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일이었다."
민주노총이 1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염병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콜센터의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을 비롯해 SH공사,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예고된 인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까지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0명. 특히 가족 접촉자를 제외한 확진자 77명은 모두 같은 회사 직원이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집단감염 부추겨"
심 지부장은 콜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전염병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화에 소음이 섞이지 않도록 문과 창문을 닫아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는 데다 한 공간에 많게는 수백명이 모여서 일하다 보니 전염병이 빨리 퍼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그는 "콜센터는 재택근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전염병 매뉴얼도 없다"며 "개인 위생관리에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콜센터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 없다. 심 지부장은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마스크가 침으로 범벅이 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고객 불만도 높아진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환경도 집단감염을 부추겼다. 구로 콜센터 첫 번째 확진자는 오후 4시에 신체 이상을 발견했지만 6시까지 근무했다. SH 콜센터 관계자는 "아마 확진자는 퇴근하고 싶어도 퇴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콜센터는 매일 목표로 하는 업무량이 있는데, 그 목표를 채우지 못했거나 전화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면 퇴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콜센터는 스케줄 근무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정확한 인원이 출근해야 한다"며 "전날이나 당일에 연차를 신청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정한 날에만 연차를 사용해야 하며, 병가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빨리 퍼졌다는 설명이다. SH 콜센터 관계자는 "민간 콜센터의 경우 실적이 중요한데, 실적에 연차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콜센터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콜센터는 대부분 원청과 계약해 일하는 도급업체 형태인데, 콜센터 업체는 재계약을 따내기 위해 군말 없이 원청이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밀집사업장 감염관리 가이드라인 제시… 콜센터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해"
콜센터 관계자들은 사업 특성에 잘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날 콜센터 등 밀집사업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험 사업장 공통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재택·유연·온라인 활용 근무 권고 △출·퇴근 및 점심시간 조정 △사무실 좌석 간격 조정 △1일 2회 발열·호흡기 증상 확인 △코로나19 유증상자 출근 중단 및 업무 배제 △종사자·방문자 목록관리 △손 소독제 비치 △주기적 환경소독·환기 △감염관리 전담직원 지정 등이 담길 예정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표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지침을 조정하는 부분이 따로 필요하다"며 "영업정지 등 강제조치 여부도 소관 부처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콜센터는 대부분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첫 번째로 비용 문제 때문에 원청에서 전산 시스템을 재택근무에 맞게 구성해주지 않을 것 같고, 두 번째로 개인정보를 상담원이 집에서 다룬다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대부분의 콜센터가 직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상담하는 구조"라며 "공간을 확보해 일렬로 근무를 하거나 외부 공기가 순환하도록 가끔 문을 열어놓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빈자리를 꽤 유지하는 콜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곳을 최대한 활용해 공간을 넓히는 게 당장 현장에 반영할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심 지부장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음 전염병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지부장은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를 떠올리며 "당시 회사는 증상이 나타나면 퇴근이 아니라 휴게실에서 1시간가량 쉬고 올 것을 요구했다"며 "그마저도 휴식했던 시간을 실적으로 복구해야 하는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같은 예고된 인재에 대해서 원청과 하청 모두 책임감을 갖고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1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염병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콜센터의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을 비롯해 SH공사,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예고된 인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까지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0명. 특히 가족 접촉자를 제외한 확진자 77명은 모두 같은 회사 직원이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집단감염 부추겨"
심 지부장은 콜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전염병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화에 소음이 섞이지 않도록 문과 창문을 닫아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는 데다 한 공간에 많게는 수백명이 모여서 일하다 보니 전염병이 빨리 퍼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그는 "콜센터는 재택근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전염병 매뉴얼도 없다"며 "개인 위생관리에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콜센터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 없다. 심 지부장은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마스크가 침으로 범벅이 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고객 불만도 높아진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콜센터는 스케줄 근무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정확한 인원이 출근해야 한다"며 "전날이나 당일에 연차를 신청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정한 날에만 연차를 사용해야 하며, 병가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빨리 퍼졌다는 설명이다. SH 콜센터 관계자는 "민간 콜센터의 경우 실적이 중요한데, 실적에 연차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콜센터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콜센터는 대부분 원청과 계약해 일하는 도급업체 형태인데, 콜센터 업체는 재계약을 따내기 위해 군말 없이 원청이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밀집사업장 감염관리 가이드라인 제시… 콜센터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해"
콜센터 관계자들은 사업 특성에 잘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날 콜센터 등 밀집사업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험 사업장 공통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재택·유연·온라인 활용 근무 권고 △출·퇴근 및 점심시간 조정 △사무실 좌석 간격 조정 △1일 2회 발열·호흡기 증상 확인 △코로나19 유증상자 출근 중단 및 업무 배제 △종사자·방문자 목록관리 △손 소독제 비치 △주기적 환경소독·환기 △감염관리 전담직원 지정 등이 담길 예정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표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지침을 조정하는 부분이 따로 필요하다"며 "영업정지 등 강제조치 여부도 소관 부처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콜센터는 대부분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첫 번째로 비용 문제 때문에 원청에서 전산 시스템을 재택근무에 맞게 구성해주지 않을 것 같고, 두 번째로 개인정보를 상담원이 집에서 다룬다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대부분의 콜센터가 직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상담하는 구조"라며 "공간을 확보해 일렬로 근무를 하거나 외부 공기가 순환하도록 가끔 문을 열어놓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빈자리를 꽤 유지하는 콜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곳을 최대한 활용해 공간을 넓히는 게 당장 현장에 반영할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심 지부장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음 전염병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지부장은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를 떠올리며 "당시 회사는 증상이 나타나면 퇴근이 아니라 휴게실에서 1시간가량 쉬고 올 것을 요구했다"며 "그마저도 휴식했던 시간을 실적으로 복구해야 하는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같은 예고된 인재에 대해서 원청과 하청 모두 책임감을 갖고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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