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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지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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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지구 구하기
사실을 다룬 딱딱한 통계 분석이 아닌 감정적 울림이 기후위기의 규모와 행동의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할 것이다.
By BELLA LACK, WIRED UK

21세기 말, 세계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4.4°C 상승한 모습을 상상해보아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평가 보고서에서 배출량 증가를 막지 못하거나 즉각 기후 변화 대응 행동을 하지 못했을 때의 상황을 예측한 결과이다. 그러나 기후 모델을 매우 신중하게 연구하고 중대한 전환점의 복잡한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기후변화의 결과를 시각화하고 그 여파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손자와 함께 솔로몬제도에 해당하는 사우스말레이타섬 동부 해안가에 있는 작은 섬인 왈란데 제도(Walande Island)에 거주하는 티모시의 상황을 살펴보자. 2002년부터 왈란데 제도 거주자 1,200명이 집을 버리고 타지로 탈출했다. 그리고 왈란데 제도에는 유일하게 티모시의 집만이 남아있다. 과거, 티모시의 이웃은 티모시가 왈란데 제도를 떠나지 않는 이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느 한 이웃은 “티모시는 고집이 세다”라고 말했다. 과거, 티모시의 이웃이었던 또 다른 이는 “티모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티모시의 손주 4명은 매일 아침 카누를 타고 본토에 있는 학교로 가며, 티모시는 하루 동안 집 주변에 바위를 쌓는다. 티모시는 “본토로 이주하면, 나무 사이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물가를 볼 수도 없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좋다. 나 자신도 장소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티모시의 사연은 이미 벌어진 것처럼 인위적으로 기온이 1.1°C 상승할 때 발생하는 외로움과 상실을 강력하게 대변한다.

환경 위기는 과도한 소비와 탄소 배출, 기업의 탐욕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소통 오류의 위기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실을 딱딱하게 다룬 데이터 때문에 환경운동가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으로 묻히게 되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드디어 세계가 환경 위기에 연대하여 대응하도록 할 것이다. 환경 위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사실과 통계만을 이용한 소통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티모시의 사연과 같은 이야기로 소통해야 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스토리텔링은 수치나 사실과는 달리 감정적 반응을 촉발하면서 행동 동기와 상상력, 개인의 가치관이 지닌 힘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강력하면서 영구적인 사회 변화 형태 발생을 견인할 것이다. 일례로,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무너지는 모습이 전 세계로 전달됐다. 화재 발생 후 단 3분 만에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현장의 모습이 전 세계 방송으로 송출돼, 세계 지도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촉발했다. 같은 해, 아마존 삼림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2,000마일 이상 재를 분출하면서 축구 경기장 절반 수준의 삼림 면적이 매일 1분 단위로 불에 탔다. 그러나 주류 언론은 아마존 삼림 화재 발생 후 3주 뒤 화재 발생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소식에 세계가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아마존 삼림 화재 소식은 뒤늦게 보도된 이유는 무엇일까? 노트르담 대성당은 석회암과 납, 나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에 개인적인 중요성을 더했다. 각자 알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이야기와 이를 노트르담 대성당의 중요성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 세계가 노트르담 대성당에 즉각 반응했으나 아마존 삼림 화재 당시에는 어떠한 반응도 촉발하지 못한 이유이다.

스토리텔링은 세계를 이해하도록 한다. 여러 분야의 연구를 통해 이야기 구조가 인간의 신경 지도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어머니의 양육, 친구의 포옹, 이야기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두 이른바 사랑의 약이라고 알려진 옥시토신을 분비한다는 사실이다. 옥시토신은 강력한 효과가 있다. 신경과학자인 폴 작(Paul Zak) 박사의 연구에서 합성 옥시토신을 분비한 피실험자가 플라시보 효과에 노출된 피실험자보다 자선단체에 기부할 확률이 5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하게 서사 형태의 정보를 듣게 된다면, 사회 친화적 행동을 할 확률이 더 높다.

이야기가 지닌 힘을 선의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2005년,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는 라디오 연속극 ‘고국 이야기(Homeland Story)’를 활용해, 베트남의 쌀 농사를 짓는 농부 수백만 명이 농약을 치는 행위를 중단하도록 유도했다. 연속극 시리즈를 청취한 농부는 단순히 농약을 치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농부보다 농약 사용을 중단할 확률이 31% 더 높았다.

2017년,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이 이야기를 자세히 담아 널리 확산되면서 분노를 자극한 영상은 미국 시애틀과 워싱턴,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 여러 항공사와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단 약속을 유도했다.

바로 2023년, 전 세계의 연결성 증가가 환경 위기의 최전선에 맞선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를 널리 확산하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다양한 예술과 미디어 형태를 활용한다면, 이야기를 이용해 결국에는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상황은 미래 세대가 피해를 겪게 될 수 있는 불확실한 위기가 아닌 개인과 집단이 모두 당장 행동해야 하는 위기임을 설득하게 될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torytelling Will Save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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