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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다리,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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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다리,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는?
강철 구조물은 생각보다 튼튼하지 않다. 게다가 컨테이너 선박의 강력한 무게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By CHRIS BARANIUK, WIRED US

2024년 3월 26일 새벽 1시를 넘긴 시각에 컨테이너 선박 대기업 MV Dali가 볼티모어 항만을 조심히 지날 당시 사고가 발생했다. 갑자기 길이 300m인 선박의 조명 모두 꺼졌다. 이내 무언가에 충돌하다가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패탭스고강을 따라 강철 및 콘크리트 소재로 설치된 긴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트러스 다리의 거대한 철탑과 같은 구조물을 지탱한 곳을 향해 이동했다.

선박 조명이 잠시 꺼진 뒤 충돌이 발생했다. 선박이 트러스 교량 핵심 부분과 충돌하여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주요 교량 부문의 거대한 영역이 순식간에 분해되어 강으로 추락했다. 약 20초 사이에 다리가 붕괴되었다.

사고 후 미국 주요 항구인 볼티모어항이 엉망이 되었으며, 붕괴 당시 다리에서 근무 중이던 근로자 몇 명이 실종되었다. 구조 작전이 진행되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티모어 항구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를 끔찍한 사고라고 칭했다. 선박 교통은 사고 지점의 한쪽만 이동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으며, 볼티모어 일대 주요 도로가 막혔다.

영국 시민엔지니어연구소(Institution of Civil Engineers) 특별 고문이자 다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나이트(David Knight)는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사고는 “절대로 발생 소식을 접하지 않기를 바랄 정도의 끔찍한 사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붕괴 당시 영상을 보면서 붕괴 방식 자체는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형 강철 구조물은 튼튼해 보이지만, 나이트는 강철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크기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가볍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압력을 가한 채로 잘못된 방식으로 밀거나 당기면, 순식간에 종이처럼 접힐 수 있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높이 366m 트러스로 구성된 미결합 교량이다. (트러스 다리는 철재를 사용하여 삼각형 형태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무게를 지탱한다.) 중앙 트러스는 경간(span)이라고 칭하는 수평 구간 세 곳으로 구성되었으며, 그중 두 구간이 물 위에서 교량을 지탱한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전 세계 트러스 다리 구조물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다리였다.

나이트는 “무게를 지지하는 구간을 제거하면, 교량 전체의 튼튼함이 사라진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상황처럼 경간 세 군데 모두 교량이 약해지면서 무너진다”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경간 사이를 잇는 구조물은 그대로 남는다. 나이트의 설명 중 교량의 구조 문제를 시사하는 내용에 즉시 주목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업 하디스티&하노버(Hardesty & Hanover)는 와이어드에 2019년,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감찰을 수행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후 추가 감찰이 진행되었으나 구조물 상태와 관련된 추가 상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와이어드는 하디스티&하노버에 추가 의견 공개를 요청했다. 2023년 6월, 미국 연방고속도로국(US 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은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안전 상태가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나이트는 컨테이너 선박 충돌로 즉시 가해진 힘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완벽히 멈추려면,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하다. (선박이 멈추려면 최대 몇 분이 걸릴 수도 있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1977년에 완공되었다. 지난 수십 년간 교량 엔지니어는 다리가 비슷한 지점에 건설될 때 선박 충돌로 발생할 수도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수준의 통합 방어력을 갖춘다. 수리적 장벽과 다리 지지 기반 주변의 추가 콘크리트 등을 그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다리의 충돌 방어 작업을 추가로 완료해도 거대한 충돌 발생 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은 남아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15년, 싱가포르에서 완공된 사고 선박의 조명이 갑자기 꺼진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노스캐롤라이나 캠벨대학교 해양 역사학자 겸 유튜버인 살바토르 메르코그리아노(Salvatore Mercogliano)는 “선박의 불이 꺼진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임을 암시한다”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항구 안팎에서 해양의 특정 구간 항해 보조를 위해 볼티모어에서 도선사 두 명이 선박에 탑승했다. MV Dali는 자동 선박 식별장치(AIS)를 통해 선박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사고 당시 선박 이동 속도는 8.5노트 이상이었다. AIS 데이터 기록에 따르면, 충돌 직전 선박의 이동 속도는 약 6노트로 줄어들었다.

도선사와 선원 모두 구조 신호를 보냈다. 사고 선박 관리 기업인 시너지 그룹(Synergy Group)은 27일(현지 시각) 기준 부상자 한 명이라고 발표했다.

ABC뉴스는 사고 선박이 신속하게 조난 신호를 보내 교통 당국에 충돌 발생 위험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ABC 뉴스는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의 보고서를 인용, MV Dali가 추진력을 잃어 선원이 선박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웨스 무어(Wes Moore) 메릴랜드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 당시 조난 신호 덕분에 당국이 교량 흐름이나 교통 통제에 나서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메르코그리아노는 사고 선박과 비슷한 크기의 선박이 신속하게 경로를 변경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갑판에서 갑자기 연기가 나는 영상은 엔진 활동 변화와 관련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고에서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선박이 교량의 핵심 지지 구간 중 한 곳과 충돌한 점을 통해 경로를 이탈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 경로 이탈 원인을 파악할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고 여파를 담은 사진 여러 장을 통해 선박 앞부분이 교량의 붕괴된 부분 아래로 가라앉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에서 선박 앵커 체인(anchor chain)이 보인다는 점은 앵커의 특정 부분이 하락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충돌 전후 상황은 확실히 알 수 없다. 앵커 체인은 비스듬한 모습으로 보였다. 메르코그리아노는 이를 충돌 직전 앵커 체인이 떨어지고, 일시적으로 선박을 끌어당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런던 법무법인 쿼드란트 체임버스(Quadrant Chambers)의 제임스 터너(James Turner) 변호사는 선박 충돌 사건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터너 변호사는 볼티모어 사고 선박과 같은 상업용 선박에 탑재된 시스템 중 충돌을 막을 시스템은 없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선원은 선박 레이더와 AIS, 시각 관측 정보 등을 통해 충돌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상업용 선박에도 종종 사고 후 조사 시 핵심 정보 출처가 되는 다리 데이터와 오디오 녹음 데이터가 있다. 터너 변호사는 “선장이 버튼을 누른다면, 엔진과 핸들 등 선박 여러 부분의 데이터는 물론이고, 마지막 두 시간 분량의 오디오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라며, “요청에 따라 선박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터너 변호사는 AIS로 기록한 사고 당시 선박 속도의 정확도가 99.9%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고 대응 담당 인력은 추락한 교량 생존자 위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두 명이 구조되었으며, 생존자 한 명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사고 당시 교량 위에 있던 건설 근로자 6명은 아직 실종 상태이다.

볼티모어항의 교량 붕괴 사고는 파나마 운하 가뭄 피해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지난 몇 달 동안 홍해에서 선박 여러 척이 피해를 보는 등 선박 업계에는 힘겨운 시기에 발생했다. 30여 년 전 발생한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에버 기븐(Ever Given) 사고도 비교적 최근 발생한 사고로 기억되었다.

볼티모어항 관계자는 항구 내 도로 차량 통행을 유지하는 등 항구 전체를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고수했다. 그러나 추가 공식 성명 발표 시점까지 항구 일대의 선박 통행은 모두 중단된다. AIS 데이터를 통해 볼티모어항 바깥 앵커에 상용화 선박 10여 대가 교량 붕괴와 선박 사고 때문에 진입이 차단된 상태로 바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육군 공병대(US Army Corps of Engineers)가 교량에서 붕괴된 강철 구조물을 모두 제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강으로 추락한 구조물은 선박 통과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메르코그리아노는 “사고 다음 날 볼티모어항에 있는 선박 종류 무엇이든 모두 이동이 통제되었다”라며, 볼티모어가 차량 인도, 석탄 수출 측면에서 중요한 항구라고 언급했다.

메르코그리아노는 전반적으로 바다 상황이 안전하지만, 무역량과 속도 모두 사고 발생 시 유독 심각한 여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물류 이동 속도가 더 빠르다. 사고 여파로 회복해야 할 손실은 매우 적다”라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제 여파는 문제 자체보다 훨씬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the Baltimore Bridge Collapsed So Quic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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