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IAN M. VOLPICELLI, WIRED UK
암호화폐는 종종 지구에 해롭다는 비판 대상이 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비트코인 전기 소모 지수(Bitcoin Electricity Consumption Index) 데이터 기준 비트코인 채굴 작업의 연간 에너지 소모량은 벨기에의 소모량보다 더 많다. 이더리움의 에너지 소모량은 보통 비트코인의 1/3 수준으로 고정되었으나 실제 추산 결과는 다양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는 2020년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 작업의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약 39%는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생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통 암호화폐 업계의 탄소 발자국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2019년 발표된 어느 한 연구 결과 기준 비트코인 채굴 작업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200만~2,290만 메트릭톤이다.
문제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특수 컴퓨터에 전력을 다량으로 공급해, 작업증명(PoW) 방식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거래를 처리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PoW 시스템은 전 세계 컴퓨터 수천 대(주로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에 밀집)가 서로 수학 문제를 풀고 일련의 거래 배치인 이른바 블록을 장부에 추가하려는 경쟁을 펼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경쟁에서 이긴 채굴자가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비트코인 옹호론자 대부분 PoW 채굴이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주장하며, 사토시 나가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창시자가 고안한 개념 달성을 방해하려 하지 않는다. 반면, 이더리움은 근본적으로 환경 영향을 줄일 중대한 전환을 앞두고 있다.
2015년, 당시 21세였던 청년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기계를 가동하면서 개발한 이더리움은 2022년 9월, 기존 PoW 채굴 방식에서 에너지를 마구 소모하는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은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업데이트와 개선을 이끄는 비영리 연구 단체인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은 PoS 전환 시 에너지 소모량을 최대 99.5%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oS로의 중대한 전환은 ‘머지(Merge)’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9월 14일(현지 시각) 시작될 예정이다.
머지는 무엇인가?
머지는 이더리움의 PoW 블록체인을 비콘체인(Beacon Chain)과 통합하기로 결정한 전환 방식이다. 비콘체인은 2020년 12월 출시됐으나 지금까지 거래를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수 주 후면 진행될 예정인 몇 가지 업그레이드 사항이 1개 체인에서 다른 체인으로의 원활한 전환이 실현되는 초석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저스틴 드레이크(Justin Drake)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은 머지 업그레이드 과정의 구성 방식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과 같다고 비교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진행하는가 궁금한가? 첫 번째 단계는 가솔린 차량 엔진과 같은 전기차 엔진을 설치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바퀴와 전기 엔진을 연결한 뒤 가솔린 엔진이 가동하지 않도록 끈다. 머지 업그레이드도 바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더리움은 지난 1년 반 동안 비콘체인으로 기존 PoW 방식과 같은 엔진을 갖추었다. 그리고 이제 오래된 가솔린 엔진이라고 볼 수 있는 PoW 방식을 종료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수년간의 PoS 전환 지연 후 오래 기다려온 전환이 드디어 실현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8월 10일(현지 시각), 메인넷의 PoS 정식 전환에 앞서 골리(Goerli) 체인이라는 테스트넷에서 머지 전환 리허설을 성공했다. 부테린이 9월,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라는 저서를 출간할 계획이라는 우연도 더해졌다.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어떤 방식으로 실행될까?
PoS를 논하는 것은 프렌치 치즈를 논하는 것과 같다. PoS에는 어느 정도 자체 PoS 과정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암호화폐 수백 종과 함께 변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PoS 형태는 하드웨어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네트워크 확보를 전제로 한다.
PoS 채택 시 고가의 채굴용 컴퓨터를 이용해 네트워크 활동에 합류할 필요가 없다. 노트북을 사용해, 네트워크에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스테이킹’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를 예치한 이는 보통 임의 과정을 통해 특정 블록 검증자로 선택된다. 그리고 작업의 대가로 보상과 수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블록을 점유하면서 시스템을 조작하려 한다면, 네트워크가 조작을 시도한 사용자를 처벌하고 블록을 파괴한다. 즉, 조작을 시도한 사용자의 스테이킹 보상 일부를 삭감한다.
그 누구도 개입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PoW 채굴 기능과는 매우 다르다. 악의적인 세력이 채굴 및 거래 기록을 재작성해, 특정 암호화폐 거래가 전혀 없었던 것처럼 보여주면서 체인 전체를 다시 채굴한다. 채굴과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네트워크 채굴 업자가 보유한 절반 이상의 다량의 컴퓨터 전력과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 이를 ‘51% 공격(51% attack)’이라는 적절한 표현으로 말할 수 있다.
이더리움의 사례를 특별히 살펴본다면, 스테이킹을 한 투자자는 이더리움 토큰 최소 32개(8월 17일 시세 기준 5만 8,722달러)를 예치해야 검증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검증 참여 시 부주의한 행동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부정한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되면, 예치금 전액을 모두 잃을 수 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이더리움의 작업 증명이 당근 중심, 즉 보상 기반이 아닌 처벌을 기반으로 한 채찍 중심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찍은 당근보다 100배 더 효과가 좋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검증자에게 보상 1%만 지급할 수 있으며, 나머지 이더리움 토큰은 참여자 다수에게 보상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참여자가 잘못된 행동을 시작하면, 토큰 보상을 100%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PoS 구조 채택 시 51% 공격을 이용한 네트워크 조작이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체인 조작을 시작하려면,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수익 절반 이상을 먼저 스테이킹해야 한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현재 공격 개시를 위해 먼저 스테이킹해야 할 비용이 약 250억 달러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커 세력이 네트워크 기록을 재작성할 수 있다. 다만, 단 한 번만 공격이 발생할 뿐이다. 또, 공격 도중 이더리움 보상 금액이 줄어들면서 250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 공격을 재차 개시하려면 250억 달러를 다시 예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약 50억 달러로 추산한 이더리움의 PoW에 대한 하드웨어 기반 공격보다 공격 개시 비용이 더 비싸다고 전했다.
PoS의 공격 비용이 더 비싸다는 추측이 사실이 되려면, 당연히 이더리움의 가치가 수 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가치가 낮은 수준으로 폭락하면, 네트워크 공격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전체 보안 수준은 이더리움 토큰 가치와 매우 깊은 관련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레이크 연구원은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의 가치가 본질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골리 테스트 이후 이더리움은 반등세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의 머지 전환, 중요한 이유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주로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지만,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이더리움 토큰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가동을 자체 시행하는 스마트 계약 생성을 실현한다.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에 구축되는 앱의 용어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머지는 ‘샤딩(sharding)’이라는 또 다른 과정을 향한 문을 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샤딩은 네트워크를 여러 가지 병렬 체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샤딩은 현재 1초당 거래 단 30여 건을 처리하며,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머지 업그레이드가 모두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샤딩을 마친 이더리움의 초당 거래 처리 건수가 10만 건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머지 업그레이드를 축복해야 할 더 실용적인 이유로 에너지 소모량 감축을 언급할 수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성장연구협력기관(Growth Lab Research Collaboration) 정책 펠로인 프랭크 무치(Frank Muci)는 “이더리움 시세는 2022년 6월, 저점을 기록한 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머지에 대한 기대감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 상품이나 서비스가 물질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주로 달라지는 점은 환경 발자국 감축과 이더리움의 데이터베이스와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 상품, 서비스 사용 시 비싼 비용 부담 완화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채굴자의 반응은?
머지 업그레이드 후 이더리움 채굴자가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할 것이다. 이더리움 보상으로 확보할 수익을 위해 체결한 모든 컴퓨터와 에너지 계약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채굴자는 이더리움 포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을 PoS 전환을 시행하지 않을 네트워크로 분리해, 채굴 작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포크를 진행한 암호화폐 채굴자이자 블록체인 기업기안 챈들러 궈(Chandler Guo)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다수 채굴자가 폐업을 우려해 자신을 찾자 포크 개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PoS 블록체인인 트론(Tron) 창시자이자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Poloniex) 소유자인 저스틴 선(Justin Sun)은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폴로닉스에 가상의 PoW 이더 토큰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선은 “머지 업그레이드는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더리움 커뮤니티 구성원 중 약 50%는 PoW가 PoS보다 더 안전하고, 탈중앙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PoW가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인프라 구축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더리움은 과거에도 포크를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궈가 지지한 이더리움 클래식(Ethereum Classic)이라는 하드포크 가상자산은 2016년, 이더리움 기반 기관인 더 다오(The DAO) 해킹 논란 이후 등장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후에도 PoW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이더리움 클래식은 처음부터 여러 차례 51% 공격 성공 표적이 된 것으로 악명높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포크가 타당한 선택이며, 탈중앙화 블록체인 업계에서 허용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매우 정통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다양한 커뮤니티에는 PoS 전환을 원한다는 강력한 합의가 있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대다수 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과 법정통화와 같은 가치를 인정하는 일종의 암호화폐 자산인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모두 머지 업그레이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을 지목했다. 결과적으로 자칫하면 더불어 자칫하면 다수 앱을 사용할 수 없는 비활성화 상태에 가까운 블록체인이 되는 일이 없도록 가상의 PoW 체인 지속성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은 이더리움 포크를 진행한다면, 이더리움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하드포크로 얻은 토큰 일부를 커뮤니티와 개발자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금액으로 해커톤을 개최해 PoW 이더리움 생태계 발전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따라 지분증명 전환할까?
비트코인의 PoS 전환을 확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비트코인 지지자 대부분 PoW 채굴이 PoS 대안보다 더 강력한 보안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PoW 채굴이 경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매우 보수적인 집단과 사용자, 대부분 주식 상장 기업으로 구성된 채굴 업계 등을 기반으로 구성돼, 2008년 당시 사토시 나가모토가 제시한 규칙 변경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굴 업계가 재생 에너지를 적극 환영할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이다. 특히, 규제 당국이 에너지 소모량 감축 접근방식을 직접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oW 채굴이 비트코인 생태계의 중심을 이루는 원칙이라는 사실은 조만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thereum's 'Merge' Is a Big Deal for Crypto—and the Planet
암호화폐는 종종 지구에 해롭다는 비판 대상이 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비트코인 전기 소모 지수(Bitcoin Electricity Consumption Index) 데이터 기준 비트코인 채굴 작업의 연간 에너지 소모량은 벨기에의 소모량보다 더 많다. 이더리움의 에너지 소모량은 보통 비트코인의 1/3 수준으로 고정되었으나 실제 추산 결과는 다양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는 2020년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 작업의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약 39%는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생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통 암호화폐 업계의 탄소 발자국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2019년 발표된 어느 한 연구 결과 기준 비트코인 채굴 작업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200만~2,290만 메트릭톤이다.
문제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특수 컴퓨터에 전력을 다량으로 공급해, 작업증명(PoW) 방식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거래를 처리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PoW 시스템은 전 세계 컴퓨터 수천 대(주로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에 밀집)가 서로 수학 문제를 풀고 일련의 거래 배치인 이른바 블록을 장부에 추가하려는 경쟁을 펼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경쟁에서 이긴 채굴자가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비트코인 옹호론자 대부분 PoW 채굴이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주장하며, 사토시 나가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창시자가 고안한 개념 달성을 방해하려 하지 않는다. 반면, 이더리움은 근본적으로 환경 영향을 줄일 중대한 전환을 앞두고 있다.
2015년, 당시 21세였던 청년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기계를 가동하면서 개발한 이더리움은 2022년 9월, 기존 PoW 채굴 방식에서 에너지를 마구 소모하는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은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업데이트와 개선을 이끄는 비영리 연구 단체인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은 PoS 전환 시 에너지 소모량을 최대 99.5%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oS로의 중대한 전환은 ‘머지(Merge)’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9월 14일(현지 시각) 시작될 예정이다.
머지는 무엇인가?
머지는 이더리움의 PoW 블록체인을 비콘체인(Beacon Chain)과 통합하기로 결정한 전환 방식이다. 비콘체인은 2020년 12월 출시됐으나 지금까지 거래를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수 주 후면 진행될 예정인 몇 가지 업그레이드 사항이 1개 체인에서 다른 체인으로의 원활한 전환이 실현되는 초석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저스틴 드레이크(Justin Drake)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은 머지 업그레이드 과정의 구성 방식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과 같다고 비교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진행하는가 궁금한가? 첫 번째 단계는 가솔린 차량 엔진과 같은 전기차 엔진을 설치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바퀴와 전기 엔진을 연결한 뒤 가솔린 엔진이 가동하지 않도록 끈다. 머지 업그레이드도 바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더리움은 지난 1년 반 동안 비콘체인으로 기존 PoW 방식과 같은 엔진을 갖추었다. 그리고 이제 오래된 가솔린 엔진이라고 볼 수 있는 PoW 방식을 종료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수년간의 PoS 전환 지연 후 오래 기다려온 전환이 드디어 실현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8월 10일(현지 시각), 메인넷의 PoS 정식 전환에 앞서 골리(Goerli) 체인이라는 테스트넷에서 머지 전환 리허설을 성공했다. 부테린이 9월,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라는 저서를 출간할 계획이라는 우연도 더해졌다.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어떤 방식으로 실행될까?
PoS를 논하는 것은 프렌치 치즈를 논하는 것과 같다. PoS에는 어느 정도 자체 PoS 과정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암호화폐 수백 종과 함께 변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PoS 형태는 하드웨어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네트워크 확보를 전제로 한다.
PoS 채택 시 고가의 채굴용 컴퓨터를 이용해 네트워크 활동에 합류할 필요가 없다. 노트북을 사용해, 네트워크에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스테이킹’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를 예치한 이는 보통 임의 과정을 통해 특정 블록 검증자로 선택된다. 그리고 작업의 대가로 보상과 수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블록을 점유하면서 시스템을 조작하려 한다면, 네트워크가 조작을 시도한 사용자를 처벌하고 블록을 파괴한다. 즉, 조작을 시도한 사용자의 스테이킹 보상 일부를 삭감한다.
그 누구도 개입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PoW 채굴 기능과는 매우 다르다. 악의적인 세력이 채굴 및 거래 기록을 재작성해, 특정 암호화폐 거래가 전혀 없었던 것처럼 보여주면서 체인 전체를 다시 채굴한다. 채굴과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네트워크 채굴 업자가 보유한 절반 이상의 다량의 컴퓨터 전력과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 이를 ‘51% 공격(51% attack)’이라는 적절한 표현으로 말할 수 있다.
이더리움의 사례를 특별히 살펴본다면, 스테이킹을 한 투자자는 이더리움 토큰 최소 32개(8월 17일 시세 기준 5만 8,722달러)를 예치해야 검증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검증 참여 시 부주의한 행동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부정한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되면, 예치금 전액을 모두 잃을 수 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이더리움의 작업 증명이 당근 중심, 즉 보상 기반이 아닌 처벌을 기반으로 한 채찍 중심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찍은 당근보다 100배 더 효과가 좋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검증자에게 보상 1%만 지급할 수 있으며, 나머지 이더리움 토큰은 참여자 다수에게 보상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참여자가 잘못된 행동을 시작하면, 토큰 보상을 100%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PoS 구조 채택 시 51% 공격을 이용한 네트워크 조작이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체인 조작을 시작하려면,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수익 절반 이상을 먼저 스테이킹해야 한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현재 공격 개시를 위해 먼저 스테이킹해야 할 비용이 약 250억 달러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커 세력이 네트워크 기록을 재작성할 수 있다. 다만, 단 한 번만 공격이 발생할 뿐이다. 또, 공격 도중 이더리움 보상 금액이 줄어들면서 250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 공격을 재차 개시하려면 250억 달러를 다시 예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약 50억 달러로 추산한 이더리움의 PoW에 대한 하드웨어 기반 공격보다 공격 개시 비용이 더 비싸다고 전했다.
PoS의 공격 비용이 더 비싸다는 추측이 사실이 되려면, 당연히 이더리움의 가치가 수 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가치가 낮은 수준으로 폭락하면, 네트워크 공격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전체 보안 수준은 이더리움 토큰 가치와 매우 깊은 관련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레이크 연구원은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의 가치가 본질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골리 테스트 이후 이더리움은 반등세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의 머지 전환, 중요한 이유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주로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지만,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이더리움 토큰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가동을 자체 시행하는 스마트 계약 생성을 실현한다.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에 구축되는 앱의 용어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머지는 ‘샤딩(sharding)’이라는 또 다른 과정을 향한 문을 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샤딩은 네트워크를 여러 가지 병렬 체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샤딩은 현재 1초당 거래 단 30여 건을 처리하며,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머지 업그레이드가 모두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샤딩을 마친 이더리움의 초당 거래 처리 건수가 10만 건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머지 업그레이드를 축복해야 할 더 실용적인 이유로 에너지 소모량 감축을 언급할 수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성장연구협력기관(Growth Lab Research Collaboration) 정책 펠로인 프랭크 무치(Frank Muci)는 “이더리움 시세는 2022년 6월, 저점을 기록한 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머지에 대한 기대감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 상품이나 서비스가 물질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주로 달라지는 점은 환경 발자국 감축과 이더리움의 데이터베이스와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 상품, 서비스 사용 시 비싼 비용 부담 완화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채굴자의 반응은?
머지 업그레이드 후 이더리움 채굴자가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할 것이다. 이더리움 보상으로 확보할 수익을 위해 체결한 모든 컴퓨터와 에너지 계약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채굴자는 이더리움 포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을 PoS 전환을 시행하지 않을 네트워크로 분리해, 채굴 작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포크를 진행한 암호화폐 채굴자이자 블록체인 기업기안 챈들러 궈(Chandler Guo)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다수 채굴자가 폐업을 우려해 자신을 찾자 포크 개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PoS 블록체인인 트론(Tron) 창시자이자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Poloniex) 소유자인 저스틴 선(Justin Sun)은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폴로닉스에 가상의 PoW 이더 토큰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선은 “머지 업그레이드는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더리움 커뮤니티 구성원 중 약 50%는 PoW가 PoS보다 더 안전하고, 탈중앙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PoW가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인프라 구축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더리움은 과거에도 포크를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궈가 지지한 이더리움 클래식(Ethereum Classic)이라는 하드포크 가상자산은 2016년, 이더리움 기반 기관인 더 다오(The DAO) 해킹 논란 이후 등장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후에도 PoW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이더리움 클래식은 처음부터 여러 차례 51% 공격 성공 표적이 된 것으로 악명높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포크가 타당한 선택이며, 탈중앙화 블록체인 업계에서 허용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매우 정통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드레이크 연구원은 “다양한 커뮤니티에는 PoS 전환을 원한다는 강력한 합의가 있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대다수 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과 법정통화와 같은 가치를 인정하는 일종의 암호화폐 자산인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모두 머지 업그레이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을 지목했다. 결과적으로 자칫하면 더불어 자칫하면 다수 앱을 사용할 수 없는 비활성화 상태에 가까운 블록체인이 되는 일이 없도록 가상의 PoW 체인 지속성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은 이더리움 포크를 진행한다면, 이더리움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하드포크로 얻은 토큰 일부를 커뮤니티와 개발자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금액으로 해커톤을 개최해 PoW 이더리움 생태계 발전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따라 지분증명 전환할까?
비트코인의 PoS 전환을 확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비트코인 지지자 대부분 PoW 채굴이 PoS 대안보다 더 강력한 보안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PoW 채굴이 경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매우 보수적인 집단과 사용자, 대부분 주식 상장 기업으로 구성된 채굴 업계 등을 기반으로 구성돼, 2008년 당시 사토시 나가모토가 제시한 규칙 변경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굴 업계가 재생 에너지를 적극 환영할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이다. 특히, 규제 당국이 에너지 소모량 감축 접근방식을 직접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oW 채굴이 비트코인 생태계의 중심을 이루는 원칙이라는 사실은 조만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thereum's 'Merge' Is a Big Deal for Crypto—and the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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