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인대 문제로 결론 내렸고 약을 처방해줬다. 서울에 올라와 약을 더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보자는 말이 나왔다. 결과는 역시나 인대 문제. 돈만 두 번 들어간 셈이다.
이런 일은 의료 기록이 개별 병원, 약국, 보험사별로 따로 관리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병원을 옮기면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고 기존에 먹던 약을 다른 의사에게 처방받기 위해서는 따로 알려야 한다. 정보가 하나로 통합되면 얼마나 편해질까.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지만, 여러 이슈로 실현되지 못했다.
메디블록의 출발도 이 지점에 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이 의료정보기록의 무결성을 증명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은솔 대표와 고우균 대표는 아이디어를 모아 2017년 12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자금모집(ICO)을 성공시켰다. 이후 자체 메인넷 '패너시어'와 블록체인 기반 실손보험청구서비스 '메디패스'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병원용 전자건강기록(EHR) '닥터팔레트'도 선보였다.
메디블록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고 있기도 하다. 빌 게이츠가 이끄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이 KT와 주도하는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에 참여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의료의 만남
메디블록 두 대표가 '의료관리 블록체인'으로 아이디어를 모은 건 어찌보면 필연적이다. 이 대표와 고 대표는 프로그래밍과 의료계를 모두 경험한 이력이 있다.
영상의학과 의사 출신인 이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의대에 재학할 때에도 프로그래밍이 좋아 넥슨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다. 고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그만두고 치의대에 진학, 치과의사로 일한 바 있다.
메디블록은 초기부터 세간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의료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세계적으로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체 메인넷 패너시어를 두고 "의료정보에 최적화된 블록체인"이라고 소개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을 가진 패너시어는 데이터 진본을 증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대표는 "패너시어를 이용하면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보관, 이용, 업데이트,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패너시어는 메디패스에 적용돼 있다.
"의료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 영역이에요. 지금은 보험사에서 개인에게 종이 문서를 발급해주면 개인이 양식을 채워 다시 보험사에 제출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험 서류를 위조해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브로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앞으로 이런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에 저장하고 보험사에 전달하게 된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데이터는 어떤 식으로든 위조나 변조가 가능하니까요."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디패스는 의료기관이 개인에게 전자문서를 전달할 때 패너시어에 해시값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보험사는 개인에게 받은 데이터와 해시값이 블록체인에 있는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블록체인에는 수정 이력, 삭제 이력이 전부 기록되기 때문에 패너시어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입증할 수 있다.
패너시어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이 이끄는 차세대 방역 연구에도 쓰인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번만큼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진행되는 연구다. 메디블록은 패너시어를 토대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연구에서 메디블록은 여러 기관과 개인 데이터 교류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신원인증, 데이터 인증 모듈,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된 역동적 동의체계 시스템을 맡았는데 여기에 패너시어가 사용되며 블록체인 기반 보상 시스템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데이터 관리, 왜 중요할까?
메디블록은 환자의 의료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걸 목표로 한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본인의 건강 정보를 기록해두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질환에 걸리는 걸 예방하거나 본인에게 적합한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찾고, 해외에서도 기록을 바탕으로 연속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의료 데이터 관리다. 이전에는 헬스케어 분야에 데이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잘 쓰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메디블록은 의료 데이터를 활용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 대표는 당뇨병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는 1달에 1번씩 의료기관에 방문합니다. 1달에 1번 피검사를 한 것만 가지고 다음 약의 용량을 결정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사실 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피를 측정하고 있거든요. 그런걸 모두 고려해 결정하면 좋은데,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의료기관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만약 병원과 개인이 연결이 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개인 입장에서도 보다 완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에서도 더 완전한 진료를 할 수 있겠죠."
당뇨병 환자가 매일 측정한 데이터가 그대로 의료진에 전달된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다음 약의 용량을 결정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기관과 개인이 서로 정보를 잘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환자가 처방전을 발급받아도 약국에 제출하면 그냥 없어지거나 종이 형태라 찾아보고 싶을 때 보는 게 쉽지 않았다"며 "만약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본인이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알기도 쉽고 이름은 다 다르지만 먹는 약이 같은 성분이었다든지 이런 정보를 알기 쉽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맞춤 의학'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걸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질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의료 시스템은 어떻게 변할까?
이 대표는 의료기관 외부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운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의료 시스템과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이다.
이 대표는 과거 한 매체의 기고문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의료 시스템이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때는 환자가 선별진료소에 와 종이에 이런저런 문진을 작성하고, 그걸 의료진에 전달했다. 그럼 의료진이 그걸 바탕으로 컴퓨터에 환자 정보를 입력하는 시스템이었다. 접촉이 적기는 하지만 어쨌든 종이 등이 오가며 접촉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환자가 스마트폰에 자기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코로나19 관련 문진을 다 하고 외국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증상이 있는지 체크하고 그 데이터를 전송한다면 의료진과 환자의 접촉을 더 줄일 수 있을 거에요."
현재 우리나라에 쓰이는 의료 기록은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이라고 말한다. EMR은 의료기관 내부에서 주로 쓰인다. 하지만 EHR은 외부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어, 전염병 관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만성병 관리나 평소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감염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생기기도 한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만 봐도 그렇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도 의료기관과 국가가 상호운용성이 가능한 EHR을 일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의료 기록이 개별 병원, 약국, 보험사별로 따로 관리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병원을 옮기면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고 기존에 먹던 약을 다른 의사에게 처방받기 위해서는 따로 알려야 한다. 정보가 하나로 통합되면 얼마나 편해질까.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지만, 여러 이슈로 실현되지 못했다.
메디블록의 출발도 이 지점에 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이 의료정보기록의 무결성을 증명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은솔 대표와 고우균 대표는 아이디어를 모아 2017년 12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자금모집(ICO)을 성공시켰다. 이후 자체 메인넷 '패너시어'와 블록체인 기반 실손보험청구서비스 '메디패스'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병원용 전자건강기록(EHR) '닥터팔레트'도 선보였다.
메디블록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고 있기도 하다. 빌 게이츠가 이끄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이 KT와 주도하는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에 참여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의료의 만남
메디블록 두 대표가 '의료관리 블록체인'으로 아이디어를 모은 건 어찌보면 필연적이다. 이 대표와 고 대표는 프로그래밍과 의료계를 모두 경험한 이력이 있다.
영상의학과 의사 출신인 이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의대에 재학할 때에도 프로그래밍이 좋아 넥슨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다. 고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그만두고 치의대에 진학, 치과의사로 일한 바 있다.
메디블록은 초기부터 세간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의료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세계적으로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체 메인넷 패너시어를 두고 "의료정보에 최적화된 블록체인"이라고 소개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을 가진 패너시어는 데이터 진본을 증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대표는 "패너시어를 이용하면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보관, 이용, 업데이트,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패너시어는 메디패스에 적용돼 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디패스는 의료기관이 개인에게 전자문서를 전달할 때 패너시어에 해시값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보험사는 개인에게 받은 데이터와 해시값이 블록체인에 있는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블록체인에는 수정 이력, 삭제 이력이 전부 기록되기 때문에 패너시어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입증할 수 있다.
패너시어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이 이끄는 차세대 방역 연구에도 쓰인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번만큼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진행되는 연구다. 메디블록은 패너시어를 토대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연구에서 메디블록은 여러 기관과 개인 데이터 교류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신원인증, 데이터 인증 모듈,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된 역동적 동의체계 시스템을 맡았는데 여기에 패너시어가 사용되며 블록체인 기반 보상 시스템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데이터 관리, 왜 중요할까?
메디블록은 환자의 의료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걸 목표로 한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본인의 건강 정보를 기록해두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질환에 걸리는 걸 예방하거나 본인에게 적합한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찾고, 해외에서도 기록을 바탕으로 연속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의료 데이터 관리다. 이전에는 헬스케어 분야에 데이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잘 쓰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메디블록은 의료 데이터를 활용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 대표는 당뇨병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는 1달에 1번씩 의료기관에 방문합니다. 1달에 1번 피검사를 한 것만 가지고 다음 약의 용량을 결정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사실 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피를 측정하고 있거든요. 그런걸 모두 고려해 결정하면 좋은데,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의료기관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만약 병원과 개인이 연결이 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개인 입장에서도 보다 완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에서도 더 완전한 진료를 할 수 있겠죠."
당뇨병 환자가 매일 측정한 데이터가 그대로 의료진에 전달된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다음 약의 용량을 결정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기관과 개인이 서로 정보를 잘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환자가 처방전을 발급받아도 약국에 제출하면 그냥 없어지거나 종이 형태라 찾아보고 싶을 때 보는 게 쉽지 않았다"며 "만약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본인이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알기도 쉽고 이름은 다 다르지만 먹는 약이 같은 성분이었다든지 이런 정보를 알기 쉽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맞춤 의학'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걸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질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의료 시스템은 어떻게 변할까?
이 대표는 의료기관 외부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운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의료 시스템과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이다.
이 대표는 과거 한 매체의 기고문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의료 시스템이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때는 환자가 선별진료소에 와 종이에 이런저런 문진을 작성하고, 그걸 의료진에 전달했다. 그럼 의료진이 그걸 바탕으로 컴퓨터에 환자 정보를 입력하는 시스템이었다. 접촉이 적기는 하지만 어쨌든 종이 등이 오가며 접촉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환자가 스마트폰에 자기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코로나19 관련 문진을 다 하고 외국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증상이 있는지 체크하고 그 데이터를 전송한다면 의료진과 환자의 접촉을 더 줄일 수 있을 거에요."
현재 우리나라에 쓰이는 의료 기록은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이라고 말한다. EMR은 의료기관 내부에서 주로 쓰인다. 하지만 EHR은 외부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어, 전염병 관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만성병 관리나 평소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감염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생기기도 한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만 봐도 그렇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도 의료기관과 국가가 상호운용성이 가능한 EHR을 일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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