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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데스 스트랜딩’은 고독한 현대인에 위안 주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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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데스 스트랜딩’은 고독한 현대인에 위안 주는 게임”
[인터뷰]잠입 액션 게임 '메탈기어' 시리즈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 감독
코지마 히데오 감독[사진=박준영/와이어드 코리아]
코지마 히데오 감독[사진=박준영/와이어드 코리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고독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이 데스 스트랜딩을 통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입 액션 게임의 대명사 '메탈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지난 11월 30일 한국을 찾았다. 코지마 감독은 자신의 신작 '데스 스트랜딩'의 발매를 기념해 전 세계 10개 도시를 돌며 게이머와 소통에 나섰다. 서울은 그의 월드 투어 마지막 방문지다.

지난 2015년 코나미를 퇴사한 이후 그의 첫 작품인 데스 스트랜딩은 파괴된 문명과 다가오는 절멸의 위협 속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세계를 연결하는 주인공 '샘 브리지스'의 여정을 그렸다.

주인공은 문명이 파괴된 세상에서 다양한 의뢰를 받아 물품을 운송함과 동시에 끊어져 있는 세계를 연결한다. 게임의 주요 콘텐츠가 '물품 배달'이란 점에서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은 데스 스트랜딩을 가리켜 '택배 온라인'이라고 부른다.

데스 스트랜딩에 비동기 온라인 요소를 채택한 것은 수없이 많이 연결된 인터넷 세상에서 쓸쓸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장치라고 코지마 감독은 설명했다.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안심되고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에서 이용자는 부서진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사다리나 앵커, 구조물 등을 필드에 설치할 수 있는데, 이것들이 서버에 업로드되면 다른 이용자의 월드에도 같은 위치에 구현된다. 이용자는 마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해당 설치물에 대해 '좋아요'를 눌러 서로에 대해 평가가 가능하다.

코지마 감독은 "회사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싫어요'는 넣고 싶지 않았다. 서로 좋은 점에 대해 좋다고 해주는 그런 세상의 따스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길을 가다 도로를 공사하는 분들을 보면 '저 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편하게 다닐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등 게임 안에서 연결된 유대를 통해 여러분이 살아가는 실생활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연결 관계를 한 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공식 홈페이지)
[사진=데스 스트랜딩 공식 홈페이지]


◆신규 IP를 이용한 새로운 도전… 외주 거의 없는 것도 코지마 프로덕션의 장점

새로운 지식재산권(IP) 답게 독특한 설정도 등장한다. 시체를 매개체로 등장해 인간을 습격하는 괴물 'BT', BT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갓난아기와 '오드라덱 센서'라는 기계에 연결한 장치 '브리짓 베이비(BB)', 시간의 흐름을 가속화하는 비가 내리는 '타임폴', 현실과 사후 세계 사이에 위치한 경계 공간 '해변' 등 전혀 다른 설정으로 이용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데스 스트랜딩의 기획을 처음 공유했을 때 개발사 코지마 프로덕션 팀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코지마 감독은 회상했다. 물건을 배달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인 게임성에 대해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과거 메탈기어를 처음 만들 때도 여타 슈팅 게임과 다른 '잠입'이란 콘텐츠를 스태프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완성된 뒤에는 함께 열심히 만들 수 있었다"며 "이번 작품 역시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형태가 어느 정도 완성된 뒤에는 모두 즐겁게 개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임과 동시에 AAA급 타이틀임에도 데스 스트랜딩의 개발은 상당히 빨리 완료됐다. 2015년 12월 16일에 회사를 세운 코지마 감독은 다음해 열린 국제 게임쇼 'e3 2016'에서 처음 데스 스트랜딩을 일반에 공개했으며, 3년여의 개발을 거쳐 지난 11월 8일 출시했다.

이처럼 빠른 개발에는 외주가 거의 없는 코지마 프로덕션 업무 방식 덕분이다. 대부분의 게임 회사에서는 영상 등 다른 분야와 관련된 콘텐츠는 전문 업체를 통해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지마 감독은 "게임 개발 과정 대부분을 코지마 프로덕션에서 전담한다. 모든 것을 총괄하므로 문제가 발생해도 빠르게 해결이 가능하다. 외주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이 없어 효율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데스 스트랜딩이 오픈 월드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 내에서 사람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도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노만 리더스가 연기한 주인공 '샘 브리지스(왼쪽)'와 레아 세이두가 맡은 프래자일.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공식 홈페이지)
데스 스트랜딩은 실제 배우들이 게임 속 장면을 연기하고, 이 데이터를 편집해 만들었다. 노만 리더스가 연기한 주인공 '샘 브리지스(왼쪽)'와 레아 세이두가 맡은 프래자일. [사진=데스 스트랜딩 공식 홈페이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감명 깊게 시청… 다음 작품은 공포 게임 만들고파

데스 스트랜딩에는 노만 리더스, 매즈 미켈슨, 레아 세이두, 린제이 와그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코지마 감독은 이들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 격차를 해소하고자 했다.

코지마 감독은 "주인공 샘을 연기한 노먼 리더스는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를 즐겨보는 10대 팬이 많다. 매즈 미켈슨은 30~40대 팬이, 린제이 와그너는 우리 시대의 스타여서 50~60대들이 좋아한다. 이러한 배우들을 통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소통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플레이가 아닌 따로 작업한 '영상'으로 진행되는 '컷신'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지마 감독. 데스 스트랜딩에도 그의 성향은 그대로 적용됐다. 유명 배우가 연기한 다양한 컷신을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데스 스트랜딩은 스토리 설정상 떨어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컷신으로 스토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족하진 않았고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필요한 만큼 컷신을 넣었다"며 "할리우드 스타들을 좋아하는 팬도 매번 샘의 등만 보며 게임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들의 표정과 연기를 보고 싶을 것 같아 이전보다 힘을 실어 컷신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우들이 단순한 연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한 덕분에 완성도가 높았다며 코지마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지시하긴 하지만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처음에는 몸에 센서를 부착한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에 배우들이 어색해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라며 안심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재미있었던 촬영장의 뒷이야기도 언급했다.

평소 영화광으로 유명한 코지마 감독. 그는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았다. 기생충은 세계적인 영화제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코지마 감독은 "올해만 300편 가까이 영화를 봤는데 그중에서 기생충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그쪽에서도 여러 영감을 얻었다"며 "오랫동안 배우 송강호의 팬이었고 10년 전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언젠가는 우리 게임에 반드시 섭외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데스 스트랜딩에 이은 차기작을 구상 중인 코지마 감독. 이번에는 무서운 공포 장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람들이 정말 무서워할 만한 공포물을 만들고 싶어요. 다만 게임이 아니라 영상물일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대 바랍니다.”

 

'데스 스트랜딩'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지마 히데오(왼쪽) 감독. [사진=박준영/와이어드 코리아]
'데스 스트랜딩'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지마 히데오(왼쪽) 감독. [사진=박준영/와이어드 코리아]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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