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AVID CHALMERS, WIRED US
메타버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멀티 유저 도메인(MUD)이 있었다. 1993년, MUD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가장 인기 있는 가상 세계였다. MUD는 그래픽이 없는 텍스트 기반 세계였다. 사용자는 텍스트 명령과 함께 수많은 방으로 향하면서 타인과 대화했다. 최고의 인기를 얻은 MUD 중 하나는 람다무(LambdaMOO)였다. 람다무의 레이아웃은 캘리포니아 호화 저택을 바탕으로 한다. 어느 날 저녁, 람다무 사용자가 거실에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때, 미스터 벙글(Mr. Bungle)이라는 사용자가 갑자기 ‘존이 빌을 퇴장시켰다’와 같은 텍스트를 생성하는 툴인 ‘저주 인형(voodoo doll)’을 배포한 탓에 다른 사용자가 이에 대응했다. 미스터 벙글은 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 두 명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와 폭력적 행위를 한 것처럼 드러나도록 했다. 많은 사용자가 두려워하면서 폭력 대상이 되었다고 느꼈다. 이튿날 가상 세계 속 문제 대응 방안을 두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관리 권한을 지닌 ‘마법사’가 미스터 벙글을 람다무에서 퇴출했다.
람다무에 접속한 거의 모든 사용자가 미스터 벙글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미스터 벙글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간혹 가상세계가 허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가상세계 속 경험은 폭력을 당했다는 짧은 이야기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여전히 매우 심각한 규정 위반 사항이지만, 현실 세계의 폭력과는 다른 유형의 폭력이다. 대다수 MUD 커뮤니티가 이해한 바는 아니었다. 테크 전문 기자 줄리안 딥벨(Julian Dibbell)은 당시 피해자 한 명의 회고 내용과 함께 MUD 커뮤니티 내 논의 사항을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몇 달이 지난 뒤 피해자는 자신이 외상 후 눈물이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는 표현과 함께 피해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현실 생활의 사실은 가상세계의 감정적 콘텐츠가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충분했다.
피해자의 경험은 가상세계의 현실주의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가상세계가 실제 현실이므로 가상세계의 일이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만큼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관점이다. MUD 내 폭력은 단순히 사용자가 거리를 둘 허구의 사건이 아니다. 실제 피해자에게 발생한 현실적인 가상 폭력이다.
미스터 벙글의 범죄가 현실 세계의 성폭력과 같은 수준으로 죄질이 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MUD 사용자가 가상 신체가 현실 세계의 신체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가상세계의 피해는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피해보다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가상세계의 신체 관계 발전이 이루어지는 현재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추세이다. 누군가가 장기적으로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자기 정체성을 대변하면서 앞으로 가상 신체가 단기적 텍스트 기반 환경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호주 철학자 제시카 올펜데일(Jessica Wolfendale)은 아바타 지지가 도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상 신체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언젠가는 가상 신체 폭력이 현실 세계의 신체를 공격한 폭력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미스터 벙글의 사건은 가상세계 관리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람다무는 1990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연구소(Xerox PARC)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파벨 커티스(Pavel Curtis)가 개발한 공간이다. 커티스는 람다무가 자신의 집과 같은 형태를 갖추도록 설계했으며, 초기에는 일종의 독재를 펼쳤다. 이후 소프트웨어 특수 통제 권한을 지닌 프로그래머인 ‘마법사’ 집단에 통제력을 건네주었다. 여기서 일종의 귀족 계층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미스터 벙글 사태 이후 마법사 집단은 람다무 운영 방식을 전부 단독 결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요한 문제를 투표하도록 사용자에게 권한을 주었다. 람다무는 현재 민주주의적인 형태로 관리된다. 마법사는 어느 정도 권한을 유지했으나 민주주의적인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어느 정도 의사 결정 권한을 다시 갖게 된다. 람다무 내 법령은 사실에 따라 민주주의 투표를 통해 비준한다. 그러나 변화가 어떠한 형태로든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람다무의 세계는 다른 형태의 정부를 통해 간편하면서도 공정하게 움직인다.
이 모든 사례는 가까운 가상세계의 중요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가상세계에서 사용자는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까? 가상세계 속 옳고 그름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상세계에 생성된 사회 속 정의는 무엇일까?
이미 존재하는 가상세계부터 살펴보자. 아마도 가장 간단한 사례는 1인용 비디오 게임일 것이다. 그 누구도 게임 속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윤리적 우려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1인용 비디오 게임 속에서도 간혹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철학자 모건 럭(Morgan Luck)은 2009년 작성한 ‘게이머의 딜레마(The Gamer’s Dilemma)’라는 글을 통해 대다수 사용자가 가상 살인(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을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상 소아성애는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관찰한다. 가상 성폭력 문제도 똑같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1982년 아타리 게임 커스터스 리벤지(Custer’s Revenge)에서 사물이 미국 원주민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대다수 사용자는 이 부분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과거의 사건은 철학적 난제를 나타낸다. 가상 살인과 가상 소아성애 간 윤리적 차이의 관련성은 무엇인가? 두 가지 행위 모두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만약, 가상 소아성애가 현실 세계에서의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면, 주된 피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세계 속 범죄 행위가 현실 세계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도덕적 이론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으로 행동하는 인간의 선과 악 측면에서 옳고 그름의 차이를 설명하는 가상 덕 윤리를 언급할 수 있다. 가상 소아성애를 일삼는 이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상 소아성애 자체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이다. 가상 성폭력과 고문, 인종차별도 똑같이 볼 수 있다. 2002년 출시된 게임인 ‘민족 청소(Ethnic Cleansing)’에 많은 이들이 비슷한 도덕적 반응을 보였다. 민족 청소는 백인 우월주의 세력인 게임 속 주인공이 다른 인종을 무차별적으로 죽인다. 반면, ‘일반적인’ 가상 살인이 도덕적 문제를 시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윤리적 문제는 매우 미묘한 문제이다.
포트나이트(Fortnite)와 같이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 환경과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 같은 완벽한 사회적 가상 세계로 문제를 옮겨서 보았을 때, 윤리적 문제가 몇 배 증가한다. 가상 세계가 단순히 게임이나 허구였다면, 가상세계의 윤리 문제는 게임이나 허구의 윤리로 국한될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면서 서로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가상세계에서 범한 것과 같은 잘못된 행동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상세계를 실제 현실로 보기 시작한다면, 가상세계의 윤리가 일반적인 윤리 원칙만큼 심각한 문제가 된다.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수많은 게임에서 악의적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기꺼이 다른 사용자를 괴롭히거나 가상세계에서 점유한 것을 탈취하면서 게임 세계에서 피해를 주거나 심지어 죽이기도 하는 악성 사용자이다. 악성 사용자의 행위는 다른 사용자의 게임 참여 경험을 방해하는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 타인의 점유물을 훔치는 행위가 현실 세계에서의 행위만큼 나쁜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대부분 게임 속 점유물은 현실 세계의 점유물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여전히 장기적인 게임과 게임 외 환경에서 점유물은 사용자에게 중요하며,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할 수도 있다. 2012년, 네덜란드 법원은 온라인 게임 룬스케이프에서 다른 10대 사용자의 가상 부적을 탈취한 10대 두 명을 대상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법원은 부적이 가상세계의 시간과 부적 확보를 위해 공들인 노력에 현실적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가상 물체가 단순한 허구라면, 가상 절도 행위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훔치는 것이 가능한가? 철학자 나단 윌드만(Nathan Wildman)과 닐 맥도넬(Neil McDonnell)은 실존하지 않는 사물 절도 행위를 가상 절도의 난제라고 칭했다. 가상 사물이 허구라고 보아 실제 탈취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가상 사물이 아닌 디지털 물체 탈취와 관련이 있다. 룬스케이프 사건에서 디지털 사물 탈취가 발생했으나 가상 물체 도난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가상 현실주의는 누군가의 현실과 가치 있는 가상 물체를 빼앗는다. 따라서 가상 절도는 가상 현실주의를 추가로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살인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가까운 가상세계에 실제 죽음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살인의 여지가 많지 않다. 사용자가 특정 발언으로 다른 사용자의 실제 신체에 심장마비를 유발하거나 현실 세계에서 자살하도록 자극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가상세계의 행동은 현실 세계의 행동만큼 도덕적으로 심각하다. 가상 살인 사건의 실제 사례가 부족하므로 가장 가까운 가상 살인은 아바타 죽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바타를 점유한 이를 죽이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특정 사용자가 가상세계에서 사라지도록 할 수 있다. 실제 살인보다는 정체가 사라지는 것과 더 비슷한 행동이 될 것이다. 아바타 죽이기는 적어도 재탄생이 온전한 기억을 지닌 인간이 온전히 성장할 때, 재탄생 이후의 살인과 더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페르소나 파괴와 비슷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아이언맨의 페르소나를 없애면서 토니 스타크의 페르소나는 그대로 살아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살인처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심각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가상세계의 잘못된 행위를 처벌할 방법은 없을까? 퇴출을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으나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스터 벙글은 문제를 일으킨 뒤 람다무에서 퇴출되었으나 이내 똑같은 사용자가 닥터 제스트(Dr. Jest)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가상 처벌과 가상 징역형 선고와 같은 처벌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손쉽게 새로운 가상 신체를 생성할 수 있을 때 처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벌금형부터 징역형, 사형까지 현실 세계의 처벌을 원칙적으로 가상세계의 처벌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익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현실 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제대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상세계가 갈수록 인간의 삶의 중심이 되면서 가상세계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는 현재 가상세계 속 범죄에 적합한 처벌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리 체계와 법률 체계 모두 가상세계의 발전 상황을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종종 가상세계를 사용자의 행동이 문제 되지 않는 탈피주의 게임 환경으로 다루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 수십 년간 가상세계는 게임이라는 영역을 훨씬 넘어서 확장되면서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가상세계의 행동은 현실 세계의 행동만큼 의미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가상세계에서 발생하는 절도와 폭력과 같은 범죄는 현실 세계의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면서 실제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완벽하게 인지하려면, 가상 세계를 실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at Should Be Considered a Crime in the Metaverse?
메타버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멀티 유저 도메인(MUD)이 있었다. 1993년, MUD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가장 인기 있는 가상 세계였다. MUD는 그래픽이 없는 텍스트 기반 세계였다. 사용자는 텍스트 명령과 함께 수많은 방으로 향하면서 타인과 대화했다. 최고의 인기를 얻은 MUD 중 하나는 람다무(LambdaMOO)였다. 람다무의 레이아웃은 캘리포니아 호화 저택을 바탕으로 한다. 어느 날 저녁, 람다무 사용자가 거실에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때, 미스터 벙글(Mr. Bungle)이라는 사용자가 갑자기 ‘존이 빌을 퇴장시켰다’와 같은 텍스트를 생성하는 툴인 ‘저주 인형(voodoo doll)’을 배포한 탓에 다른 사용자가 이에 대응했다. 미스터 벙글은 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 두 명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와 폭력적 행위를 한 것처럼 드러나도록 했다. 많은 사용자가 두려워하면서 폭력 대상이 되었다고 느꼈다. 이튿날 가상 세계 속 문제 대응 방안을 두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관리 권한을 지닌 ‘마법사’가 미스터 벙글을 람다무에서 퇴출했다.
람다무에 접속한 거의 모든 사용자가 미스터 벙글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미스터 벙글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간혹 가상세계가 허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가상세계 속 경험은 폭력을 당했다는 짧은 이야기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여전히 매우 심각한 규정 위반 사항이지만, 현실 세계의 폭력과는 다른 유형의 폭력이다. 대다수 MUD 커뮤니티가 이해한 바는 아니었다. 테크 전문 기자 줄리안 딥벨(Julian Dibbell)은 당시 피해자 한 명의 회고 내용과 함께 MUD 커뮤니티 내 논의 사항을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몇 달이 지난 뒤 피해자는 자신이 외상 후 눈물이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는 표현과 함께 피해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현실 생활의 사실은 가상세계의 감정적 콘텐츠가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충분했다.
피해자의 경험은 가상세계의 현실주의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가상세계가 실제 현실이므로 가상세계의 일이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만큼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관점이다. MUD 내 폭력은 단순히 사용자가 거리를 둘 허구의 사건이 아니다. 실제 피해자에게 발생한 현실적인 가상 폭력이다.
미스터 벙글의 범죄가 현실 세계의 성폭력과 같은 수준으로 죄질이 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MUD 사용자가 가상 신체가 현실 세계의 신체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가상세계의 피해는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피해보다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가상세계의 신체 관계 발전이 이루어지는 현재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추세이다. 누군가가 장기적으로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자기 정체성을 대변하면서 앞으로 가상 신체가 단기적 텍스트 기반 환경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호주 철학자 제시카 올펜데일(Jessica Wolfendale)은 아바타 지지가 도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상 신체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언젠가는 가상 신체 폭력이 현실 세계의 신체를 공격한 폭력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미스터 벙글의 사건은 가상세계 관리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람다무는 1990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연구소(Xerox PARC)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파벨 커티스(Pavel Curtis)가 개발한 공간이다. 커티스는 람다무가 자신의 집과 같은 형태를 갖추도록 설계했으며, 초기에는 일종의 독재를 펼쳤다. 이후 소프트웨어 특수 통제 권한을 지닌 프로그래머인 ‘마법사’ 집단에 통제력을 건네주었다. 여기서 일종의 귀족 계층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미스터 벙글 사태 이후 마법사 집단은 람다무 운영 방식을 전부 단독 결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요한 문제를 투표하도록 사용자에게 권한을 주었다. 람다무는 현재 민주주의적인 형태로 관리된다. 마법사는 어느 정도 권한을 유지했으나 민주주의적인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어느 정도 의사 결정 권한을 다시 갖게 된다. 람다무 내 법령은 사실에 따라 민주주의 투표를 통해 비준한다. 그러나 변화가 어떠한 형태로든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람다무의 세계는 다른 형태의 정부를 통해 간편하면서도 공정하게 움직인다.
이 모든 사례는 가까운 가상세계의 중요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가상세계에서 사용자는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까? 가상세계 속 옳고 그름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상세계에 생성된 사회 속 정의는 무엇일까?
이미 존재하는 가상세계부터 살펴보자. 아마도 가장 간단한 사례는 1인용 비디오 게임일 것이다. 그 누구도 게임 속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윤리적 우려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1인용 비디오 게임 속에서도 간혹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철학자 모건 럭(Morgan Luck)은 2009년 작성한 ‘게이머의 딜레마(The Gamer’s Dilemma)’라는 글을 통해 대다수 사용자가 가상 살인(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을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상 소아성애는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관찰한다. 가상 성폭력 문제도 똑같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1982년 아타리 게임 커스터스 리벤지(Custer’s Revenge)에서 사물이 미국 원주민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대다수 사용자는 이 부분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과거의 사건은 철학적 난제를 나타낸다. 가상 살인과 가상 소아성애 간 윤리적 차이의 관련성은 무엇인가? 두 가지 행위 모두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만약, 가상 소아성애가 현실 세계에서의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면, 주된 피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세계 속 범죄 행위가 현실 세계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도덕적 이론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으로 행동하는 인간의 선과 악 측면에서 옳고 그름의 차이를 설명하는 가상 덕 윤리를 언급할 수 있다. 가상 소아성애를 일삼는 이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상 소아성애 자체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이다. 가상 성폭력과 고문, 인종차별도 똑같이 볼 수 있다. 2002년 출시된 게임인 ‘민족 청소(Ethnic Cleansing)’에 많은 이들이 비슷한 도덕적 반응을 보였다. 민족 청소는 백인 우월주의 세력인 게임 속 주인공이 다른 인종을 무차별적으로 죽인다. 반면, ‘일반적인’ 가상 살인이 도덕적 문제를 시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윤리적 문제는 매우 미묘한 문제이다.
포트나이트(Fortnite)와 같이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 환경과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 같은 완벽한 사회적 가상 세계로 문제를 옮겨서 보았을 때, 윤리적 문제가 몇 배 증가한다. 가상 세계가 단순히 게임이나 허구였다면, 가상세계의 윤리 문제는 게임이나 허구의 윤리로 국한될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면서 서로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가상세계에서 범한 것과 같은 잘못된 행동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상세계를 실제 현실로 보기 시작한다면, 가상세계의 윤리가 일반적인 윤리 원칙만큼 심각한 문제가 된다.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수많은 게임에서 악의적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기꺼이 다른 사용자를 괴롭히거나 가상세계에서 점유한 것을 탈취하면서 게임 세계에서 피해를 주거나 심지어 죽이기도 하는 악성 사용자이다. 악성 사용자의 행위는 다른 사용자의 게임 참여 경험을 방해하는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 타인의 점유물을 훔치는 행위가 현실 세계에서의 행위만큼 나쁜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대부분 게임 속 점유물은 현실 세계의 점유물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여전히 장기적인 게임과 게임 외 환경에서 점유물은 사용자에게 중요하며,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할 수도 있다. 2012년, 네덜란드 법원은 온라인 게임 룬스케이프에서 다른 10대 사용자의 가상 부적을 탈취한 10대 두 명을 대상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법원은 부적이 가상세계의 시간과 부적 확보를 위해 공들인 노력에 현실적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가상 물체가 단순한 허구라면, 가상 절도 행위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훔치는 것이 가능한가? 철학자 나단 윌드만(Nathan Wildman)과 닐 맥도넬(Neil McDonnell)은 실존하지 않는 사물 절도 행위를 가상 절도의 난제라고 칭했다. 가상 사물이 허구라고 보아 실제 탈취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가상 사물이 아닌 디지털 물체 탈취와 관련이 있다. 룬스케이프 사건에서 디지털 사물 탈취가 발생했으나 가상 물체 도난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가상 현실주의는 누군가의 현실과 가치 있는 가상 물체를 빼앗는다. 따라서 가상 절도는 가상 현실주의를 추가로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살인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가까운 가상세계에 실제 죽음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살인의 여지가 많지 않다. 사용자가 특정 발언으로 다른 사용자의 실제 신체에 심장마비를 유발하거나 현실 세계에서 자살하도록 자극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가상세계의 행동은 현실 세계의 행동만큼 도덕적으로 심각하다. 가상 살인 사건의 실제 사례가 부족하므로 가장 가까운 가상 살인은 아바타 죽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바타를 점유한 이를 죽이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특정 사용자가 가상세계에서 사라지도록 할 수 있다. 실제 살인보다는 정체가 사라지는 것과 더 비슷한 행동이 될 것이다. 아바타 죽이기는 적어도 재탄생이 온전한 기억을 지닌 인간이 온전히 성장할 때, 재탄생 이후의 살인과 더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페르소나 파괴와 비슷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아이언맨의 페르소나를 없애면서 토니 스타크의 페르소나는 그대로 살아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살인처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심각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가상세계의 잘못된 행위를 처벌할 방법은 없을까? 퇴출을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으나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스터 벙글은 문제를 일으킨 뒤 람다무에서 퇴출되었으나 이내 똑같은 사용자가 닥터 제스트(Dr. Jest)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가상 처벌과 가상 징역형 선고와 같은 처벌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손쉽게 새로운 가상 신체를 생성할 수 있을 때 처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벌금형부터 징역형, 사형까지 현실 세계의 처벌을 원칙적으로 가상세계의 처벌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익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현실 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제대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상세계가 갈수록 인간의 삶의 중심이 되면서 가상세계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는 현재 가상세계 속 범죄에 적합한 처벌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리 체계와 법률 체계 모두 가상세계의 발전 상황을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종종 가상세계를 사용자의 행동이 문제 되지 않는 탈피주의 게임 환경으로 다루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 수십 년간 가상세계는 게임이라는 영역을 훨씬 넘어서 확장되면서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가상세계의 행동은 현실 세계의 행동만큼 의미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가상세계에서 발생하는 절도와 폭력과 같은 범죄는 현실 세계의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면서 실제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완벽하게 인지하려면, 가상 세계를 실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at Should Be Considered a Crime in the Meta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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