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 게임이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 다른 기기로 진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이식이 아니라 타 기기에서 모바일 버전과 동일하게 즐기는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해 게임 수명을 늘리고 신규 이용자 유입에 힘쓰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월 27일부터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 출시와 함께 공개한 퍼플은 높은 수준의 보안과 편의 기능, 모바일 플랫폼과 다른 새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퍼플의 개발을 담당한 김훈 엔씨소프트 실장은 지난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퍼플의 조작 시스템은 리니지2M 게임 내 콘텐츠에 최적화되어 있다.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퍼플은 리니지2M의 화려한 그래픽 퀄리티와 퍼포먼스를 100% 보여줌과 동시에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된 조작 시스템을 지원한다. 게임 데이터와 연동된 메신저도 제공하며, 리니지2M의 게임 전체 채팅과 혈맹 채팅, 크로스 플레이를 고려한 보이스 채팅, 게임 상황 푸시 알림 등의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도 준비하고 있다.
김현호 엔씨소프트 센터장은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하지만 게임을 즐길 때는 그리 쾌적한 플랫폼은 아니라고 판단해 퍼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퍼플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구조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 퍼플은 앞으로도 무료로 제공한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에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자회사 넷게임즈가 개발하고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V4'의 PC 버전을 12월 중 제공할 예정이다.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기자간담회 당시 기자들과 만나 "PC 버전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1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V4는 '히트' '오버히트' 등을 개발한 넷게임즈의 최신작으로 모바일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터 서버 월드', 전략적인 전투 지휘가 가능한 '커맨더 모드', 이용자의 아이템 가치를 지켜주는 '자율 경제 시스템', 하이엔드 그래픽으로 구현한 6개 테마의 오픈 필드 등을 내세운 작품이다.
PC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것은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다. 이미 많은 이용자가 블루스택, 녹스, LD플레이어 등 다양한 '앱플레이어'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랑그릿사' 등의 모바일 게임은 이미 PC 클라이언트를 제공 중이다.
앱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PC에서 실행하도록 돕는 에뮬레이터다. MMORPG처럼 장시간 게임 플레이가 필요한 모바일 게임이 늘면서 배터리 부족이나 저사양 기기 이용자, 발열로 인한 기기 수명 단축 등을 걱정하는 이용자들이 앱플레이어를 선호한다.
하지만 업데이트나 패치 등으로 인해 변하는 게임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점이 앱플레이어의 단점으로 꼽힌다. 게임 개발사에서 직접 PC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 트렌드에 발맞춰 편의성을 높이고 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들이 먼저 모바일-PC 연동 서비스에 나서면서 다른 모바일 게임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시간 플레이가 필요한 RPG가 모바일 게임의 대표 장르로 자리 잡은 만큼 PC 버전을 함께 개발하는 개발사의 움직임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