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2020'(MWC2020)이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취소됐다. MWC는 국제가전박람회(IFA),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더불어 세계 3대 IT행사로 꼽힌다.
MWC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적인 우려가 있어 행사 개최가 불가능하다"며 "GSMA와 개최 도시 당사자들은 MWC2021과 이후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주된 전파경로는 비말(침방울) 및 호흡기 분비물과의 접촉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날아간 비말이 다른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코·입 등을 만질 때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해 전염된다.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 오래 있을수록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 우한시에서는 3~4차 감염도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GSMA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GSMA는 지난 9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부터 관람객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GSMA가 내놓은 추가 조치에 행사 개최 14일 이전 중국에 있었던 관람객은 입장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추가되며, 업계에 행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MWC는 중국인 관람객이 많이 찾는 국제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는 MWC 예상 관람객 총 11만명 가운데 3만명 가량이 중국인일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올해 참여하는 업체 2400곳 중 220여곳이 중국 기업이다. MWC 주요 파트너사에 화웨이, ZTE, 로욜, 차이나유니콤 등 대표적인 중국 기업도 포함됐다.
코로나19가 확산 우려가 커지며 많은 글로벌 기업이 MWC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5일 LG전자는 MWC 참가업체 중 최초로 전시 참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시 LG전자는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우선시해 MWC 참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MWC에서 새 스마트폰인 ‘V60 씽큐’와 ‘G9 씽큐’ 등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추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동향 등을 감안해 신제품 공개 행사를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스웨덴 모바일 기업 에릭슨과 글로벌 GPU 기업 엔비디아도 불참을 선언했다. 아마존, 소니, AT&T, 페이스북 등 굵직한 기업들이 철수 의사를 밝히며 MWC가 흔들렸다. 중국 모바일 기업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로욜은 참가 자체를 취소했으며 ZTE는 계획했던 신작 발표 미디어 행사를 취소했다. 화웨이는 MWC 미디어 일정과 전시 일정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는 이번 MWC 취소로 통신업계가 타격을 입을 거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그동안 MWC에서 대표 미팅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알려왔다. 올해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MWC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올 여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맞춰 5G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AT&T는 MWC 키노트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5G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했다.
MWC 취소는 스타트업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매년 MWC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알리는 '4YFN' 행사에 많은 비중을 실어왔다. 4YFN은 스타트업에게는 단순히 관람객에제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정치인과 글로벌 대기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꼽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