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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 부추기는 정보통제, 그리고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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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 부추기는 정보통제, 그리고 가짜뉴스
과도한 검열에 따른 관련 루머 번지며 과민 반응도 뒤따라

중국인은 물론이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관련 소식을 예의 주시 중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견된 시점은 각각 12월 1일, 1월 20일이다.

우한의 정부 관료들은 설 연휴 시기인 1월 24일 전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이 통제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 알린 인물은 34세 안과의사 리원량이다. 공안당국은 1월 3일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는 혐의로 리원량을 소환했다.

경찰이 그에게 건넨 훈계서에는 그가 ‘2019년 12월 30일 의과대학 동기 7명에게 화난(華南) 수산시장 환자 7명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메시지를 위챗 단체 대화방에 유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국 공안국은 메시지 내용이 순식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가자 리원량을 소환했다. 리원량은 공안국 관계자로부터 “유언비어 유포를 중단하지 않을 시 법적 제재를 받는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했다.

이미 1월 초부터 우한을 중심으로 발생한 허베이성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투명한 공개보다 SNS 검열과 통제를 통해 당의 노선과 다른 목소리를 억누르는 데 힘을 쏟았다.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는 루머를 양산했다. 도시들이 곧 폐쇄하고, 야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BETSY JOLES/WIREDUK]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는 루머를 양산했다. 도시들이 곧 폐쇄하고, 야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BETSY JOLES/WIREDUK]

베이징에서 공부를 하는 장칭(Zhang Quing)은 “중국 정부는 국민들을 위협하고 겁을 주는 데 일가견이 있다”며 “사람들은 코로나19 발발 초기 몇 주간 정부 당국의 대응에 몹시 분개한다”고 말했다. 공산당이 이미 사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1월 20일을 분기점으로 정부 당국 차원에서 대응이 확연히 달라졌다. 공무원이 전염병 확산 방지 작업에 투입됐고 언론도 그제야 우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20일 일까? 1월 20일은 시진핑 주석이 “우한에서 비롯한 병을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우한에서 비롯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첫 발병이 12월 초에 확인됐으니 두 달이 채 안돼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18년 전 발생했던 사스와 공통점이 있다. 두 사태 모두 중국에서 처음 발병했고, 야생동물 섭식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다. 중국 정부의 늑장 대응 또한 당시와 유사하다.

2002년 11월 16일 광둥성에서 사스가 발병했지만, 이 전염병이 처음 중국 언론에 보도된 건 45일 뒤였다. 중국 정부가 사스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도 발병 5개월 만인 2003년 4월 10일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2002~2003년 당시 원인을 알기 어려운 전염병에 적극 대응할 경우 당의 권위가 실추되고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 발병에 관해 늑장 대응을 한 또 다른 이유는 공산당의 승진 시스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산당 관료들은 임기 중 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진급하는 구조이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병을 인정하면 진급 누락이라는 불이익이 있기에 전염병을 은폐할 여지가 높은 셈이다.


사회주의 체제 내 생산직 근무자로 활동하며 국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자란 지금의 중국 노년층들은 자녀의 말보다 오히려 정부의 말을 신뢰했다.

한편 리원량은 1월 8일 환자들을 돌보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2월 7일 숨졌다.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19를 경고했던 리원량이 숨지자, 중국인들의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공산당은 정부 당국이나 정부 당국의 정보 통제에 대한 비판, 리원량의 죽음을 추모하는 SNS 게시물을 검열하고 삭제하는 중이다.

반대로 한국은 각종 매체서 쏟아내는 뉴스와 SNS 상 루머로 인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관련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제보가 보건당국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던 수원 거주 40대 남성이 13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언론 속도가 그 예이다. 검사 결과 해당 남성은 코로나19 ‘음성’으로 판명됐고 평소 뇌졸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뇌졸중 사망 사례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2일 새벽 2시쯤 서울 구로경찰서 산하 가리봉파출소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방문함에 따라 오후 5시까지 파출소 운영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허위 정보가 부른 과잉 반응은 상당수가 괴담이거나 검증 안된 소식일 수 있다. '병원을 찾지말고 신고 부터 하자'는 정부 캠페인 보다는 자극적인 뉴스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일부 언론도 이를 조장하고 있다. 혐오·증오·공포·불신을 부르는 것이 코로나19의 또다른 부작용이 아닐까.
   

와이어드 코리아=문재호 기자 jmoon@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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