 음식이 정성스레 차려진 어느 한 고급 식당 테이블에서 일어서서 토스트를 건네주었다. 데이비스 총리는 “FTX는 잊어라”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데이비스 총리는 안경을 올리면서 “FTX 관련 대화는 암호화폐 비관론자만이 과감하게 나누는 대화이다. 바하마에 디지털 자산 세계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코끼리가 컨퍼런스 홀에서 행진하는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데이비스 총리는 다음 날 아침 기조연설에서 FTX는 언급하지 않았다. 패널 회의에서 바하마 증권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티나 롤(Christina Rolle)은 FTX를 저주받은 글자라고 언급했다. 패널 회의에 참석한 다른 패널들도 FTX를 비유적 표현으로만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FTX 논의가 아니었다. 토론 주제는 2022년의 유례 없는 암호화폐 산업의 난제였다. 컨퍼런스 주관사인 핀오버스(Finoverse) 전략 및 콘텐츠 사장 윌 해스킨스(Will Haskins)는 핀오버스가 “FTX가 남긴 교훈”이라는 패널 세션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바하마 정부의 자문 이후 계획을 취소했다. 이미 의견을 밝힌 문제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을 피할 의도였다.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2023년 말이면 법률로 제정될 일련의 신규 조항으로 암호화폐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D3 컨퍼런스에서 암호화폐 세계의 기술적 발전을 반영한 변경 사항을 제시했다. 롤은 패널 회의 도중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그동안 다룰 수 없었던 대상을 다룬 법안을 마련할 때를 알았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법안이 암호화폐 산업에 필요한 사항에 따라 충분히 유연하게 진화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FTX가 직면한 사기 의혹 방식을 특별히 언급한 고객 자산과 기업 자산 분리 의무화와 같은 새로운 규정을 직접 인정하지는 않았다. 바하마 증권위원회가 법률 개정 사항을 기술한 8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FTX를 언급한 부분이 없다.
데이비스 총리 사무실은 와이어드의 취재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롤은 일정 문제를 언급하면서 취재 요청 동의를 철회했으나 FTX 관련 사항은 질문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대화하는 것에 동의했다.
바하마 증권위원회의 전략은 결실을 본 듯하다. 2022년에는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 법안에 따라 디지털 자산 기업 12곳이 바하마 현지에 등록하면서 바하마 현지 사업을 등록한 암호화폐 기업은 총 17곳이 되었다. 그중에는 비트파이넥스, 갤럭시 디지털 등 대기업도 포함되었다. 현재 바하마에 등록된 기업이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적지만, 데이비스 총리는 바람직한 규제 환경이 여러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유도할 것으로 확신한다. 데이비스 총리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토스트를 먹으며, “모든 기업이 바하마에 오고자 할 것이다. 여전히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 다수가 바하마에 들어오려 서두른다”라고 말했다.
일부 바하마인은 암호화폐 친화 정책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은퇴 후 나소 영주권을 얻은 돈 암브리스터(Don Armbrister)는 “이제 누구나 언제든지 나쁜 일을 저지르려 바하마에 들어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암브리스터는 FTX가 파산하기 전까지 FTX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하마 정부의 태도가 FTX와 같이 문제가 있는 기업을 유치하면서 바하마가 또 다른 논란으로 혼란에 빠질 위험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최근, OKX의 바하마 사업 확장 과정을 공개한 페이스북 게시글의 댓글창은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로 넘쳐났다. 댓글 반응 중에는 “바하마가 또다시 문제가 있는 암호화폐 기업의 혼란에 엮이려 한다”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어느 한 누리꾼은 “제2의 FTX가 등장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하마인 중 암호화폐 기술을 향한 의구심을 드러낸 이도 있다. 바하마 의회 상원의원 출신 토크 쇼 진행자 로드니 몬커(Rodney Moncur)는 “암호화폐는 많은 이들이 이제 학습을 시작한 새로운 자산이다. 개인적으로 암호화폐를 반대한다. 현금을 선호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프로피던스에 거주하는 암호화폐 기업 지도자 다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하마 국민도 암호화폐의 이익을 누리기를 바란다. 질리안 베델은 “대다수 신흥 시장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대상을 향한 우려가 존재한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비난을 가한다. 하지만 상처가 난 후 새살이 돋듯 FTX 파산 여파 회복은 이전보다 더 어렵다”라고 말했다.
바하마는 2026년 이전까지 선거 일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콩은 FTX 파산 여파에서 회복할 시기는 바하마 정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는 “정치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FTX 파산 여파를 극복할 시간은 충분하다. 많은 이들이 FTX를 신뢰하는 잘못된 판단을 한 바하마 정부를 용서할 시간은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고려하면, 데이비스 총리 행정부가 암호화폐 비관론으로 돌아서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콩은 “바하마 정부는 이전보다 암호화폐 친화적 성향이 더 뚜렷해졌다”라고 언급했다.
바하마 정부가 FTX 사태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FTX가 남긴 불편한 유산을 향한 분노는 여전하다. 간혹 정치적 침묵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나소 거주자 아나스타시아 찰로우(Anastasia Charlow)는 바하마 국민 사이에서는 “뱅크먼 프리드가 바하마를 이용했다”라는 정서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결과를 떠나 뱅크먼 프리드 재판은 일부 세력에게는 숙청 역할을 할 것이다. 와이어드의 취재에 응한 일반 시민 중 FTX 파산과 뱅크먼 프리드 재판 상황을 모두 상세히 추적한다고 밝힌 이는 드물다. 대신, 대부분 일상생활의 시급함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뱅크먼 프리드의 사업 동기와 사고를 파악할 단서를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뱅크먼 프리드가 탈취 의혹을 정당화하고자 보이는 정신적 특성에도 주목할 것이다.
칼리일 베델은 “뱅크먼 프리드가 사기를 범한 이유를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바하마에서 각종 특권을 누리면서 나소의 빈곤한 생활을 안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FTX의 빈곤층 지원을 바라면서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뱅크먼 프리드는 바하마에서 큰돈을 흥청망청 낭비했다. 베델은 여전히 뱅크먼 프리드가 사기를 저지른 이유를 알고자 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am Bankman-Fried Built a Crypto Paradise in the Bahamas—Now He's a Bad Memory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국제 구조 기도부가 교회 앞으로 모여 교회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교회는 바하마 수도 나소 남부 지역의 잡초가 마구 자란 데다가 비가 오면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움푹 팬 구멍이 많은 길거리에 있는 어느 한 평범한 건물에 있다. 기도부 구성원은 대기 후 이름이 호명되면, 작은 분홍색 종이에 이름을 작성한다. 종이를 접고 박스 안에 넣고는 복권 당첨자 발표를 기다린다. 당첨자 30여 명은 물과 식량이 담긴 박스를 구호품으로 받는다.
해당 교회가 있는 나소 지역에서는 바하마를 언급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습과 같은 고급 리조트와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재정 문제 때문에 고급 리조트와 해안을 함께 볼 수 있는 풍경은 드물다. 구호품을 건넨 뒤 교회에 모인 이들은 크게 소리치고는 손뼉을 친다.
바하마 내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보컬 영상에서 노래하는 대주교로 알려진 대주교 로렌스 롤(Lawrence Rolle)이 이끄는 해당 교회는 기부금에 의존하여 매년 수천 명을 돕는 지역사회의 식량 지원 제도 자금을 충당한다. 2022년 초에는 한 차례 기부로 역사상 최고 금액인 5만 달러를 기부받은 적이 있다. 당시 기부금은 당시 바하마 사무실을 설립한 지 몇 달이 지난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건넨 금액이다. 당시 교회에 건넨 기부금은 FTX가 바하마 현지 비영리 단체에 수십 차례 기부한 사례 중 한 가지 사례에 해당한다. 롤은 “FTX는 축복이었다. 수많은 빈곤층 주민을 도와주었다”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 15일(현지 시각), 롤은 교회 신도를 초대하여 일요일 예배를 시작하고는 대중적인 신앙 고백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설교는 신의 치유나 지도를 감사하는 표현에서 시작하여 절정이 되었을 때는 설교자의 열정과 목소리가 커지는 방식으로 꾸준히 이어진다. 일부 설교자는 양팔을 위로 들어 올리고는 ‘할렐루야’라고 외친다. 혹은 무릎을 구부리고 갑자기 몸을 흔들기 시작하는 이도 있다. 몸을 흔들던 이 주변에 서 있던 검은색 옷을 입은 어느 한 여성은 떨어지는 이를 잡을 준비를 했다.
불과 며칠 전 뉴욕 맨해튼에서는 전혀 다른 증언이 이어졌다. FTX 창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2022년 11월 자로 발생한 FTX 파산과 관련하여 7가지 사기 혐의를 받아 재판에 출석했다. 법정은 검사 측 주요 증인인 FTX 자매사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 CEO이자 뱅크먼 프리드의 전 연인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슨은 FTX가 고위험 투자와 개인 대출, 부채 상환, 정치 기부금, 벤처 투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이미지 미화 목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롤의 교회에서 받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탈취되었다. 실제 자금 소유자는 FTX 고객이었다.
롤이 말한 바와 같이 FTX가 국제 구조 기도부에 기부한 자금은 오래전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FTX가 파산하면서 바하마에 오랫동안 이름을 남겼다. 마땅하다고 볼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볼 수도 있으나 바하마는 FTX와의 관계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었다. 롤을 비롯한 바하마 현지인은 한때 FTX의 기부 활동에 감사함을 느꼈으나 일각에서 FTX의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FTX의 탈취 혐의와 바하마에 미친 여파에 충격을 받는 등 갈등을 느끼게 되었다. FTX 파산 후 약 1년이 지났으나 이제는 악명이 높은 세 글자가 된 SBF(샘 뱅크먼 프리드)와 FTX는 바하마인만 직접 비판하는 것을 꺼린다. FTX와 샘 뱅크먼 프리드는 금지어가 되었다. 그런데도 삶을 관광산업에 의존하던 경제에 두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받은 가운데 바하마 정부는 즉시 암호화폐 기업 유치라는 계획을 추진했다.
바하마는 수십 년 동안 ‘국제 금융 중심지’라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알려졌다. 바하마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으므로 민간 은행이나 유령회사를 설립하기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자유주의 기반을 바탕으로 설립된 데다가 다른 국가에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직면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암호화폐 산업은 바하마 금융 서비스 약속의 또 다른 추가 약속 대상이 되면서 바하마의 암호화폐 산업 유치 과정에서 젊은 기업가를 끌어모았다. 2020년에는 암호화폐 기업의 바하마 이주를 독려하고자 새로운 암호화폐 규정인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 법안(Digital Assets and Registered Exchanges)’을 시행했다. 세계 최초로 마련된 명확한 암호화폐 규정 중 하나이다. 바하마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이었던 FTX는 바하마가 유치한 거물급 기업이었다. 2021년 9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었을 당시 FTX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엄격하게 다루던 홍콩에서 나소로 본사를 이전했다.
필립 데이비스(Philip Davis) 바하마 총리는 당시 공식 성명을 통해 “FTX는 바하마 정부가 유행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선택을 했다”라며, “바하마 정부는 추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의 더 많은 기업이 바하마를 이상적인 목적지로 판단하기를 바란다”라고 발표했다.
데이비스 총리는 FTX와 추후 바하마에 진출할 암호화폐 기업이 현지 채용 기회와 교육 프로그램 투자, 다른 자선 활동을 펼치면서 바하마 현지인의 삶을 개선할 것으로 확신했다. 바하마는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이다. 관광산업은 바하마 GDP 3/4을, 전체 채용의 1/2을 차지한다. 게다가 빈부 격차가 심각하다. 고급 리조트를 제외하면, 길거리에는 관리 상태가 열악한 건물이 대거 설립되었으며, 허리케인 시즌에는 수많은 건물이 피해를 보면서 건물 창문이 깨진다. 또, 도로에는 빈 병이 넘쳐난다. 바하마 국민 10~15%는 빈곤층으로 추산된다. 데이비스 총리는 경제 다각화와 바하마인의 부의 수준 향상을 암호화폐 기업 유치 목표로 삼았다.
이듬해 데이비스 총리와 뱅크먼 프리드는 FTX의 바하마 신규 본사 건설 현장과 2020년 FTX가 주관한 크립토 바하마스(Crypto Bahamas) 컨퍼런스를 통해 공개석상에서 만났다. 당시 행사에는 유명인과 스포츠 스타, 전직 정치계 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에 제출된 문건에도 데이비스 총리와 뱅크먼 프리드의 관계가 가깝다는 사실이 기술되었다. 미국 법무부가 입수한 메일 중 2022년 9월, 데이비스 총리가 뱅크먼 프리드에게 아들의 NFT 프로젝트 도움을 청하는 메일도 있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FTX를 중심으로 바하마 투자에 나섰다. 암호화폐 스타트업 육성과 바하마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행사를 주관하고자 나소에서 암호화폐 ATM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질리안 베델(Jillian Bethel)과 데이비니아 바인(Davinia Bain)이 크립토 아일스(Crypto Isle)라는 협력 기관을 설립했다. FTX는 현지 기업으로 초청돼 벤처 펀드 자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대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OKX는 바하마 계열사를 설립했다. 크립토 바하마스 컨퍼런스가 주관된 주에는 암호화폐 업계 유력 인사가 바하마를 찾으면서 바하마는 잠깐이나마 암호화폐 세계의 중심지처럼 보였다.
뱅크먼 프리드와 FTX 직원은 나소 반대편 지역인 뉴프로비던스섬 서쪽에 비공개 폐쇄적 커뮤니티인 알바니(Albany)를 설립했다. FTX는 뉴프로비던스 주택과 비슷한 주택 단지 구매 비용으로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 파산 신청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뱅크먼 프리드는 다른 경영진과 함께 4,000만 달러에 매입한 펜트하우스에 거주했다.
FTX와 FTX 경영진이 주택 7채를 보유한 아파트 단지인 원 케이블 비치에 거주하는 가상자산 기관인 팬텀 파운데이션(Fantom Foundation) CEO 마이클 콩(Michael Kong)은 “FTX 직원은 재산을 과시했다. FTX는 거액을 지출하면서 생활 방식을 과시하는 20대 청년으로 유명했다”라고 말했다. FTX 직원은 알바니 일대에서 FTX 브랜드 골프 카트를 무질서하게 끌고 다니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에 익숙했던 다른 주민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콩은 “무질서한 젊은이들이었다”라고 전했다.
간혹 FTX 직원이나 FTX 측 손님을 태운 적이 있는 택시 운전기사 드웨인 달링(Dwayne Darling)은 “FTX 직원은 파티광이었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했다. 대형 요트와 고급 리조트 스위트 룸을 빌리고는 엑수마섬 일대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는 했다. 모두 가격이 제법 나간다”라고 말했다. 또, 크립토 바하마스 컨퍼런스 참석차 바하마를 방문한 손님이 택시에 탑승할 때는 “운임은 FTX에 청구하라”라고 말한 사실도 덧붙였다.
칼리일 베델(Carlyle Bethel)은 학생이었을 당시 친구와 함께 핫포테이토(Hot Potato)라는 게임을 즐기고는 했다.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음악을 틀었을 때는 원 안에서 공을 상대에게 건네고, 음악이 멈출 때 공을 놓친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베델은 나소 부동산 투자 스타트업 에이커레이지(Akerage) 창립자이다. 베델은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암호화폐를 에이커리지 사업에 통합하여 부동산 일부를 소유할 수단으로 토큰을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중단했다. FTX 파산 당시 바하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2022년 11월 한 주간 FTX는 완벽히 무너졌다. FTX 고객은 연달아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 간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을 제기하고는 FTX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하려 했다. 하지만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 뱅크먼 프리드의 형사 기소 건에는 FTX가 고객 자산을 몰래 사용한 탓에 많은 고객이 자산을 인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기자가 이동했다. 바하마 금융 규제 당국인 바하마 증권위원회(SCB)는 FTX가 바하마에 등록한 계열사인 FTX 디지털 마켓(FTX Digital Markets) 자산을 압수하여 남은 자산 유용이나 해커 세력의 탈취를 막으려 했다.
2022년 11월 11일(현지 시각), FTX는 파산 선고와 함께 뱅크먼 프리드의 FTX 관리 권한을 박탈했다. 한 달 뒤 바하마 당국이 뱅크먼 프리드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인도하여 재판 과정에 돌입했다.
베델은 “FTX의 파산은 암호화폐 업계의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바하마인과 암호화폐 업계 전반으로 암울한 분위기가 확산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평범한 개인 투자자인 FTX 고객은 순식간에 총 수십억 달러를 잃었다. FTX 대출 자금과 자본 보유 기관은 개인 투자자보다 수억 달러 더 잃었다. FTX의 파산은 암호화폐 전반의 급락장과 여러 암호화폐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미국은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후 암호화폐 친화적 성향을 지닌 은행 기관 두 곳이 파산했다.
베델은 FTX 때문에 기록한 전체 손실 금액을 추산하려면, 사업 전망이 간접적으로 실추된 기업의 피해 금액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FTX 파산 여파로 심각한 역풍을 직면하게 된 사업 계획을 구상했다. FTX 고객이 큰돈을 잃었다는 쓰라린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FTX 사태의 손실 금액은 수십억 달러가 전부는 아니다. FTX 사태의 여파로 손실을 기록한 여러 기업의 손실 가치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OKX 모기업인 OK 그룹 정부 관계 사장 팀 변(Tim Byun)은 “FTX가 파산하자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OKX는 FTX의 파산 신청 소식이 알려지기 며칠 전 바하마 사업 운영 허가를 받았다. 변은 “FTX 사태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OKX는 바하마에서 계속 사업을 확장 중이며, 바하마 당국의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OKX는 바하마 암호화폐 업계에서 FTX를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한다. 이에, 변은 “OKX는 바하마 암호화폐 산업 지배 권력을 손에 쥐고자 하는 야망이 없다. 바하마에서 하루아침에 암호화폐 업계의 스타로 떠오르고자 하는 동기는 없다”라고 말했다.
명예 실추는 불분명한 데다가 정확히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다만, 바하마 현지 암호화폐 산업 종사자 사이에서 바하마는 FTX와의 관계와 FTX 파산 당시 바하마의 영향이 있다는 잘못된 묘사 때문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중해 일대 암호화폐 기술 채택 홍보 비영리 단체인 캐리비안 블록체인 동맹(Caribbean Blockchain Alliance) 회장 스테픈 델리복스(Stefen Deleveaux)는 “FTX 파산과 관련하여 바하마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바하마 암호화폐 업계 내부에서는 FTX 사태가 전형적인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델리복스 회장은 전 세계 언론의 파문 보도 시 일종의 인종차별적 설명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델리복스 회장은 FTX 사태의 이면에는 빈곤하면서 흑인 주민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바하마가 상황을 조작하고는 충돌 사태를 빚었다는 사고가 있다고 본다. 그는 “FTX 사태로 바하마가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는 느낌은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바하마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바하마인 중 간혹 오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FTX 파산 당시 바하마 당국의 행동도 혼란을 유발했다. FTX 트위터 계정에 게재된 트윗은 암호화폐 매체에 보도된 바와 같이 바하마 증권위원회가 뱅크먼 프리드에게 바하마 고객에게만 인출 서비스를 재개하도록 요청했다는 소문을 낳았다. 그 외에 바하마 증권위원회가 FTX에 신규 토큰을 발행하고, 수백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건네도록 요청했다는 소문도 보도되었다.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2022년 12월, 500페이지 분량의 공식 성명을 통해 언론 보도로 확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후 바하마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기에는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계속 이어지는 상황 추즉을 피하고자 FTX 사태 관련 의견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크립토 아일스 창립자이자 전직 OKX 바하마 지사 CEO인 질리안 베델은 바하마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해외 언론에서 바하마를 묘사하는 보도 내용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델은 “FTX가 비호감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FTX가 비호감이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2023년 10월,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이 2주 이상 진행된 가운데, 바하마 정부는 FTX 사태 이후 첫 번째 암호화폐 컨퍼런스인 D3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필자는 D3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FTX 파산 여파를 일주일간 조사했다. (바하마 정부는 컨퍼런스 참석자의 교통편과 숙박을 제공하지 않았으나 이 기사의 편집 내용을 통제할 권한은 없다.) D3 컨퍼런스는 초기에 2023년 1월 중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FTX 파산 사태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 나소 북쪽 지역인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리조트에서 개최된 D3 컨퍼런스 현장에서 밝힌 의도는 “바하마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 세계 중심지가 되고자 한다”라는 의도를 공식 발표했다.
2022년, 미식축구 스타 톰 브래디(Tom Brady), 슈퍼모델 지젤 번천(Gisele Bunchen),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유명 인사가 대거 연설자로 참석했던 FTX가 주관한 컨퍼런스와 달리 D3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 컨퍼런스 개최지는 여전히 고급스러운 시설이었다. 컨퍼런스가 개최된 고급 리조트에서 만타가오리를 비롯한 여러 해양 생물 종이 개방된 아쿠아리움 곳곳을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자수 나무를 따라 형성된 해안가의 물은 매우 맑았다. 호텔은 규모나 고급스러움을 고려했을 때 라스베이거스 열대 지역과 같은 만화 속 배경처럼 보였다. 그러나 컨퍼런스 안건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마사지 휴식, 해돋이 장면과 함께하는 요가, 자만심을 드러내는 대화, 뱅크먼 프리드가 보유한 지식 운동을 접하던 시절은 갔다. 모두 규제 대상이 되었다.
D3 컨퍼런스 전날 데이비스 총리는 노부 지역의 음식이 정성스레 차려진 어느 한 고급 식당 테이블에서 일어서서 토스트를 건네주었다. 데이비스 총리는 “FTX는 잊어라”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데이비스 총리는 안경을 올리면서 “FTX 관련 대화는 암호화폐 비관론자만이 과감하게 나누는 대화이다. 바하마에 디지털 자산 세계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코끼리가 컨퍼런스 홀에서 행진하는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데이비스 총리는 다음 날 아침 기조연설에서 FTX는 언급하지 않았다. 패널 회의에서 바하마 증권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티나 롤(Christina Rolle)은 FTX를 저주받은 글자라고 언급했다. 패널 회의에 참석한 다른 패널들도 FTX를 비유적 표현으로만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FTX 논의가 아니었다. 토론 주제는 2022년의 유례 없는 암호화폐 산업의 난제였다. 컨퍼런스 주관사인 핀오버스(Finoverse) 전략 및 콘텐츠 사장 윌 해스킨스(Will Haskins)는 핀오버스가 “FTX가 남긴 교훈”이라는 패널 세션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바하마 정부의 자문 이후 계획을 취소했다. 이미 의견을 밝힌 문제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을 피할 의도였다.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2023년 말이면 법률로 제정될 일련의 신규 조항으로 암호화폐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D3 컨퍼런스에서 암호화폐 세계의 기술적 발전을 반영한 변경 사항을 제시했다. 롤은 패널 회의 도중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그동안 다룰 수 없었던 대상을 다룬 법안을 마련할 때를 알았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법안이 암호화폐 산업에 필요한 사항에 따라 충분히 유연하게 진화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FTX가 직면한 사기 의혹 방식을 특별히 언급한 고객 자산과 기업 자산 분리 의무화와 같은 새로운 규정을 직접 인정하지는 않았다. 바하마 증권위원회가 법률 개정 사항을 기술한 8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FTX를 언급한 부분이 없다.
데이비스 총리 사무실은 와이어드의 취재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롤은 일정 문제를 언급하면서 취재 요청 동의를 철회했으나 FTX 관련 사항은 질문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대화하는 것에 동의했다.
바하마 증권위원회의 전략은 결실을 본 듯하다. 2022년에는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 법안에 따라 디지털 자산 기업 12곳이 바하마 현지에 등록하면서 바하마 현지 사업을 등록한 암호화폐 기업은 총 17곳이 되었다. 그중에는 비트파이넥스, 갤럭시 디지털 등 대기업도 포함되었다. 현재 바하마에 등록된 기업이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적지만, 데이비스 총리는 바람직한 규제 환경이 여러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유도할 것으로 확신한다. 데이비스 총리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토스트를 먹으며, “모든 기업이 바하마에 오고자 할 것이다. 여전히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 다수가 바하마에 들어오려 서두른다”라고 말했다.
일부 바하마인은 암호화폐 친화 정책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은퇴 후 나소 영주권을 얻은 돈 암브리스터(Don Armbrister)는 “이제 누구나 언제든지 나쁜 일을 저지르려 바하마에 들어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암브리스터는 FTX가 파산하기 전까지 FTX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하마 정부의 태도가 FTX와 같이 문제가 있는 기업을 유치하면서 바하마가 또 다른 논란으로 혼란에 빠질 위험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최근, OKX의 바하마 사업 확장 과정을 공개한 페이스북 게시글의 댓글창은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로 넘쳐났다. 댓글 반응 중에는 “바하마가 또다시 문제가 있는 암호화폐 기업의 혼란에 엮이려 한다”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어느 한 누리꾼은 “제2의 FTX가 등장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하마인 중 암호화폐 기술을 향한 의구심을 드러낸 이도 있다. 바하마 의회 상원의원 출신 토크 쇼 진행자 로드니 몬커(Rodney Moncur)는 “암호화폐는 많은 이들이 이제 학습을 시작한 새로운 자산이다. 개인적으로 암호화폐를 반대한다. 현금을 선호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프로피던스에 거주하는 암호화폐 기업 지도자 다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하마 국민도 암호화폐의 이익을 누리기를 바란다. 질리안 베델은 “대다수 신흥 시장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대상을 향한 우려가 존재한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비난을 가한다. 하지만 상처가 난 후 새살이 돋듯 FTX 파산 여파 회복은 이전보다 더 어렵다”라고 말했다.
바하마는 2026년 이전까지 선거 일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콩은 FTX 파산 여파에서 회복할 시기는 바하마 정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는 “정치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FTX 파산 여파를 극복할 시간은 충분하다. 많은 이들이 FTX를 신뢰하는 잘못된 판단을 한 바하마 정부를 용서할 시간은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고려하면, 데이비스 총리 행정부가 암호화폐 비관론으로 돌아서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콩은 “바하마 정부는 이전보다 암호화폐 친화적 성향이 더 뚜렷해졌다”라고 언급했다.
바하마 정부가 FTX 사태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FTX가 남긴 불편한 유산을 향한 분노는 여전하다. 간혹 정치적 침묵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나소 거주자 아나스타시아 찰로우(Anastasia Charlow)는 바하마 국민 사이에서는 “뱅크먼 프리드가 바하마를 이용했다”라는 정서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결과를 떠나 뱅크먼 프리드 재판은 일부 세력에게는 숙청 역할을 할 것이다. 와이어드의 취재에 응한 일반 시민 중 FTX 파산과 뱅크먼 프리드 재판 상황을 모두 상세히 추적한다고 밝힌 이는 드물다. 대신, 대부분 일상생활의 시급함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뱅크먼 프리드의 사업 동기와 사고를 파악할 단서를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뱅크먼 프리드가 탈취 의혹을 정당화하고자 보이는 정신적 특성에도 주목할 것이다.
칼리일 베델은 “뱅크먼 프리드가 사기를 범한 이유를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바하마에서 각종 특권을 누리면서 나소의 빈곤한 생활을 안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FTX의 빈곤층 지원을 바라면서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뱅크먼 프리드는 바하마에서 큰돈을 흥청망청 낭비했다. 베델은 여전히 뱅크먼 프리드가 사기를 저지른 이유를 알고자 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am Bankman-Fried Built a Crypto Paradise in the Bahamas—Now He's a Bad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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