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GGIE CHEN, WIRED UK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크런치 칩을 간식거리로 조금 집어 먹거나 큰 그릇에 담긴 스튜를 후루룩 마신 뒤 만족감을 느끼고 멍한 상태로 소파에 누워있는다. 그러나 이후 별도로 식사 시간을 끊임없이 우려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을 생각할 수도 있다. 간혹 먹는 것에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소화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음식을 몇 번 먹은 뒤 설사나 구토가 시작된다. 혹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변비와 소화불량, 오래 이어지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소화 기관의 문제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일종의 소화기계 질환을 앓고 있는 미국 인구는 6,000만~7,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불편한 부분으로 섭취한 음식이 위를 통해 이동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린 위마비증(gastroparesis)을 언급할 수 있다. 미국 인구 중 위마비증을 앓는 이의 비율은 2% 미만이며, 그 증상은 식욕 저하, 설사, 구토 등 심각하다. 대다수 환자가 위마비증 증상 호전을 위해 일종의 식욕 억제제를 처방받는다. 그러나 심각한 상황이라면, 튜브 주입, 기구 삽입, 수술 등 외부 요소 개입 치료가 필요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내분비학자인 서닐 코리와드(Suneil Koliwad) 박사는 “효과가 훌륭한 치료법이 없는 질병에 매우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MIT 연구팀은 위마비증 환자의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연구해 왔다. 결국, 삼키면 위를 통해 전기 펄스를 보내 섭취한 음식이 소화 기관을 이동하도록 하는 작은 알약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알약이 식욕 상승과 설사 감소가 가능한 호르몬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알약이 언젠가 외부 개입 요소 없이 위마비증 환자나 그 외 섭식장애 환자를 치료할 수단이 되어 기본적으로 배고픔과 식욕을 일시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배고픔과 음식의 위장 기관 이동은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체내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계가 제어한다. 뉴욕대학교 바이오엔지니어이자 연구팀 논문 공동 저자인 카릴 라마디(Khalil Ramadi)는 “장은 뇌 다음으로 뉴런이 가장 많다”라고 언급했다. 섭식장애나 비만 등 원인이 무엇이든 장-뇌 축에 이상이 생긴다면, 위마비증과 같은 증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설이 존재한다. 소화 기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뇌 축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뇌 축 문제부터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증 위마비증 환자 치료 시 외부 요소 개입을 더한 치료법 중 하나는 위 전기 자극이다. 위 전기 자극은 수술로 복부 피부 안에 전극을 삽입해 복부의 전기 펄스를 생성한다. 연구팀은 돼지 실험 과정에서 위 전기 자극이 배고픔을 자극하면서도 설사는 줄이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수치가 상승한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MIT 기계 엔지니어 지오반니 트래버소(Giovanni Traverso) 박사는 치료 시 외부 요소 개입 수준을 줄이고, 수술의 필요성을 최소화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트래버소 박사와 라마디 박사를 포함한 연구팀은 위 전극 자극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소화가 가능한 무언가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전극 여러 개로 코팅하여 몇 mm 크기의 작은 캡슐을 생성했다. 캡슐은 한 번 삼키면, 복부에서 전기 펄스를 생성한다. 캡슐에 배터리와 타이머를 삽입한 방식으로 알약은 정해진 시간에 전기 펄스를 보내고 종료하여 나머지 소화 기관을 통과하도록 한다. 그리고 결국, 화장실에서 배출된다.

전기 일부를 복부의 축축하면서 끈적이는 곳에 두는 것이 설계 작업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트래버소 박사의 연구실에 근무하는 대학원생이자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제임스 맥레이(James McRae)는 전극을 위 점막에 고정하여 전기 자극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점막 내벽이 액체를 다량으로 분비하여 전기 전도도를 방해하는 층을 형성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예상치 못한 존재에 의존했다. 바로 ‘호주 도깨비 도마뱀’이다. 호주 도깨비 도마뱀은 피부에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두꺼운 표면이 있다. 겉보기에는 홈이 파인 러플 감자칩과 비슷해 보인다. 맥레이는 “호주 도마뱀 도깨비의 피부 질감을 바탕으로 캡슐에 점막의 층을 캡슐의 전극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는 홈을 통합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캡슐이 복부 이외 다른 곳에 정착하지 않고, 복부로 도착하기 전까지 펄스를 생성하지 않도록 복부 점막과 접촉할 때 녹는 보호막으로 코팅 처리를 했다. 맥레이는 “기본적으로 보호막 강도가 약해지면서 떨어지고, 전극과 표면의 홈이 파인 영역이 제 위치에서 노출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홈이 파인 작은 알약의 효과를 확인하려 돼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동원된 모든 돼지에 알약 하나씩 투약하고는 내시 카메라와 방사선 촬영으로 캡슐 이동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알약이 복부에 도달하여 약 20분간 점막을 자극한 뒤 복부에 하루 동안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돼지 혈액을 채취하여 그렐린 수치를 측정한 결과, 알약을 먹은 돼지의 그렐린 수치가 대조군보다 더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라마디 박사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게 되어 보람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그렐린 수치 측정 후 2주도 지나지 않아 돼지 대변의 알약을 모을 수 있었다. 맥레이는 “돼지 실험 결과로 매우 고무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얻었다. 알약이 체내 어떠한 손상도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통과하고, 효과가 발생하는 동안 제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주신경을 절단(장과 뇌신경 절단)한 돼지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을 때 알약의 전기 자극으로 게릴린 수치가 상승하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했다. 뇌가 복부로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 연결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장-뇌 축 전체는 제 기능을 한다. 라마디 박사는 “복부를 자극하면, 게릴린이 복부에서 분출된다. 그러나 실제로 신경이 개입되는 듯하다”라고 언급했다.

알약이 게릴린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식욕 증가나 설사 증상 감소로 이어질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위장병 전문의 브랜든 궈(Braden Kuo) 박사는 “게릴린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고, 생물학적 요소 일부가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궈 박사는 연구팀의 연구와 관련이 없으나 트래버소 박사는 과거 궈 박사의 병원에서 임상 펠로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어, 궈 박사는 “알약이 인간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궈 박사와 코리와드 박사 모두 알약이 위마비증 치료의 외부 요소 개입 수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코리와드 박사는 “현재 치료 시 사용하는 삽입형 전기 시뮬레이터는 수술을 우려하는 많은 환자의 치료를 막는 요소이다. 그러나 삼킬 수 있는 알약은 많은 환자가 거리낌 없이 삼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조만간 알약 임상 시험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알약이 언젠가 메스꺼움을 완화하거나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위장관 조절 호르몬의 여러 부위를 표적으로 삼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위 마비뿐만 아니라 화학 요법으로 인한 메스꺼움 등 다양한 질환에 유용할 것이다. 트래버소 박사는 “임상의로서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호르몬 프로필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분야에 걸쳐 도움을 줄 수 있는 풍부한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Quest for a Switch to Turn on Hunger