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RIS BARANIUK, WIRED UK
“나, 찰스 3세는…”이라는 말과 함께 찰스 3세 신임 왕이 런던 세인트제임스궁에서 엄숙한 맹세를 했다. 그러나 찰스 3세 왕의 뒤에는 인상적인 왕좌가 있었다. 오래되었으면서도 익숙한 글자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의미하는 ‘EIIR’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금색 자수가 장식된 왕좌였다.
그와 동시에 영국의 어느 한 번화가에 있는 아이 엄마는 지갑에서 잔돈을 찾고 있었다. 지갑에서 꺼낸 동전은 고인이 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관을 쓴 모습이 담긴 채로 금속 조각에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히드로공항을 찾은 어느 한 여행객은 입국 심사를 위해 여권을 꺼냈다. 여권에는 ‘영국 여왕 폐하’라는 딱딱한 표현이 잔뜩 담겨 있었다.
로얄 메일 우체국 지점 여러 곳 중 한 곳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이던 직원이 서둘러 우편배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국가원수인 영국 여왕의 사진 초상화가 벽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왕은 영면했다. 그러나 여왕의 이미지와 상징은 여전히 곳곳에서 반복하여 등장한다.
인류 역사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큼 널리 초상화 그림이나 상징이 확산된 인물은 드물다. 영국뿐만 아니라 영국 군주가 이끄는 코먼웰스(Commonwealth) 소속 국가 14개국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상징을 찾아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와 함께 신임 군주인 찰스 3세 왕이 왕실 상징과 디자인을 배포할 방법이 즉시 의문점으로 떠올랐다. 군주의 초상화와 상징은 지난 100여 년간 권위를 확립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찰스 3세 신임 왕의 초상화와 상징물 배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 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로얄 메일 대외 문제 및 정책 국장 데이비드 골드(David Gold)는 곧 쇄도할 전화 문의에 대응할 준비가 되었다. 언론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으며, 로얄 메일의 우표 변경 여부라는 간단한 질문에 재빨리 답을 찾아야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와 상징은 지난 70년 동안 영국 내 대다수 우표에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새로운 우표 디자인을 승인할 권한을 지닌 유일한 인물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최근 발행된 트랜스포머 캐릭터가 담긴 우표 디자인도 승인했다. 여왕의 모습을 담은 우표 모두 여전히 유효하지만, 결국에는 찰스 3세 왕의 모습이 담긴 새로운 우표가 발행될 것이다.
골드 국장은 “그동안 찰스 3세 왕 관계자가 분명하게 내린 지시는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찰스 3세 왕이 과거,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를 고려하면, 전혀 놀라운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골드 국장은 이미 발행된 우표를 파기하거나 폐기물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얄 메일이 새로운 왕실 상징을 발행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현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2010년, 정보의 자유에 따라 런던의 정부 건물에 새겨진 여왕의 초상화 하나를 구매하는 데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56.74파운드(약 290달러)라는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로얄 메일은 우표 이외에도 왕실 상징을 변경해야 한다. 골드 국장은 로얄 메일 트럭부터 우편 배송용 밴까지 차량 5만 3,000대에 여왕의 상징이 새겨졌다고 전했다. 골드 국장은 로얄 메일 차량 모두 찰스 3세 왕의 상징 글자인 ‘CIIIR’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왕의 상징과 관련된 사항을 자세히 발표하지 않았다.
우편함의 상징 변경 상황은 다르다. 영국 전역에 배치된 우편함 11만 5,000여 개 중 대부분 여왕을 상징하는 글자가 새겨졌다. 다만, 일부는 빅토리아 여왕을 포함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전에 즉위한 왕과 여왕의 상징을 담고 있다. 골드 국장은 매년 우편함 수백 개를 새로 제작하며, 앞으로 새로 제작하는 우편함에만 찰스 3세 왕을 상징하는 글자가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을 담은 기존 동전과 지폐도 유효하다. 그러나 앞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간 찰스 3세 왕의 초상화가 담긴 동전과 지폐가 발행되면서 바뀔 예정이다. 디자이너팀이 신임 왕인 찰스 3세의 프로필 초상화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찰스 3세 왕의 초상화는 동전에서 서로 고개를 마주 보는 형태로 제작된 군주의 초상화 모습에 따라 머리를 왼쪽으로 돌린 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 왕의 초상화는 왼쪽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제작된 채로 승인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왕립조폐국(Royal Mint)에서 찰스 3세 왕의 초상화 이미지를 채택하고, 모든 동전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잉글랜드은행은 찰스 3세 왕의 모습을 담은 지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기병대를 포함한 왕실 가문 소속 군대의 제복과 같은 요소의 디자인 변경 속도는 꽤 빠를 것이다.
왕실 기병대 출신인 현 환경 보호 활동가인 리차드 네구스(Richard Negus)는 “제복의 단추 모두 왕실 가문 상징이 담겨있다”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제복 이외에도 검과 같은 다른 용품에도 왕실 가문의 상징이 담겨 있다. 네구스는 제복과 군대 용품의 왕실 상징 변경이 제법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왕실 상징을 빠르게 교체하지 않는다면, 구시대적인 유니폼을 착용하는 매우 형편없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와이어드는 군인 모자의 배지와 버튼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왕실의 디자인 채택이 찰스 3세 왕의 권위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경찰력은 여왕의 상징을 새긴 제복을 착용한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과 일부 경찰 인력이 착용한 기존의 반구형 관리인 헬멧의 왕실 상징은 브룬스윅 스타(Brunswick star)라는 이름의 은색 엠블럼 중앙에 새겨진 것으로 유명하다.
경찰 제복 공급 업체는 와이어드의 찰스 3세 왕의 상징을 반영한 제복 변경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국가 경찰국위원회(NPCC) 대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애도 기간이 끝난 뒤 내각에서 논의하는 등 경찰 기관 제복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답변했다.
런던대학교 로열 홀러웨이(Royal Holloway)의 파울린 맥라렌(Pauline Maclaren) 박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EIIR’라는 상징은 아놀드 매친(Arnold Machin)이 제작하여 우표에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여왕의 초상화와 함께 매우 익숙하다. 맥라렌 박사는 “여왕의 상징과 초상화가 배경에서 서서히 사라진다는 점이 이상하다”라고 덧붙였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여왕의 상징과 초상화가 계속 사라질 것이다. 이미 수십 년간 많은 국가가 현대화를 선언하면서 대영제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과거, 식민지 통치 종료가 이어지던 때는 지금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상징과 이미지가 더 유명했다. 특히, 코먼웰스 소속 국가에서는 여왕의 이미지가 매우 유명했다.
시드니대학교 역사학부 강사 신디 맥크리어리(Cindy McCreery)는 “호주 전역의 교실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가 걸려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의 모든 동전과 일부 지폐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맥크리어리는 금전적 수단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측면에서는 군주의 삶의 의미를 재고한다고 말했다. 지폐와 동전 속 엘리자베스 2세의 이미지 변경은 호주가 영 연방으로 남을 것인지 혹은 연방 국가에서 제외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할 것이다.
피터 맥날리(Peter McNally) 맥길대학교 명예교수는 “부분적으로 의식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인 측면에서 국가 용품과 배지 속 군주의 상징 적용 규모 축소가 이루어졌다”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후 찰스 3세 왕이 즉위한 세계 중 한 곳인 캐나다의 상황을 언급했다.
맥날리 교수는 캐나다 일부 국민은 미국 문화와 구분할 수단으로 영국 군주의 상징을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모두가 찬성하는 바는 아니다. 캐나다의 20달러 화폐에 찰스 3세 왕의 초상화가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왕위 교체 도중 상황은 불확실하다. 캐나다은행과 캐나다 왕립조폐국(Royal Canadian Mint) 모두 지폐와 동전 상징 변경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시민은 왕실의 새로운 상징 공개 즉시 상징 변경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이후 왕실 상징 변경에 대한 대가는 분명할 것이다. 결국, 왕실 상징 전환은 호기심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하지만 왕실 상징의 급격한 변화는 찰스 3세 왕에게는 중요하다. 그동안 모든 군주가 자신의 상징을 곳곳에 적용한 채로 왕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군주로서 보이는 만큼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밝은 의상과 그에 어울리는 모자를 착용하고,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백을 든 채로 자주 사진을 촬영했다. 바로 눈에 띄면서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모습이다.
원칙적으로 찰스 3세 왕이 라임 그린 색상 정장이나 탠저린 색상 라운지 웨어를 착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맥라렌 박사는 “찰스 3세 왕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확연히 눈에 띄는 모습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평범한 시민과 같은 회색 정장을 착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찰스 3세 왕의 상징과 정부청사 건물과 같은 일상에서 접할 만한 객체, 수십 개 국가를 통해 꾸준히 행사하는 권위가 역대 군주보다 찰스 3세 왕에게는 더 중요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찰스 3세 왕은 여러 기관이 새로운 왕실 상징으로 변경하거나 왕실 상징을 배포하는 데 지나치게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찰스 3세 왕의 프로필 이미지 자체는 화려한 색상으로 눈에 띈 이미지를 남기며 장기 집권하면서 세계를 오랫동안 지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더 사라질 것을 의미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at Happens to Everything With Queen Elizabeth II’s Image?
“나, 찰스 3세는…”이라는 말과 함께 찰스 3세 신임 왕이 런던 세인트제임스궁에서 엄숙한 맹세를 했다. 그러나 찰스 3세 왕의 뒤에는 인상적인 왕좌가 있었다. 오래되었으면서도 익숙한 글자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의미하는 ‘EIIR’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금색 자수가 장식된 왕좌였다.
그와 동시에 영국의 어느 한 번화가에 있는 아이 엄마는 지갑에서 잔돈을 찾고 있었다. 지갑에서 꺼낸 동전은 고인이 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관을 쓴 모습이 담긴 채로 금속 조각에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히드로공항을 찾은 어느 한 여행객은 입국 심사를 위해 여권을 꺼냈다. 여권에는 ‘영국 여왕 폐하’라는 딱딱한 표현이 잔뜩 담겨 있었다.
로얄 메일 우체국 지점 여러 곳 중 한 곳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이던 직원이 서둘러 우편배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국가원수인 영국 여왕의 사진 초상화가 벽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왕은 영면했다. 그러나 여왕의 이미지와 상징은 여전히 곳곳에서 반복하여 등장한다.
인류 역사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큼 널리 초상화 그림이나 상징이 확산된 인물은 드물다. 영국뿐만 아니라 영국 군주가 이끄는 코먼웰스(Commonwealth) 소속 국가 14개국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상징을 찾아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와 함께 신임 군주인 찰스 3세 왕이 왕실 상징과 디자인을 배포할 방법이 즉시 의문점으로 떠올랐다. 군주의 초상화와 상징은 지난 100여 년간 권위를 확립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찰스 3세 신임 왕의 초상화와 상징물 배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 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로얄 메일 대외 문제 및 정책 국장 데이비드 골드(David Gold)는 곧 쇄도할 전화 문의에 대응할 준비가 되었다. 언론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으며, 로얄 메일의 우표 변경 여부라는 간단한 질문에 재빨리 답을 찾아야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와 상징은 지난 70년 동안 영국 내 대다수 우표에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새로운 우표 디자인을 승인할 권한을 지닌 유일한 인물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최근 발행된 트랜스포머 캐릭터가 담긴 우표 디자인도 승인했다. 여왕의 모습을 담은 우표 모두 여전히 유효하지만, 결국에는 찰스 3세 왕의 모습이 담긴 새로운 우표가 발행될 것이다.
골드 국장은 “그동안 찰스 3세 왕 관계자가 분명하게 내린 지시는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찰스 3세 왕이 과거,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를 고려하면, 전혀 놀라운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골드 국장은 이미 발행된 우표를 파기하거나 폐기물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얄 메일이 새로운 왕실 상징을 발행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현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2010년, 정보의 자유에 따라 런던의 정부 건물에 새겨진 여왕의 초상화 하나를 구매하는 데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56.74파운드(약 290달러)라는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로얄 메일은 우표 이외에도 왕실 상징을 변경해야 한다. 골드 국장은 로얄 메일 트럭부터 우편 배송용 밴까지 차량 5만 3,000대에 여왕의 상징이 새겨졌다고 전했다. 골드 국장은 로얄 메일 차량 모두 찰스 3세 왕의 상징 글자인 ‘CIIIR’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왕의 상징과 관련된 사항을 자세히 발표하지 않았다.
우편함의 상징 변경 상황은 다르다. 영국 전역에 배치된 우편함 11만 5,000여 개 중 대부분 여왕을 상징하는 글자가 새겨졌다. 다만, 일부는 빅토리아 여왕을 포함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전에 즉위한 왕과 여왕의 상징을 담고 있다. 골드 국장은 매년 우편함 수백 개를 새로 제작하며, 앞으로 새로 제작하는 우편함에만 찰스 3세 왕을 상징하는 글자가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을 담은 기존 동전과 지폐도 유효하다. 그러나 앞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간 찰스 3세 왕의 초상화가 담긴 동전과 지폐가 발행되면서 바뀔 예정이다. 디자이너팀이 신임 왕인 찰스 3세의 프로필 초상화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찰스 3세 왕의 초상화는 동전에서 서로 고개를 마주 보는 형태로 제작된 군주의 초상화 모습에 따라 머리를 왼쪽으로 돌린 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 왕의 초상화는 왼쪽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제작된 채로 승인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왕립조폐국(Royal Mint)에서 찰스 3세 왕의 초상화 이미지를 채택하고, 모든 동전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잉글랜드은행은 찰스 3세 왕의 모습을 담은 지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기병대를 포함한 왕실 가문 소속 군대의 제복과 같은 요소의 디자인 변경 속도는 꽤 빠를 것이다.
왕실 기병대 출신인 현 환경 보호 활동가인 리차드 네구스(Richard Negus)는 “제복의 단추 모두 왕실 가문 상징이 담겨있다”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제복 이외에도 검과 같은 다른 용품에도 왕실 가문의 상징이 담겨 있다. 네구스는 제복과 군대 용품의 왕실 상징 변경이 제법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왕실 상징을 빠르게 교체하지 않는다면, 구시대적인 유니폼을 착용하는 매우 형편없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와이어드는 군인 모자의 배지와 버튼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왕실의 디자인 채택이 찰스 3세 왕의 권위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경찰력은 여왕의 상징을 새긴 제복을 착용한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과 일부 경찰 인력이 착용한 기존의 반구형 관리인 헬멧의 왕실 상징은 브룬스윅 스타(Brunswick star)라는 이름의 은색 엠블럼 중앙에 새겨진 것으로 유명하다.
경찰 제복 공급 업체는 와이어드의 찰스 3세 왕의 상징을 반영한 제복 변경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국가 경찰국위원회(NPCC) 대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애도 기간이 끝난 뒤 내각에서 논의하는 등 경찰 기관 제복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답변했다.
런던대학교 로열 홀러웨이(Royal Holloway)의 파울린 맥라렌(Pauline Maclaren) 박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EIIR’라는 상징은 아놀드 매친(Arnold Machin)이 제작하여 우표에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여왕의 초상화와 함께 매우 익숙하다. 맥라렌 박사는 “여왕의 상징과 초상화가 배경에서 서서히 사라진다는 점이 이상하다”라고 덧붙였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여왕의 상징과 초상화가 계속 사라질 것이다. 이미 수십 년간 많은 국가가 현대화를 선언하면서 대영제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과거, 식민지 통치 종료가 이어지던 때는 지금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상징과 이미지가 더 유명했다. 특히, 코먼웰스 소속 국가에서는 여왕의 이미지가 매우 유명했다.
시드니대학교 역사학부 강사 신디 맥크리어리(Cindy McCreery)는 “호주 전역의 교실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가 걸려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의 모든 동전과 일부 지폐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맥크리어리는 금전적 수단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측면에서는 군주의 삶의 의미를 재고한다고 말했다. 지폐와 동전 속 엘리자베스 2세의 이미지 변경은 호주가 영 연방으로 남을 것인지 혹은 연방 국가에서 제외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할 것이다.
피터 맥날리(Peter McNally) 맥길대학교 명예교수는 “부분적으로 의식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인 측면에서 국가 용품과 배지 속 군주의 상징 적용 규모 축소가 이루어졌다”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후 찰스 3세 왕이 즉위한 세계 중 한 곳인 캐나다의 상황을 언급했다.
맥날리 교수는 캐나다 일부 국민은 미국 문화와 구분할 수단으로 영국 군주의 상징을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모두가 찬성하는 바는 아니다. 캐나다의 20달러 화폐에 찰스 3세 왕의 초상화가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왕위 교체 도중 상황은 불확실하다. 캐나다은행과 캐나다 왕립조폐국(Royal Canadian Mint) 모두 지폐와 동전 상징 변경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시민은 왕실의 새로운 상징 공개 즉시 상징 변경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이후 왕실 상징 변경에 대한 대가는 분명할 것이다. 결국, 왕실 상징 전환은 호기심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하지만 왕실 상징의 급격한 변화는 찰스 3세 왕에게는 중요하다. 그동안 모든 군주가 자신의 상징을 곳곳에 적용한 채로 왕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군주로서 보이는 만큼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밝은 의상과 그에 어울리는 모자를 착용하고,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백을 든 채로 자주 사진을 촬영했다. 바로 눈에 띄면서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모습이다.
원칙적으로 찰스 3세 왕이 라임 그린 색상 정장이나 탠저린 색상 라운지 웨어를 착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맥라렌 박사는 “찰스 3세 왕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확연히 눈에 띄는 모습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평범한 시민과 같은 회색 정장을 착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찰스 3세 왕의 상징과 정부청사 건물과 같은 일상에서 접할 만한 객체, 수십 개 국가를 통해 꾸준히 행사하는 권위가 역대 군주보다 찰스 3세 왕에게는 더 중요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찰스 3세 왕은 여러 기관이 새로운 왕실 상징으로 변경하거나 왕실 상징을 배포하는 데 지나치게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찰스 3세 왕의 프로필 이미지 자체는 화려한 색상으로 눈에 띈 이미지를 남기며 장기 집권하면서 세계를 오랫동안 지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더 사라질 것을 의미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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