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로 전력을 공급받는 거대한 자동화 로봇이 오염 때문에 새까만 색을 띤 하늘 아래에서 똑같은 모습의 농지를 갈아엎는 모습을 상상해보아라. 농지에 일할 인간이 없어 기계가 살충제를 다량으로 살포한다. 기계가 성장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다량으로 수확하는 역할을 하지만, 식량 확보를 위해 생태계 희생이 불가피하다.
혹은 또 다른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겠다. 작은 로봇 여러 대가 좁은 영역에서 재배하는 다양한 작물의 모자이크병 피해에 대비한다. 로봇이 작업하는 환경은 나무와 개울가, 야생동물이 어우러진 자연 풍경이 펼쳐진 공간이다. 농지에 투입된 로봇은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을 받는다. 로봇이 생태계 조화를 돕는 덕분에 농약 사용은 옛날 일이 된 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며, 병충해와 잡초 피해도 예방한다. 푸른 하늘과 초록빛이 가득한 농지,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함께 완성된 미래의 에덴동산과 같은 모습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두 가지 세계 중,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가?
모두 우간다와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해 연구하는 독일 호펜하임대학교 농업경제학자인 토마스 다움(Thomas Daum) 박사가 상상한 미래이다. 2021년 7월, 다움 박사는 생물학 저널 ‘생태 및 진화 흐름(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앞서 언급한 생태학적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두 가지 전망을 설명한 심층 분석 논문을 게재했다. ‘농업4.0(Agriculture 4.0)’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농업 기술 혁신의 미래 구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움 박사는 농업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에 인류가 충분히 주목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며, “오늘날의 농업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파리협정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기후변화 완화 전략으로 현재의 식량 재배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충분하지 않다. 다움 박사는 “다른 모든 업계를 대대적으로 바꾸더라도 농업의 추세를 바꿀 수 없다면, 기후변화 문제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규모 농업용 로봇이 없더라도 대규모 농작 관행이 이미 환경 변화를 가져왔다. 버팔로대학교 소속 인류 환경 지리학 전문가인 에밀리 라이즈만(Emily Reisman) 박사는 “농업은 기본적으로 국제적으로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영구적으로 형성한다”라고 언급했다. 인류는 이미 병충해와 작물의 방제 목적으로 화학물질이 가득한 농약을 뿌린 것은 물론이고, 야생동물 멸종과 토양 오염을 초래하면서 식량을 생산할 깨끗한 토지를 없앴다.
기존의 여러 농업 기술을 결합하여 본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트랙터와 수확기, 작물 감시 드론과 같은 기계는 일반적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한다. 따라서 산업화된 농업 환경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매년 완벽한 상황에서 농작물 재배 도중 발생하는 변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단일 경작을 하는 동시에 모든 농작물이 풍년이 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그와 동시에 종종 제초와 살충, 살균을 통해 모든 농작물이 균일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한다. 로드아일랜드대학교 농생태학 교수인 패트릭 바우어(Patrick Baur) 교수는 농작물 재배 표준은 인간의 농업 기계화 필요성 때문에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바우어 교수는 “농업과 농업 생태계, 전체 수확 과정 모두 기계의 필요성을 충족하도록 구상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화된 농업에 일관적인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균형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동, 식물 종이 사라졌다. 생물 다양성은 수질을 보호하고 탄소를 공기 대신 토양에 가두면서 지구 기온을 조절하며,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곤충과 병충해를 줄이는 자연계 포식자가 존재하도록 한다. 바우어 교수는 “기계 때문에 곤충 종과 미생물군, 식물군, 동물의 다양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상당수 농업 기계가 사라져야 생태계를 최적화된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Unsplash]
그런데, 식량 생산 과정에 농업 기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경제 문제 때문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증가하면서 농업계에도 덩달아 더 많은 일순이 필요해졌다. 식량 가격이 이전보다 훨씬 더 저렴해지자 농민은 수확률이 증가해도 이전보다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으로 압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농장의 인건비를 줄이면서 업계의 수익을 높이고자 농민이 갈수록 기계에 눈을 돌려 수요와 수익 간의 격차를 좁힐 수 있게 되었다.
환경과 식량 수요 증가 추세 모두 조절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까다롭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기가 급부상하자 다움 박사는 농업 혁신만의 독특한 잠재적 능력이 기후변화를 다루고,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대신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보았다. 다움 박사는 “그동안 농지에 피해를 준 몇 가지 추세를 번복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다움 박사는 논문을 통해 기술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변경하는 대신 환경의 필요를 충족하도록 기술을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신러닝이 관리하는 스마트 로봇은 본질적으로 기능 수행과 생물 다양성에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간이 주변 환경을 평가하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인 융통성이 있는 사고를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은 이미 식량 부문에서 성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딸기 수확과 양상추 따기, 꽃 영양분 공급, 소 젖 짜기 작업 수행을 언급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보다 작업 효율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손으로 직접 작업할 때는 효율성이 없는 제초 작업과 같은 경제성이 없는 작업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 로봇이 제초 작업을 할 때는 화학 물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움 박사는 로봇이 농지 주변의 야생 관목이나 나무로 천연 울타리를 만들 수 있으나 일손이 많이 필요한 정원 가꾸기와 같은 작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 식물과 곤충, 야생동물의 대체 서식지 역할을 하면서 생물 다양성을 향상할 수 있다. 스마트 로봇은 같은 농지에 여러 종류의 작물을 심는 지속가능한 농작물 재배 방식인 사이짓기에 적합하다. 사이짓기는 토양의 영양분을 촉진하면서 병충해를 줄이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비싸면서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로봇을 보급하면, 자체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현재의 양상추 재배와 딸기 재배 로봇보다 더 똑똑한 로봇이 필요하다. 즉, 더 큰 비용을 투자해 농업용 로봇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라이즈만 박사는 첨단 농업 로봇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리와 리튬 등 광물을 채굴해 로봇을 제작하고, 클라우드 저장소에 의존하는 스마트 시스템의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또, 로봇 수명도 제한적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로봇 제거 과정에도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라이즈만 박사는 다움 박사의 생태학적 유토피아 전망이 실제로 인간 근로자의 디스토피아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이즈만 박사는 “노동 측면에서 유토피아를 전망하기 어렵다. 또, 인류가 농업 로봇이 식량을 공급하는 세계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하면서 노동 보상을 제대로 할 것인지도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잘해봐야 로봇 혁신은 필요성만큼 간단하게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수 농생태학 전문가가 이미 보여준 바와 같이 인간 노동력이 풍부한 소규모 농장의 생산성과 생물 다양성 모두 뛰어난 결과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이미 농업계와 테크 관련 업계에 존재하는 사회경제학적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물 채굴 악용과 AI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때문에 불공정한 근로 조건에 노출된 전 세계 저소득층 근로자,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노동자의 일자리 이동 문제 등을 언급할 수 있다.
다움 박사의 논문은 학계 논문 중에는 어느 정도 이례적이다. 과학공상과 같은 스토리텔링을 문학적 장치로 이용해, 가능한 제한점을 탐색한다. 또, 다움 박사의 동료 중 일부는 다움 박사가 논문으로 제시한 스토리텔링 기반 문제 접근방식을 미래의 모습을 대중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바우어 교수는 “다움 박사의 논문은 친환경 유토피아라는 미래로 향할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다움 박사의 논문이 마음에 들었다. 간결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위험 사항을 직접 없애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소속 전직 사회과학자이자 현 화학자인 이라 브레넛(Ira Bennett)은 은 비슷한 기법을 이용해 연구실을 넘어선 농사 현장에서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다. 브레넛 박사는 참석자가 미래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기후 관리와 정책, 자원 할당 등 복잡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브레넛 박사는 “탐험을 하지 않은 미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과학 공상은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라며, 환경 운동가, 농부, 농장 근로자, 로봇 제작자, 기술 개발자, 식량을 소비하는 개인 등 많은 사람의 대화 참여를 위해 과학 공상 스토리텔링을 추가하면, 접근성을 추가할 방식이라고 말한다. 브레넛 박사는 AI 기반 광범위한 접근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가 보게 될 미래의 모습을 결정 짓는 것이다.
즉, 브레넛 박사는 다움 박사의 논문이 미래 농업 환경의 모습 논의를 위한 좋은 시작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다음 단계의 계획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 학술 논문으로 게재돼, 농업 유토피아라는 개념을 실제 농업 종사자와 다른 생각을 지닌 채로 볼 수도 있는 학자만 논문을 읽게 될 확률이 높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브레넛 박사는 “1만 에이커 넓이의 농지에서 밀을 재배하는 농부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농부 대신 밀을 재배하는 기계를 활용하며, 부셀당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세계이다”라고 설명했다. 브레넛 박사는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 대규모 농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에서는 소형 로봇 여러 대가 농지 주변에 상징처럼 배치된 추세라는 평화로운 전망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만, 다움 박사는 자신의 유토피아 버전의 몇 가지 요소는 대규모 로봇의 높은 수확률 유지에 필요한 산업화된 농지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다움 박사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금 농업 기술과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가 다움 박사의 논문에 제시된 디스토피아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류는 이미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의 농업 방식을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기회가 있다. 사회적으로 인류에게 미래의 모습을 안내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사진=Unsplash]](/news/photo/202108/3342_4424_175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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