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전선 매장, 산불 방지 가능...관건은 ‘비용’
상태바
전선 매장, 산불 방지 가능...관건은 ‘비용’
조사 기관이 하와이주 라하이나 산불에 주목하는 가운데, 전기 장비에서 또 다른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전선을 지하에 매장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By MATT SIMON, WIRED US

2023년 8월 8일(현지 시각), 현대 미국 사회에서 치명적인 산불이 마우이 라하이나 지역을 휩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제 불가능한 것으로 악명 높은 화재 발생 원인을 둘러싼 추측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바로 전기 장비가 산불 원인으로 추정되었다.

조사 당국이 산불의 공식 원인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목격자는 전신주가 시속 60마일로 거세게 들이닥치는 바람 때문에 인근 산맥에 쓰러지고, 건조한 초목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마운티 지역은 전기 공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Hawaiian Electric)이 거센 바람이 산불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기반 시설의 전력을 차단해야 할 의무를 소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하와이안 일렉트릭을 제소했다.

2023년 8월 27일(현지 시각),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아침 6시 30분께 보도자료를 통해 “거센 바람 때문에 쓰러진 전선이 산불 원인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당시 소방관은 화재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전선에 에너지 공급을 중단한 지 6시간이 넘은 오후 3시경 같은 지역에서 다른 화재 피해가 발생한 점도 전했다. 이후 불이 라하이나 지역으로 퍼졌다.

마우이 카운티 자문 대표는 와이어드에 보낸 공식 성명을 통해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8월 8일, 라하이나 산불이 시작되었음을 인정했다. 최근 발표한 보도 자료로는 8월 8일 오후 두 번째로 발생한 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발표했다.

조사 기관은 같은 날 별도로 발생한 화재 두 건이 발생했는지, 혹은 아침에 화재가 발생하고 같은 날 오후 또 다른 화재가 발생했는지 판단하지 않았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화재 소송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며, 보도 자료를 전달했다.

조사 당국이 결과적으로 전력 장비가 산불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마우이 산불은 전력 기반 시설에 타격을 준 거센 바람에서 시작되고 확산된 미국 서부 지역 도시를 파괴한 최근의 또 다른 산불 피해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공시설이 전선을 파이프로 감싸고 참호에 묻는 지하 전선을 설치하는 등 자사 장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더라도 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의 심각한 화재 피해를 이야기할 방법이 많다.

바람은 가장 크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여 치명적인 산불이 널리 퍼지도록 할 기본적인 원인이다. 전기는 위험한 산불 확산 요소가 될 수 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거센 바람 때문에 나무가 전깃줄 방향으로 쓰러지면서 시민이 대피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지역 전체에 산불이 퍼지도록 할 수 있다. (강력한 바람은 장작이 타다 남은 불이 대기로 퍼지도록 하고, 주요 산불보다 2마일 더 멀리 이동하여 새로운 화재를 일으킴과 동시에 소방관의 진압 작업이 더 어려워지도록 할 수 있다.) 마구 엉킨 초목이 구조물을 받치거나 구조물과 혼합되어 야생과 도시가 교감하는 라하이나 마을과 같은 곳이라면, 급속도로 퍼지는 산불에 특히 더 위험하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미국의 노후화된 그리드는 상승하는 대기 온도와 극심하면서 더 오래 지속되는 가뭄, 갈수록 건조한 토지 등에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기에서 불이 점화돼 바람 때문에 퍼진 화재는 치명적인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2017년, 캘리포니아주 터브 산불(Tubbs Fire) 당시 구조물 5,600척 넘게 파괴되고 22명이 사망했다. 2018년에는 캠프 산불(Camp Fire) 때문에 파라다이스 마을이 초토화되고 85명이 사망했다. 2019년, 캘리포니아 공공 기업인 퍼시픽 가스&일렉트릭(PG&E)은 자사 장비와 관련된 산불 피해와 관련하여 135억 달러에 합의하였다. 모두 라하이나 산불보다는 인명 피해가 적은 편이다. 라하이나 산불 사망자 수는 최소 115명, 실종자는 수백 명으로 추산된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공 기업에는 지하 전기 기반 시설 설치를 계산하는 일이 복잡하다. PG&E는 2023년 말까지 길이 600마일에 이르는 지하 전선 기반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지하 전선 2,000마일이 완성될 것이다. PG&E 최고 운영 책임자 수미트 싱(Sumeet Singh)은 “지하 전선은 산불 위험을 줄일 뿐만 아니라 안정성을 더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전선을 매장한다면, 호우, 눈보라, 폭풍 발생 시 공공 기업과 그 고객은 나무가 전깃줄에 쓰러지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또한, 공공 안전을 위한 전력 공급 차단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보통 공공 기업은 폭풍 발생 전 전력 공급을 적극 차단한다. 공공 기관이 계산하기에는 까다로운 부분이다. 법률에 따라 폐수 처리 시설과 같은 주요 기반 시설, 기업, 의료 장비에 의존하며 생활하는 시민 등을 대상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하지만, 재앙과 같은 산불 피해를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호 수천 마일을 파고, 전선을 매장하는 작업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따른다. 싱은 1마일당 지하 전선 설치 비용이 500만 달러부터 시작하지만, 2023년 중으로 그 비용이 330만 달러로 줄어들면서 2026년이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공공 기업은 지상 전선 유지 및 주기적인 장비 청소 지출 비용도 없다.

결국, 소비자는 공공 기관이 전선 매장에 나선다면 인상된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 만약, 정부 보조금 지원이 있다면, 세금 납부 금액이 증가한다. 플로리다대학교 공공 기관 연구소(Public Utility Research Center) 소장 테드 커리(Ted Kury)는 “공공 기업의 불편한 현실 중 하나는 결과적으로 시민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이다. 정부 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공공 기관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도 없다. 결국, 시민이 부담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매장된 전선은 바람에 끄떡없지만,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진 때문에 파이프가 움직이고, 물이 스며들 수도 있다. 마우이에서는 지하 전선을 설치하려면, 파이피를 지탱하는 토양을 흡수하는 해수면 상승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 커리 소장은 “환경 영향의 위협이 전혀 없는 곳에 전선을 둘 수 없다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상대적인 위험성을 다루는 문제가 된다. 가장 우려하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신 지상 전기 기반 시설을 개선하여 장애 발생과 화재 발생 저항성을 갖출 방법도 있다. 공공 전신주를 더 강력한 소재나 목재 대신 철강 소재로 제작하고, 지선으로 토지를 보호할 수 있다. (싱이 언급한 PG&E의 지상 전선 개선 방법이다. PG&E는 동시에 지하 전선도 갖출 계획이다.) 나뭇가지가 전선을 끊을 위험성이 없도록 나무를 전력 기반 시설과 먼 것에 두고, 연료를 제거하는 방법은 작은 화재가 크면서 통제할 수 없는 화재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재생 에너지 및 응용 수학연구소(Renewable Energy and Advanced Mathematics Laboratory) 소장 파트리샤 히달고 곤잘레즈(Patricia Hidalgo-Gonzalez)를 비롯한 일부 연구원은 지역 사회에 더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면서 산불 위험성을 줄일 방안도 조사 중이다. 보통 더 큰 그리드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지역 사회가 고립되는 대형 배터리를 충전할 태양광 시스템을 택한다. 지역 공공 기관이 공공 안전 전력 차단을 시행한다면, 마이크로그리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히달고 곤잘레즈 소장은 야생과 도시가 교감하는 지역에 있지만, 여전히 비싼 마이크로그리드 설치 비용 지원을 받지 못한 탓에 화재 위험성이 높은 소외 지역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히달고 곤잘레즈 소장은 “지역 사회에는 자산을 공유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합리적인가? 협력해야 하는가? 아니면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가? 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 달려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정성과 회복성이 더 우수한 전력 그리드는 산불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는 문제 중 한 가지 구성요소만 해결할 것이다. 화재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에 아주 작은 점화도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파이어 리서치 랩(Fire Research Lab) 소장 마이클 골너(Michael Gollner)는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아동은 통제가 어렵고, 체인은 차량에 느슨하게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예초기가 바위에 부딪힐 수도 있다. 전기 기반 시설의 인화성 물질을 모두 없애도 거센 바람이 부는 날에는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연료를 관리할 더 나은 방법은 없다. 폭발성 물질을 순수 물질로 바꾸고, 산불 피해에 치명적인 초목을 없애야 한다. 전기 기반 시설 인근 지역이라면 더더욱 필요한 일이다.

골너 소장은 “나무를 모두 베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림 지역에서는 화재가 나무까지 퍼지는 사다리 역할을 하면서 급속도로 나무마다 퍼지는 관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골너 소장은 “화재가 나무마다 급속도로 퍼질 수 없다면, 화재의 높이는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확산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다”라며,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관이 안전하게 진압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근 주민이 대피할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건조해진 미국 서부 지역의 공공 기관에는 전선 매장 비용이 비싸다. 하지만 단 한 번 발생한 화재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거나 계산할 수 없는 인명 피해 비용보다는 비싸지 않다. 싱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전선을 매장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전선을 매장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매우 비쌀 것이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urying Power Lines Prevents Wildfires. But There’s a Cos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